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좋은 사람이라 더 아팠나 보다
맺음 지음 / 한밤의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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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좋은사람이라 더 아팠나 보다


가끔은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아픔에 압도되어 숨죽여 울 때가 있었다. 그럴 때 내게 위로가 된 것은 책이었다. 특히 오늘과 같은 제목의 책은 표지만 봐도 따듯해진다. 아주 고단한 하루의 끝에서 기다려준 진정한 위로자같은 느낌이다. ‘맺음’ 이라는 필명의 저자 이도훈님은 진정한 위로가 의사로서 치료해주는 것이 아닌, 환자로서 함께 아파하는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그래서 책날개에도 마음의 병을 고치는 의사가 아닌, 같은 마음의 병을 앓는 친구가 되길 소망한다고 소개했을까. 


책은 두고두고 읽고 소장하고픈 문장들로 가득하다. 위로가 흔적으로 남게 되면 언제든 꺼내 위로받고 싶을 때마다 다정한 이 시선을 느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네가 무음으로 서럽게 울고 있었어.

(중략)

아무도 몰래 견뎌온 날들이

오늘보다 더 아팠지.

네가 힘들 때 숱하게 검색했던 노래가 되어

뒤에서 안아줄게.

가장 못난 표정으로 펑펑 울자. P.214-215 <무음>중에서


나만의 케렌시아 같은 공간도 없이 옆에 자고 있는 두 아이들 몰래 

숨죽여 이불을 둘러싸고 운 적이 있었다. 그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한 날. 눈물을 훔치면서 내 아픔을 알아줄 노래가사를 검색했던 때가 떠오른다. 그 누구도 쳐다보지 않으므로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얼굴로 울던 그 때.


-나를 사랑하는 만큼 짊어진 책임감.

다가올 행복의 무게만큼 무거울

아침의 눈꺼풀을 응원합니다. P.27 <책임감>중에서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일상에 염증을 느끼며 아침에 일어나는 것마저 힘겨웠던 오늘, 다가올 행복에 대해 생각해본다. 보이진 않지만 그 무게만큼 무겁다면 내게 올 행복은 무지 큰 모양이다.


-잘 못 살아왔을 수는 있어도

잘못 살아오지는 않은 거야.

못난 사람이 되면 되었지,

모난 사람이 되어

못되게 살지는 않았으니까, P.47 <잘못>중에서


자꾸 비교하게 되고 과거에 비해 현재가 현저히 못나 보이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못나 보여서 스스로 자괴감을 많이 느꼈는데, 적어도 모난 사람, 못되게 살지는 않았다는 진심을 알아주는 저자가 있어 감사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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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쓰는 시간
임은자 지음 / 프로방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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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쓰는 시간


저자는 우연히 도서관 프로그램 수업에 참여해 동시를 처음 만났다. 마흔 중반에 찾아온 글은 저자의 세계를 확장시켰고 동시에서 수필로, <매일메일은자>라는 새로운 세상을 펼쳐주었다. 작년 전국 동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시력검사>를 찾아 읽었다. 


시력검사

​숟가락으로 한쪽 눈 가리고

보지도 않는 지우에게 윙크했다

​윙크 한 방에

나비가 날아간다

​윙크 한 방에 

비행기가 날아간다

​윙크 한 방에

물고기가 날아간다

​안경 없이도 온 세상이 훤-하다 


따듯하고 유쾌하면서 마음도 뭉클해진다. 며칠 전 첫째가 영유아 검진을 통해 처음으로 시력검사를 했던 것이 떠오른다. 역시 시인은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것을 읽어내는 힘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저자 임은자님은 그녀의 인생이 오롯이 담긴 이 책을 통해 고되고 힘들었던 시절도 글이 되고, 글을 쓰게 된 동기마저 글이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지나온 삶들은 글을 만나 되살아났고 모든 삶이 글이 되려고 자신에게 주어진 모양이라는 소회마저 존경스러웠다. 이분의 에세이를 읽으며 겸허해졌다. 소중한 인생을 흘러가는 대로 두고 싶지 않다는 소망도 역시 공감한다. 글이 글을 낳고 그것이 인생을 쓰는 시간이 됨에 감사함을 느낀다. 나도 수필이라는 장르를 좋아하는데, 저자의 진정성 있는 위트가 담긴 문장을 따라 필사하고 싶어졌다.


