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쓰는 시간
임은자 지음 / 프로방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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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쓰는 시간


저자는 우연히 도서관 프로그램 수업에 참여해 동시를 처음 만났다. 마흔 중반에 찾아온 글은 저자의 세계를 확장시켰고 동시에서 수필로, <매일메일은자>라는 새로운 세상을 펼쳐주었다. 작년 전국 동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시력검사>를 찾아 읽었다. 


시력검사

​숟가락으로 한쪽 눈 가리고

보지도 않는 지우에게 윙크했다

​윙크 한 방에

나비가 날아간다

​윙크 한 방에 

비행기가 날아간다

​윙크 한 방에

물고기가 날아간다

​안경 없이도 온 세상이 훤-하다 


따듯하고 유쾌하면서 마음도 뭉클해진다. 며칠 전 첫째가 영유아 검진을 통해 처음으로 시력검사를 했던 것이 떠오른다. 역시 시인은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것을 읽어내는 힘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저자 임은자님은 그녀의 인생이 오롯이 담긴 이 책을 통해 고되고 힘들었던 시절도 글이 되고, 글을 쓰게 된 동기마저 글이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지나온 삶들은 글을 만나 되살아났고 모든 삶이 글이 되려고 자신에게 주어진 모양이라는 소회마저 존경스러웠다. 이분의 에세이를 읽으며 겸허해졌다. 소중한 인생을 흘러가는 대로 두고 싶지 않다는 소망도 역시 공감한다. 글이 글을 낳고 그것이 인생을 쓰는 시간이 됨에 감사함을 느낀다. 나도 수필이라는 장르를 좋아하는데, 저자의 진정성 있는 위트가 담긴 문장을 따라 필사하고 싶어졌다.


-내일은 꼭 사서 택배를 보내자, 다시 돌아오지 않도록 우리 집 주소를 지워버리자. P.60 <엄마 옷은 어디에> 중에서

-핑계는 김건모 하나로 충분하다. P.242 <핑계를 위한 핑계> 중에서

-조폭도 칼도 무섭지 않은 여자의 욕구와 여자의 변신은 언제나 무죄다. 엄마와 나의 갈매기도 무죄다. P.29 <조폭과 아줌마의 공통점> 중에서


내게 일어나는 일상을 글감으로 저장하고 발현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산골 소녀의 별스럽지 않은 인생도 무수한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저자.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자신을 만나고 웃고 운다. 행복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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