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과학입니다 - 과학 기자 아빠의 황당무계 육아 탐구생활
아에네아스 루흐 지음, 장혜경 옮김 / 니케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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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과학입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난 아이들의 피부를 볼 때마다 경탄을 금치 못한다. 어쩜 이렇게 보드랍고 고운지, 거친 내 얼굴과 손 따위와 감히 비교할 수 없이 매끄럽다. 물론 나도 이런 시절이 분명 있었겠지만 점점 푸석해져가는 내 피부를 보니 할 말을 잃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아홉 달 동안 내내 양수에서 헤엄치던 아기가 태어나서도 짓무른데 하나 없이 완벽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 말이다. 난 목욕탕에 삼십분만 들어앉아 있어도 이내 손발이 쪼글해지는데 말이다. 


오늘 읽은 책에서 답을 찾았다. 독일의 과학기자 아에네아스 루흐의 저서 <육아는 과학입니다>는 ‘이 모든 지식은 육아라는 큰 산을 힘들여 오를 때도 큰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우리 몸의 신기하고 놀라운 비밀을 알려줄 것이다!’ 라는 평답게 과학적이고도 재밌는 육아 교양서라 할 수 있었다. 이유식은 왜 당근으로 시작하는지, 아이에게 절대 꿀은 안되는지, 아기의 똥 색깔은 왜 다채로운지 등등 경이로운 육아의 세계에 발을 들인 이들이 궁금해하는 주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앞서 얘기한 아기들의 피부도 ‘특수 보호막’ 덕분이었다. 그것은 태지라고도 하는 태아기름막인데 무엇보다 양수에 잠긴 태아의 피부가 무르지 않도록 보호하고 지방과 수분을 공급해주기까지 한단다. 일종의 보디로션을 바른 방수포 같은 것이다. 물론 세상에서 지낸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부는 보드라움을 잃어가지만. 한편 아기 피부는 어른보다 피지선과 땀샘이 적어 땀을 잘 흘릴 수 없기에 쉽게 체온이 오르며, 산성도가 중성이라 세균을 막아주기엔 역부족이다. (어른은 기름진 산성층이 피부를 덮고 있어 좀 흉할진 몰라도 세균을 막기엔 실용적이다!) 


둘째가 이제 갓 돌을 지나 사방에 늘어진 모든 것을 빨고 주워 먹는다. 진짜 집안에 위험한 것들이 도사리고 있다. 저자의 표현대로 ‘악의 없는 식탁 모서리가 아이의 이마를 찢어 피를 내고’, ‘국그릇과 찻잔은 화상을 유발’ 하며, ‘연필은 눈을 찌르고’ 그리하여 부모의 일상은 19금 잔혹영화처럼 항상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이물질 흡입 사고는 4세까지의 남아에게 더 빈발하는데 이를테면 견과류가 식도가 아닌 기도나 폐로 들어가서 병원에 갔다가 그것 외에 포도알, 장난감, 돌, 동전 등 온갖 것을 발견하는 게 부지기수다. 독일의 소아청소년의사회에서는 유아 질식사의 절반이 견과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우리가 건강을 위해 자주 먹는 주전부리인 견과의 크기와 형태를 잘 고려해 아이 눈에 띄지 않게 해야겠다. 


육아를 하면 할수록 어렵고 궁금증은 많아진다. 이 책이 나의 궁금증을 과학적으로 해소해줘서 속이 시원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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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왔니? - 이른둥이의 탄생을 바라보는 老의사의 따뜻한 시선
이철 지음 / 예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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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왔니?


난 두 아이를 낳았다. 두 아이 모두 머리둘레 혹은 몸무게 때문에 40주를 넘으면 자연분만이 힘들 것 같다 하여 각각 일주일, 이주일 빨리 유도분만했다. 출산 예정일이 가까워질수록 태아가 하루라도 더 엄마 자궁 내에 있어야 장기가 성숙하는데, 인위적으로 일찍 만나서 너무 미안했다. 정작 태어나보니 두 아이 모두 1~2주 품고 낳았어도 정상일 둘레와 무게였다. 아무래도 초음파로 예측하는 거라 최대치로 잡았던 모양이다. 진통이 오지도 않았는데 일부러 유도하여 아이들을 힘들게 한(물론 나도 징하게 힘들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다. 


