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람의 상처는 무엇으로 아물까 - 아동심리치료사가 사랑으로 전하는 우리 안의 회복력과 성장의 힘
스테이시 섀퍼 지음, 문가람 옮김 / 두시의나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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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사람의 상처는 무엇으로 아물까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말은 때로 너무 무책임하게 들린다. 특히 어린 시절의 상처라면 더 그럴 것이다. 이 책은 그 막연한 위로 대신, 구체적인 회복의 과정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견디며 자란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마음 한쪽에 작은 금이 가 있는 채로 어른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어린 사람들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리고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말한다. 상처는 혼자서 아물지 않는다고.

 

저자는 오랜 시간 아동심리치료사로 일하며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정서적 방임, 관계의 단절, 불안과 상실과 같은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지만 책의 분위기는 결코 절망적이지 않고 오히려 따뜻했다. 왜냐하면 저자는 상처 자체보다 회복의 순간에 더 주목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버티고, 관계를 통해 다시 숨 쉬고, 작은 성공 경험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는지를 섬세하게 따라가고 있는 이 책의 핵심은 회복력이다. 회복력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자라는 힘이라고 말한다. 한 사람의 진심 어린 공감,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도 괜찮다는 경험이 아이를 다시 세운다. 치료실에서의 대화, 놀이, 침묵까지도 모두 회복의 언어가 되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메시지는 이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비빌 언덕이 필요하다는 것. 완벽한 부모도, 모든 걸 해결해주는 어른도 아니었다. 그저 네 이야기를 들어줄게라고 말해줄 수 있는 한 사람. 감정을 표현해도 괜찮고, 실수해도 관계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존재 말이다. 상처가 깊을수록, 아이는 더 조심스러워지며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누군가가 용기 내어 다가올 만큼, 우리는 안전한 사람인가? 읽다 보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혹시 누군가의 고백을 가볍게 넘기진 않았는지, “그 정도는 다 그래라는 말로 상처를 덮어버리진 않았는지. 또한 자연스럽게 내 어린 시절은 어땠지?”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어른이 된 지금도 이유 없이 불안하거나, 사소한 말에 크게 흔들리는 순간들. 그 뿌리에 어린 시절의 경험이 닿아 있을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짚어주고 있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아이들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어른들, 여전히 누군가의 이해를 기다리는 마음들. 회복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안전한 관계 안에서 조금씩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운다. 오늘 감정을 한 번 더 말해본 것,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들어준 것, 스스로를 조금 덜 미워한 것. 그 작은 시도들이 쌓여 성장의 힘이 된다!

 

저자는 아픔은 분명 아픔이라고 말하며 상처를 미화하지 않지만 동시에 인간 안에는 생각보다 단단한 힘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어린 사람의 상처는 무엇으로 아물까? 저자는 단호하게 답하고 있다. 사랑, 공감, 그리고 관계 속에서 발견하는 자기 이해라고 말이다.


읽고 나니 누군가를 더 부드럽게 대하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어린 시절을 지나온 모든 어른 아이들에게 조용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 상처는 사랑으로만 아문다는 진부한 말이, 이 책을 덮고 나니 조금은 다르게 들린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태도이고, 곁에 머무는 선택이라는 걸 알게 되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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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더 잘 보이는 단위 도감 알고 보면 더 잘 보이는 시리즈
나인완 지음 / 기린미디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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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더 잘 보이는 단위 도감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숫자는 매일 보지만, ‘단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길이를 잴 때는 센티미터, 몸무게는 킬로그램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하지만 왜 그런 단위를 쓰는지 아이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의외로 막막해진다. 기린미디어에서 출간된 나인완 작가의 <알고 보면 더 잘 보이는 단위 도감>은 바로 그 궁금증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 주는 그림책이었다.

 

이 책은 단위를 따로 모아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간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여 주는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집에서는 키를 재는 센티미터(cm), 몸무게를 나타내는 킬로그램(kg)처럼 생활과 밀접한 단위가 등장한다. 아이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공간이라 이해가 훨씬 빠르다. “이건 내가 매일 보는 건데!” 하며 반가워할 만한 장면이 가득했다.

 

기상청 예보실장면에서는 기온(), 풍속(m/s), 강수량(mm) 같은 단위가 나온다. 날씨 예보를 볼 때 그냥 숫자로만 보였던 정보들이 어떤 의미인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비가 10mm 온다는 게 어느 정도인지, 바람이 초속 5m라는 건 어떤 느낌인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구성이었다.