-내일은 꼭 사서 택배를 보내자, 다시 돌아오지 않도록 우리 집 주소를 지워버리자. P.60 <엄마 옷은 어디에> 중에서

-핑계는 김건모 하나로 충분하다. P.242 <핑계를 위한 핑계> 중에서

-조폭도 칼도 무섭지 않은 여자의 욕구와 여자의 변신은 언제나 무죄다. 엄마와 나의 갈매기도 무죄다. P.29 <조폭과 아줌마의 공통점> 중에서


내게 일어나는 일상을 글감으로 저장하고 발현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산골 소녀의 별스럽지 않은 인생도 무수한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저자.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자신을 만나고 웃고 운다. 행복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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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대화가 필요한 사이
이주연 외 지음 / 프로방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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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대화가 필요한 사이


이 책은 한국심리적성협회 소장님과 협회에서 진행하는 ‘부모교육코칭전문가’ 프로그램을 마친 수강생분들이 함께했다. 20년 교사 경력, 교육학 박사이자 심리학 전공자인 이주연 작가님과 이들은 심리학 이론의 학습에만 그치지 않고 일상에 적용한 소통의 과정을 부부관계에 적용해 이상적인 대화방법을 제시했다. 


신다연님의 <기질을 알면 그 사람의 행동이 보인다>편에서는 남편과 정반대 기질이 나온 MBTI분석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소회한다. 서로 변화되지 않으면 앞으로 함께할 시간들이 얼마나 피곤해질지도 알 수 있다. 제시된 두 부분의 간단한 대화를 통해서도 계획적이며 체계적이고 원리원칙적인 ISTJ형인 남편과 융통성이 있으며 자율적이고 개인적 공감을 우선시하는 ENFP형인 아내의 모습을 발견했다. 다연님은 강의 안에서 자신이 사용하는 대화 패턴을 통해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말했지만 상대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서로 불만을 느끼고 섭섭했을 지난날을 떠올릴 수 있었다. 다른 기질 때문에 상황을 보는 관점 자체가 다른 것이 핵심이었다. 나도 남편과 매우 다른 성향의 사람인데 남편의 기질을 정확히 알아간다면 그의 반응에 웃어넘길 줄 아는 여유가 생길 것 같다!


장성진님의 <싸움까지 통(通)하는 부부>편에서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는 자신과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내의 서로 다른 대화를 소개했다. 코로나와 백신주사에 관한 대화였다. ‘부부간의 대화에서 사실도 중요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라는 문장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나도 그동안 내가 생각하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말투나 억양도 의도와 달리 부정적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았다. 마음이 상하지 않는 대화를 위해선 이 또한 부드럽게 서로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소혜님의 <남편 마음에 공감 반창고 붙이기>편을 읽고는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의 과정으로 대화를 하면서 남편의 반응이 한결 수그러든 것을 발견했음을 이야기했다. 적극적 경청이 이렇게나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는 사람의 욕구에 맞추는 것이 이 사례에 잘 적용된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때 마침 남편이 몸이 안 좋아 반차를 내고 퇴근한다는 연락이 왔다. 나도 평화적인 대화를 위해 ‘비폭력대화’ 인 위 4가지 단계에 맞춰 말했다. 평소 같으면 부정적인 생각을 바로 말로 표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따라 해보니 이 솔루션이 나에게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했다. 적어도 싸움은 나지 않았기에.


부부사이에 대화가 없다면 정서적 이혼이라고 해도 될 만큼 중요한 것이 소통이다. 여기 소개된 사례들을 엿보며 한 몸으로 명명된 부부, 우리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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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로드 1 - 선사시대부터 남북국시대까지 한국사로드 1
김종훈 지음 / 텍스트CUBE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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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로드1

 

역시 공부는 즐기는 사람을 못 따라간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사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다. 코로나 시기에 날이 갈수록 무력감이 커지던 찰나, 우연히 한능검이란 단어에 운명 같은 짜릿함을 느낀 저자는 애국지사 한 분이라도 더 알리고, 친일파 한 명이라도 더 밝혀 세상에 진보하는데 일조하는 일종의 사명 같은 마음으로 한능검 준비에 돌입했다. 문제를 풀면서도 유적지를 실제로 다녀오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 회사 근처 경복궁과 청덕궁을 시작으로 전국 500여 곳을 훌쩍 넘게 여행했단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현장감이 넘친다. 기자라는 생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시험을 심화까지 반복해 치르면서 사비를 털어서까지 답사한 이 열정의 순수성은 배울 만하다. 진정한 역덕이 여기 있었다.

 