오늘 읽은 책 <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왔니?>은 이른둥이의 탄생을 바라보는 노의사의 따듯한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 분만 전까지는 아기가 엄마의 자궁 안에서 숨을 쉴 일도 없이 편안한 상태로 무려 10개월 동안 있다가 태어나자마자 호흡하는 것이 ‘신묘막측’하다. 호흡은 차치하고 아기가 잉태되는 것 자체가 기적이며 창조의 신비로운 과정인 것이다. 저자 이철님은 생명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살아오며 신생아와 이른둥이를 돌보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느낀 생명의 소중함, 귀한 아기들을 살리려 고군분투하는 진료 현장 이야기를 생생하게 이 책에 담았다. 생명이 경시되고 낙태가 합법화되는 요즘, 태아의 존재에 대해 얼마나 귀하게 여기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책의 내용 중 우리 선조들은 수태 순간부터 태아도 생명으로 존중하였기에 자궁 안에 있는 기간에도 나이를 먹는다고 생각한 ‘음력’ 사용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마음에 남았다.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신생아 의사들은 소아과 의사들도 살릴 가망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극히 작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불철주야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데 낙태를 주장하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제발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난 미숙아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신생아집중치료실 현장을 한 번이라도 방문해 주십시오!” 라고 말이다. 


평범한 사람들보다 호기심이 많은 뛰어난 이들은 바깥세상이 궁금해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태어난 것 같다. 뉴턴과 처칠이 그랬고, 아인슈타인과 마크 트웨인이 그랬다. 모두 미숙아였지만 이들 모두 우리가 아는 유명한 인물이다. 믿을 수 없이 어려운 여건을 이기고 생존에 성공했기에 그들의 삶도 높은 업적을 이루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내가 알 수 없었던 신생아집중치료실 현장에 대해 현실적으로 알게 되어 그분들의 노고가 얼마나 큰지 알게 알 수 있었다. 더불어 그곳에서 마음 졸이고 있는 부모, 작은 몸으로 치료를 견뎌내고 있는 아기들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진다. 부디 우리 곁에 온 생명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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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지난 자리에 꽃이 피었다 - 소중한 당신에게 전합니다
히조 지음 / 키효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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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지난 자리에 꽃이 피었다


가을이 깊어간다. 계절의 순환은 나를 깨운다. 일단 알록달록한 단풍과 떨어지는 낙엽으로 내 눈을 깨우고, 잠자고 있던 감성을 건드린다. 오늘 읽은 히조님의 책은 사계절을 지나오는 우리네의 사랑과 삶을 따스한 시선과 느낌으로 담아낸 에세이다. 그림 작가님이라 ‘흘러가는 계절의 아름다운 빛과 장면을 담아내’ 독자를 위로하고 읽는 나를 소중하게 여기게 만드는 마법 가루를 책 안에 뿌린 것 같다. 일러스트를 통해 남녀의 사랑하는 모습을 너무나 따뜻하게 그려 마치 남편과 데이트하던 연애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책은 필사하고 싶은 문장들로 가득했다. 그래서 아껴서 조금씩 조금씩 읽고 싶었다. 마음에 담아 사랑하는 나를 찾아가는 여정 같았다. 


-아픔과 상처 앞에 주저하며 

당신에게 찾아온 여름을 무심하게 통과하지 마세요.

오르내리는 파도를 온몸으로 안으며

그저 영원일 것처럼 사랑하세요. p.59 <여름을 열며> 중에서


푸른 녹음은 생동감 있는 여름과 같이 사랑을 발전시키기에 충분한 계절이지만 사랑을 따라가는 길은 항상 꽃길만은 아니다. 거센 빗줄기, 폭풍도 존재하기에 그 여름을 무심하게 통과하지 말고 온몸으로 안으라는 히조님의 말이 여름 같은 사랑을 좀 더 깊이 있고 진정성 있게 만들어 주었다.