 

학교 과학실에서는 실험에 쓰이는 단위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었다. 덕분에 아이들이 이 단위는 어디에 쓰이지?” 하고 따로 고민하지 않아도, 생활 속 장면을 보며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을 미리 읽어 둔다면 수업 시간에 나오는 단위가 낯설지 않게 느껴질 것 같았다. 단순 암기가 아니라, 쓰임을 이해한 상태에서 배우게 되니 학습 효과도 더 클 것 같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우주 공간을 다룬 장면이었다. 광년, 파섹, 빛의 속도처럼 평소 접하기 어려운 단위가 등장하는데, 그림과 함께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 어렵지 않았다. “우주는 너무 멀어서 이런 단위를 쓰는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이었다. 나 역시 처음 알게 된 단위가 있어 아이와 함께 흥미롭게 읽었다.

 

페이지마다 숨어 있는 너구리를 찾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정보가 많은 그림책이지만 숨은 그림 찾기 요소 덕분에 놀이처럼 즐길 수 있었다. 아이가 먼저 너구리를 찾겠다며 책장을 넘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림은 알록달록하면서도 복잡하지 않아 정보가 한눈에 들어오는 구성이었다. 설명 글도 어렵지 않아 초등 저학년 아이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부모와 함께 읽으며 집 안 물건의 길이를 재어 보거나 무게를 비교해 보는 활동으로 이어지기에도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은 단위를 시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재는 약속으로 알려주는 책이었다. 단위를 알면 세상이 더 또렷하게 보인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 준 것 같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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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붙게 해 주세요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5
이로아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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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붙게 해 주세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이로아 작가의 신작 <귀신 붙게 해 주세요>는 제목만 보면 오싹한 공포물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로는 성적과 규율이 지배하는 학교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 판타지 성장소설이었다. 이야기의 배경은 기순고등학교. 새로 부임한 교장은 학교 정상화 계도기간을 선포하며 흐트러진 분위기를 바로잡겠다고 말한다. 그 중심에는 부활한 야간자율학습, 일명 야자가 있었다. 모의고사 전 과목 1등급이 아니면 야자를 피할 수 없다는 규칙은 학생들에게 사실상 선택권이 없는 명령과도 같았다. 전 과목 1등급이라니, 극소수만 가능한 기준이 아닌가. 학교는 조용해졌지만, 그 침묵은 자율이 아니라 압박에서 비롯된 것임을 독자는 곧 느끼게 된다.

 

 

이 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이끄는 인물은 윤나, 재이, 현서다. 각자 다른 결을 지닌 세 학생은 성적과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틴다. 이들은 점점 숨이 막혀 가는 현실에 의문을 품고, 냉소적인 태도 속에 나름의 상처를 감춘 채 학교를 바라본다. 기대와 부담 사이에서 흔들리며 잘해야만 괜찮은 사람이 되는 구조를 온몸으로 감당해야만 하는 세 아이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기순고의 공기는 더욱 선명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윤나는 강령술로 20년 전 죽은 전교 1을 불러낸다. 그리고 정말로 귀신이 나타났다. 한때 학교의 자랑이었을 전교 1. 모두가 부러워했을 그 자리에 있었던 학생은 왜 20년 전 세상을 떠났을까. 그가 남긴 이야기는 현재의 기순고와 겹쳐지며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성적이 곧 가치가 되는 곳에서, 아이들은 얼마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판타지 설정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귀신의 등장은 공포를 조성하기보다, 오히려 현실을 또렷하게 비추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었다. 야자를 피하기 위해 전 과목 1등급을 받아야 하는 현실, ‘정상화라는 이름 아래 통제되는 일상은 어쩌면 귀신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문제아가 아니라 다만 도움을 필요로 하는 평범한 청소년들이었던 주인공들의 신호를 학교는 읽지 못한다. 아니, 읽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아빠에게 맞았다는 재이에게 조금만 참고 기다려 보라고 말하는 선생님의 대사는 오래 남는다. 폭력을 견디는 법을 가르치는 어른의 태도는 귀신보다 더 서늘했다. 아이의 안전과 감정보다 조용히 넘어가는 것이 우선이 되는 순간, 학교는 무엇을 지키고 있는 걸까.

 

 

이 책을 먼저 가제본으로 읽어 더욱 신선했다. 챕터별 소제목 중 귀신으로 나오는 순지의 이름이 반쯤 지워진 디자인은 센스있었다. 윤나와 재이, 현서가 20년 전의 전교 1등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지, 그리고 이 숨 막히는 구조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을지 궁금증이 생겨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귀신 붙게 해 주세요>는 귀신 이야기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결국은 오늘의 교실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였다. 숫자로 환산되는 성취 뒤에 가려진 마음의 무게를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 청소년은 물론, 그들을 둘러싼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질문을 건네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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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 엄마 아내 선교사 - 아프리카 광야를 살아낸 5인 5색의 고백
강학봉 외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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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 엄마 아내 선교사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사모 엄마 아내 선교사>는 한 사람의 정체성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삶을 사는 다섯 명의 여인들의 기록이다. 아프리카라는 낯선 땅에서 그들은 선교사이기 이전에 사모였고, ‘엄마였으며, 동시에 아내이자 한 명의 개인이었다. 이 책은 그 수많은 역할 사이에서 흔들리고, 버티고, 다시 일어서는 실제 삶의 결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가정을 실제로 운영하고 결정하는 가정의 경영자이며, 동시에 아프리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수많은 결핍을 감당해야 하는 삶의 최전선에 서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선교의 길이 정말 하나님의 부르심이 맞는지 스스로에게 되묻는 순간들이다. 믿음이란 의심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의심 속에서도 다시 순종을 선택하는 과정임을 이 책은 조용히 증언한다. 선교의 숭고함보다 그 현실을, 이상보다 삶을 말하고 있어 이 책을 덮고 나면 선교지의 사모와 엄마를 더 이상 돕는 사람이나 따라간 사람으로 볼 수 없게 된다. 그들은 분명히 결정하고, 운영하고, 감당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매일같이 부르심을 다시 묻고, 다시 선택하는 믿음의 사람들이다.

