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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김인숙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6월
평점 :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한 달째 간헐적 단식을 진행하고 있는데 매일 식단을 기록하는 건 꽤나 귀찮은 일이다. 특히 주말이 지나고 나면 나의 게으름은 매우 치솟아서 그 간단한 메모조차 내팽개쳐버리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늘은 수요일. 기록장을 들춰보니 지난 주말에 뭘 먹었는지는 건너뛰고 월요일에 두 줄 기록, 어제는 또 건너뛰었다. 하...자괴감이 나온다. 작심삼일을 3일씩 유지하자는 초심은 어디가고 이렇게 기록하는 것조차 귀찮아하다니. 이 책을 읽으면서 ‘일단 종이에 써라’ 라고 조언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언뜻 들리는 듯하다. 지금 이 순간은 평생에 단 한 번 주어지는 것인데 내 기억력만 믿고 흘려보낸 수많은 시간의 조각들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특히 이 책은 저자의 ‘치유글쓰기’를 그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단순한 기록보다는 상황과 순간의 감정을 훗날의 편집 없이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글을 쓰면서 정리하고 생각하자고 조언한다. 맞다. 사실 돌이켜보면 내가 나를 아프게 했던 지난날의 기억은 머릿속에서 편집의 공정을 거쳐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저장되곤 했다. 보호 장치이자 생존의 결과일까? 어찌되었든 이러한 결과는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주변을 보는 눈도 어두워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을 좀먹는 일을 막기 위해 글을 쓴다고 했다.
글쓰기가 갖는 치유의 힘이 여러 페이지에 걸쳐 저자의 에피소드와 함께 상세히 적혀있다. 단지 한 문장만으로도 충분하단다. 그 상처 치유가 말이다. “지금 나는 아프다.” 이렇게 말하기만 하면, 스스로를 인정하는 작은 위로 한마디가 깊은 한숨과 함께 빠져나와 나를 가볍게 만든다. 책은 필사하고 싶게 만드는 어느 책의 문장들이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다. 김관성 작가의 <살아 봐야 알게 되는 것>의 ‘이십대에 알 수 없는 삼십대의 지혜가 있고, 삼십대에 아무리 몸부림쳐도 붙잡아지지 않는 사십대의 연륜이란 것이 있어. 살아온 세월은 정말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너보다 연배가 위인 사람에게는 먼저 진실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아.’ 라든지 김용택 시인의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의 ‘사랑의 물리학’에서 ‘(전략)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가 그것이다. 물론 후자는 드라마 도깨비로 더 잘 알려졌지만.
느림보 같은 속도지만 꾸준히 조금씩 일기를 쓰다 보니 글쓰기를 통해 결국 달라지고 좋은 쪽으로 변화하는 것은 ‘나’ 이었다. 작은 끼적거림으로 시작된 쓰기는 결국 나를 변화시키고 완성시킨다. 저자가 책에서 누누이 이야기하는 습관에 대해 되새겨보았다. 이것이 어떻게 삶의 힘이 되어 힘듦을 견딜 수 있게 하는지. 저자는 글을 읽다보니 필사를 하게 됐고, 일기를 쓰게 되었다고 했다. 우울하고 즐거운 감정을 두서없이 나열해보기도 하고 주제를 정해 써보기도 하고. 그렇게 글자와 친해지다 보니 자신이 겪었던 경험들에서 글쓰기 소재를 찾을 수 있었고 특히 가난해서 겪어야 했던 어려움은 아주 좋은 소재가 되었다고 말했다.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나를 사랑하고 치유할 수 있었던 경험을 이야기한 저자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 오버랩 되기도 했다. 나도 치유 글쓰기로 앞으로의 내 인생을 재디자인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