자연과 함께 한 남녀의 모습은 마치 태초의 아담과 하와처럼 싱그럽고 순수하다. 그 모습 자체로도 아름답고 소중했다. 언젠가부터 내 곁에 있는 짝에 대해 소홀해지고 예전만 같지 못하게 여겼던 것 같다. 매너리즘에 빠진 건가. 더 이상 고맙지도 감사하지도 않은, 일상을 덤덤하게 보내고 있었기에 나도 모르게 이 책을 보며 반성하게 된다. 요즘 난 히조님의 표현대로 ‘버거운 감정들을 생선 가시 삼키듯 가슴 밑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으며 버티고’ 있다. 누군가의 품속에서 마음껏 무너져 내리고 싶은데, 그래서 그 무너짐까지 누군가가 안아주겠다고 확신해주면 좋겠는데 그럴 대상이 적어도 당장 옆에 있는 짝은 아니라서 마음이 쓰리다. 어쩔 땐 짝이 내 마음을 무너지게 만든다!


히조님은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은 바로 ‘사랑’ 이라고 단언한다. 꼭 연인 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나의 중심을 다잡아줄 수 있는 그 감정은 숭고하며 나를 일으키는 동력이 될 것이다. 이제 곧 다가올 겨울 끝엔 반드시 봄이 온단다. 나의 삶을 사랑하며 빛을 쥐고 앞으로 가자. 나의 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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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바이 스텝 모던 히브리어 -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알아가는 첫걸음
남윤수 지음 / 렛츠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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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바이스텝 모던 히브리어


세계의 언어는 다양하다지만 한국인인 내게 정말 암호같이 보이는 언어들이 있다. 태국어나 필리핀어도 그림같이 보였는데, 이건 양반이었다. 아랍어를 보고서는 차이를 알아보기도 힘든 글자 때문에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끝판왕이 나타났다. 바로 히브리어! 도대체 이게 글자인가 문양인가 싶을 정도로 난감 그 자체였다. 짧은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늘어뜨려 놓은 모양이랄까? 첫인상은 그랬다. 성경의 원어가 히브리어라서 언젠가는 꼭 배워보고 싶은 언어였는데, 모양새는 차치하고서라도 모국어인 국어와는 여러모로 다른 점이 많았다. 저자가 다니는 울판 어학원에서도 학생의 30% 정도가 기권할 정도라니 쉽지 않은 언어임은 분명하다.


오늘 보기 시작한 이 책 <스텝바이스텝 모던 히브리어> 의 저자는 미국 뉴저지 램지에 살고 있는 한인 이민자로 유대인이 운영하는 히브리어 교육 기관인 미국 파라무스 울판에서 4년 전부터 히브리어를 배우고 있다. 내 목표인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가게 되면 꼭 현지에서 히브리어 안내판을 읽어보리라 다짐하며 차분히 책을 펼쳐 들었다. 목차엔 히브리어 특유의 성질이 간단히 소개되어 있었다. 일단 모음이 없고, 쓰는 방향이 한국어와 반대다. 일본어처럼 오른쪽에서 왼쪽방향으로 읽는 건 같은데 세로가 아니고 가로다. 또한 성을 구분하여 남성형과 여성형의 모양도 다르다. 여기까지 보고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장점(?)도 있었다. 동사가 없어도 완벽한 문장이 되는 간결한 문법, 평서문과 의문문 구조가 편리하다는 점 등이었다. 그런데 모음이 없는데 어떻게 발음을 하는 건지 궁금했다. 한국어로 치면 자음만 나열해서(이런식:ㅇㄹㄴㅎ) 읽는다는 건데 모음에 대한 수수께끼는 구전 모음과 모음 기능의 자음으로 풀렸다. 또한, 히브리어 알파벳은 영어의 대문자 소문자처럼 인쇄체, 필기체의 모양이 다른데 대문자, 소문자를 한 문장에 섞어 사용하는 영어와는 달리 인쇄체나 필기체를 독립적으로 사용한다는 점도 특이했다. 각도가 있어 익히기 쉬운 인쇄체는 아쉽게도 글씨를 쓸 때는 사용할 수 없다. 글씨는 필기체로 써야 한단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인쇄체는 읽기용, 필기체는 쓰기용이다. 무슨 암호 같은 히브리어도 인쇄체는 그나마 글씨 모양이 각도가 있어 익히기 쉬운 반면 필기체는 꾸불꾸불해서 정확히 구분할 필요성이 있어보였다. 