책은 스토리, 가이드, 투어, 한능검 따라잡기로 나누어 유적지에 대한 집중적인 탐구로 이루어졌다. 즐겨보는 예능 프로에 단골로 나오는 촬영지인 경주엔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봤던 불국사와 석굴암이 있다. 6학년 수학여행으로 다녀왔던 곳인데 저자 역시 이 곳을 소개해주었다. <한국사로드1>은 선사시대부터 남북국시대까지 이야기하고 있어서 거의 마지막 목차에 있었다. <좀 더 만끽하게 하소서>란 제목의 꼭지는 저자의 실망스러운 경주 불국사의 느낌으로 시작했다. 영주 부석사나 완주 화암사에 비해 한참 못 미쳤다는 것이다. 주말 오후에 방문해서였을까? 왜 이시간에 와서 사서 고생할까라는 후회만 일었다고. 인파가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좋은 것은 여유롭게 느끼려면 최대한 고즈넉한 시간에 살펴가야겠다. 가이드에선 두 김대성의 사연이 나온다. 불국사와 석굴암의 창건자인 이는, 불심이 깊었던 전생의 김대성과, 재상의 아들로 태어난 현생의 김대성을 이야기했다. 일제가 여기에 저지른 만행도 곁들였는데 당시 훼손한 부분은 현재의 기술로도 복원이 안 된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한편 여기서 시험에 나오는 건 경덕왕이다. 정말 중요한 불국사와 석굴암이지만 안나오거나 나와도 1점짜리 문제에 한하고 경덕왕이 녹읍을 폐지한 내용이 신문왕, 성덕왕의 업적과 교차돼 출제되는 것이 포인트라는 것이다. 투어에선 경주박물관의 성덕대왕신종을 소개했다. 에밀레종이라고도 불리는 이 종은 왕권강화를 통한 안정적인 나라를 꿈꾼 경덕왕의 바람이었다.

 

저자가 소개한 곳들 중 아차산성과 몽촌토성, 강화도 마니산과 국립중앙박물관 일대는 비교적 가까우니 조만간 다녀오고 싶다. 깊어져 가는 가을에 꽤 의미 있는 역사 여행이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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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내가 가장 듣고 싶던 말
따듯한 목소리 현준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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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내가 가장 듣고 싶던 말



 

책을 읽다가 나도 이런 생각 한 적 있었는데!’ 라는 문장이 눈에 콕 들어왔다. ‘열감이 느껴지는 따뜻함말고 포근함이 느껴지는 따듯함을 이야기하고 싶다. 매일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위로를 건네고 싶다.’ 라는 짧은 글이었다. 언젠가 지인에게 따듯한 하루 보내^^”라는 문자를 받았을 때 왠지 모를 포근함이 이 글자 하나 때문이었을까? ㄷ과 ㄸ의 미묘한 차이가 말의 온도를 결정하는 듯하다.

 



난 나만의 케렌시아가 어디일까? 저자는 자신이 혼자 사는 작은 전셋집이라고 이야기했다. 난 합가를 해서 살고 있고 나만의 공간이 없어 집에 가면 더 불편하다. 겨우 찾는다면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이마저도 갓 돌 지난 둘째가 따라 들어오려 하지만) 화장실 정도? 시간을 쪼개 퇴근길에 나만의 케렌시아를 찾아보았다. 둘째를 낳기 전엔 걷기 운동 겸 출퇴근길에 안양천을 가로질러 다녔었는데, 지금은 이것도 허용이 되지 않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퇴근길에 집 근처 도서관에 들러 원하는 책을 둘러보고 오는 것이다. 죽치고 앉아 예전처럼 느긋하게 읽고 싶은 책들이 한가득이지만 현실은 많이 어렵다. 그래도 어쩌랴, 이 공간과 시간이라도 허락된 하루가 감사할 따름.

 



오늘 읽은 서평도서 <사실은 내가 가장 듣고 싶던 말>는 유튜버 따듯한 목소리 현준이 구독자들과 나눈 깊은 밤의 한 조각 같은 이야기다. 20대에 취업준비를 하면서 라디오를 밤늦게까지 많이 들었었는데 그때 진행자가 해주는 마지막 멘트 잘자요처럼 다정하고 위로가 된다. 저자의 채널을 들어보고 싶어졌다. 활자가 주는 위로와는 또 다른, 감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목소리로 말이다. ‘따듯한목소리현준을 검색해본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 들으면 좋을 오디오북같은 채널이다. 요즘 잠자리에 들어도 마음이 여전히 분주하고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과 항상 복잡하고 엉켜있는 생각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했는데, 현준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명경지수처럼 고요해진다. 저자가 어느 한 통의 메일을 받은 사연은 구독자의 마음이 절절하게 전달되어 공감이 되었다. 저자의 영상을 보고 즐거워하는 아내를 이야기한 남편의 사연이었다. 서울에서 벗어나 강릉에서 글쓰고 사진을 찍으며 시집까지 출간하게 된 아내는 경제적인 여유가 예전보단 못하지만 천천히, 그리고 가득 채워 살지 않아도 되는 그곳에서의 하루에 큰 행복을 느낀다는 내용이었다. 진심이 느껴지는 글에 눈물이 날뻔했던 저자 현준님은 강릉의 고즈넉한 풍경이 담겨있는 시집을 찾아 보며 그들처럼 손에 쥔 욕심을 놓아버릴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 자문해본다. 나도 스스로 물어본다면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심으로 가득 찬 가방을 메고 무감각한 표정으로 걷고 있을테니까.



 

바쁜 삶 속에서 한 뼘의 평안과 소중한 시간을 찾고 싶을 때 현준님의 다정한 문장들을 펼쳐보아야겠다. 그의 말대로 이 책을 읽는 밤만큼은 스스로에게 가장 다정한 시간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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