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붙게 해 주세요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5
이로아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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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붙게 해 주세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이로아 작가의 신작 <귀신 붙게 해 주세요>는 제목만 보면 오싹한 공포물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로는 성적과 규율이 지배하는 학교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 판타지 성장소설이었다. 이야기의 배경은 기순고등학교. 새로 부임한 교장은 학교 정상화 계도기간을 선포하며 흐트러진 분위기를 바로잡겠다고 말한다. 그 중심에는 부활한 야간자율학습, 일명 야자가 있었다. 모의고사 전 과목 1등급이 아니면 야자를 피할 수 없다는 규칙은 학생들에게 사실상 선택권이 없는 명령과도 같았다. 전 과목 1등급이라니, 극소수만 가능한 기준이 아닌가. 학교는 조용해졌지만, 그 침묵은 자율이 아니라 압박에서 비롯된 것임을 독자는 곧 느끼게 된다.

 

 

이 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이끄는 인물은 윤나, 재이, 현서다. 각자 다른 결을 지닌 세 학생은 성적과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틴다. 이들은 점점 숨이 막혀 가는 현실에 의문을 품고, 냉소적인 태도 속에 나름의 상처를 감춘 채 학교를 바라본다. 기대와 부담 사이에서 흔들리며 잘해야만 괜찮은 사람이 되는 구조를 온몸으로 감당해야만 하는 세 아이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기순고의 공기는 더욱 선명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윤나는 강령술로 20년 전 죽은 전교 1을 불러낸다. 그리고 정말로 귀신이 나타났다. 한때 학교의 자랑이었을 전교 1. 모두가 부러워했을 그 자리에 있었던 학생은 왜 20년 전 세상을 떠났을까. 그가 남긴 이야기는 현재의 기순고와 겹쳐지며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성적이 곧 가치가 되는 곳에서, 아이들은 얼마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판타지 설정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귀신의 등장은 공포를 조성하기보다, 오히려 현실을 또렷하게 비추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었다. 야자를 피하기 위해 전 과목 1등급을 받아야 하는 현실, ‘정상화라는 이름 아래 통제되는 일상은 어쩌면 귀신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문제아가 아니라 다만 도움을 필요로 하는 평범한 청소년들이었던 주인공들의 신호를 학교는 읽지 못한다. 아니, 읽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아빠에게 맞았다는 재이에게 조금만 참고 기다려 보라고 말하는 선생님의 대사는 오래 남는다. 폭력을 견디는 법을 가르치는 어른의 태도는 귀신보다 더 서늘했다. 아이의 안전과 감정보다 조용히 넘어가는 것이 우선이 되는 순간, 학교는 무엇을 지키고 있는 걸까.

 

 

이 책을 먼저 가제본으로 읽어 더욱 신선했다. 챕터별 소제목 중 귀신으로 나오는 순지의 이름이 반쯤 지워진 디자인은 센스있었다. 윤나와 재이, 현서가 20년 전의 전교 1등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지, 그리고 이 숨 막히는 구조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을지 궁금증이 생겨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귀신 붙게 해 주세요>는 귀신 이야기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결국은 오늘의 교실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였다. 숫자로 환산되는 성취 뒤에 가려진 마음의 무게를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 청소년은 물론, 그들을 둘러싼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질문을 건네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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