책은 이러한 히브리어 알파벳을 간단히 소개한 다음, 명사부터 형용사, 부사, 대명사 등으로 이어지다 마지막에 동사를 이야기한다. 문장에 동사가 없어도 되는 히브리어의 특징상 제일 마지막에 배우는 모양이다. 모국어와 다른 점이 너무 많아서 까다롭게 느껴지지만 최대한 쉽게, 자세히 설명해준 히브리어 언어에 집중해본다.


언어는 저자의 말대로 모든 문제를 푸는 첫걸음이며 실마리다. 우리나라도 일제 강점기때 언어를 사수하느라 그렇게 고생한 것을 떠올리면, 지금까지 살아남은 히브리어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한글 표기 발음을 적어주어 따라 읽어보기 시작한다. 알파벳 하나, 단어 하나에도 섬세한 설명이 곁들어져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 히브리어를 배워놓으면 다른 나라 언어를 구사하는 것에 비해 성취감이 한없이 높을 것만 같다. 열심히 배워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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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이야기 모해그림책 2
방승희 지음, 정인성.천복주 그림 / 모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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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이야기


이번 서평도서를 읽으며 영산강에 대해 알아보았다. 우리나라 4대강 중 하나로 호남권의 대표 강인 영산강은 전남 담양군 용흥사계곡에서 발원하여 장성군, 광주, 나주, 영암, 함평, 무안, 목포 등지를 지나 영산강 하굿둑을 통해 서해로 흘러들어간다. 이 책에서도 담양 용소에서 시작하여 목포에서 바다로 만나는 영산강을 용에 비유하여 흥미롭게 이야기해주었다.


동이 틀 무렵 용 한 마리가 물줄기를 박차고 하늘로 튀어 올랐다가 제 몸의 금비늘이 너무 눈부셔 하늘로 오르는 걸 잠깐 미루고 물줄기를 따라 아래로 흘러갔다. 이곳저곳을 적시고, 휘감고, 보듬고, 안았다. 들르는 곳곳마다 반짝거리는 비늘을 한 움큼씩 떼어 주느라 벌거숭이가 된 용은 고하도에 이르러 한숨을 돌렸다. 에머랄드빛 눈망울을 껌뻑하곤 잠이 든 용은 아직도 용솟음치지 않고 꼬리를 담근 채 담양에 있었다.


저자인 방승희 시인은 고향인 담양, 즉 영산강의 발원지에서 자연스럽게 용소에 대한 전설을 들으며 자랐다. 영산강 끝인 목포 주변 고하도라는 섬(용섬이라고도 부른다)에서 잠들어 있는 커다란 용의 환상을 본 시인은 이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영산강이야기를 신화같이 펴냈다. 강을 보는 상상력이 독자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그림은 더더욱 환상적이다. 정인성, 천복주 작가는 판화를 공부한, 부부이기도 하다. 이 재밌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생동감이 넘치는 용의 표정과 영산강의 물결과 바람, 구름과 나무들이 용의 비늘처럼 반짝거린다. 동시와 같은 짧은 문장은 그림을 보는 독자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한다. 글밥이 많지 않아 지루하지 않고 난해하지도 않았다. 이젠 영산강에 사는 용을 만나러 조만간 가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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