 

가수 홍이삭의 부모님 이야기도 나와 반가웠다. 파푸아뉴기니로 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때가 홍이삭이 4학년때였다. 어머니인 강학봉선교사는 삶의 여정에 교사로 부르신 하나님을 기억하며 교사선교회 공동체와 50여년을 함께 지내온 것을 큰 복으로 여기셨다. 우간다에서 하얀 노른자로 만든 계란말이라는 짝퉁 한식을 언급한 정미향선교사의 에피소드도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사명이 반드시 특별한 무대에서만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화려하지 않은 반복, 눈에 띄지 않는 책임, 평범해 보이는 하루 속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일을 맡기신다. 선교의 화려한 열매보다 그 과정의 무게를 보여주며 그것을 견디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가 너무 쉽게 지나쳐왔던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어떤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또한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그 자리에서, 당신만이 감당할 수 있는 사명은 무엇인지. 나의 광야는 어디인지. 책을 덮은 이후에도 오래 마음에 남아 우리의 일상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선교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여러 역할 사이에서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깊은 공감을 건네고 있다. 누군가의 헌신 뒤에 있는 이름 없는 노동과 눈물, 그리고 여전히 이어지는 믿음의 선택을 마주하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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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옛마음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시집 <옛 마음>은 읽는 내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만든다. 스마트폰 대신 공중전화가 있고, 메시지 대신 편지가 오가던 시절. 이 시집은 80년대의 감성을 배경으로, 다방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써 내려간 편지 같은 시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빠른 고백도, 즉각적인 응답도 없는 세계에서 기다림자체가 하나의 서사가 되었다. 시집을 읽으면서 누군가의 시를 읽는 일이 아니라 자기 인생의 한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 처음 몇 편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화자는 분명 시집 속 인물로서 시골집에서 전화를 받고, 약속을 정하고, 눈길을 지나 다방으로 향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몇 장을 넘기다 보니 문득 그 자리에 나를 앉혀두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연락이 온 을 만나기 위해 화자인 가상의 주인공은 시골집을 떠난다. 약속을 정하고, 전화를 끊은 뒤에도 마음은 이미 길 위에 올라 있다. 1그대에게 가는 길에서는 전화기 너머의 숨결, 눈이 쌓인 길 위의 망설임 같은 장면들이 차분하게 펼쳐진다. 시들은 사건을 급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이동하는 시간과 마음의 떨림을 하나하나 따라간다. 마치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듯 읽었다. 다방으로 옮겨진 2부의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며에서는 각설탕이 천천히 커피에 녹고, 창밖에는 함박눈이 내렸다. 화자는 도착했지만 이야기는 멈춰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 정지된 시간 속에서 마음은 더 깊어지고, 기다림은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 상대를 향한 믿음과 기억의 확인이 된다. 오지 않는 시간을 견디는 동안, 화자는 스스로의 옛 마음을 마주하고 있었다.

 

시를 읽으며 모두 저마다의 을 떠올릴 듯하다. 오래 연락하지 못한 친구일 수도 있고, 끝내 만나지 못한 사랑일 수도 있겠다. 혹은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나 자신일 수도 있다. 이 시집이 특별한 이유는, 그 임의 얼굴과 이름을 끝내 말해주지 않으면서 비워진 자리에 독자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들어서도록 하고 있어서다. 다방의 창가에 앉아 있는 화자를 바라보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혹시 나도 누군가를 이렇게 기다리게 한 적이 있었을까.”

 

결국 오고야 만 당신을 만났을 때, 안도감이 들었다.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마음이 서로를 향해 있었다는 확인이 더 중요하게 다가왔다. 통하는 마음은 늘 말보다 늦게 도착하지만, 도착하고 나면 그동안의 시간을 모두 품고도 남았다. 이 시집을 덮고 나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속 다방에 다시 앉게 될 것 같다. 눈이 내리고, 커피가 식어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다리고 싶은 사람이 있었음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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