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무가 자란다 튼튼한 나무 35
김흥식 지음, 고정순 그림 / 씨드북(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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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무가 자란다

 

  제목만 읽었을 땐 나무를 소재로 한 밝은 성장동화인가? 라는 생각을 했는데 표지그림을 보니 남자아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온 몸은 거친 나뭇가지에서 피어난 색색깔의 열매같은 것들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그것이 표현하는 게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에 핀 푸른 열매는 피멍이 맺힌 것이었다. 매일 밤 아빠가 맨주먹으로 아이에게 심은 나무는 밤새 점점 커지고, 아침이면 열매가 맺힌다. 걷잡을 수 없이. 아이는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학교에 다니다가 어느날부터 이 나무들을 옮겨심기 시작한다. 친구들에게 자신과 똑같은 열매를 옮겨심는다. 마당에 묶여있는 개에게도, 어른이 되어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까지. 베어버릴 수도 없을만큼 커버린 나무는 폭력의 대물림, 소외되고 방치된 아이를 상징한다.

 

  작가는 은유적인 글을 통해 폭력의 대물림 문제를 이 책을 통해 고발한다. 비폭력을 위해 폭력을 묘사한 글에 가장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던 고정순 작가의 그림은 추상적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표현이라 할 만큼 어둡고 슬프고 무서운 아이의 심정을 대변해놓았다.

 

  우린 아이들이 주렁주렁 달고다니는 열매를 알아채주었다면 아이가 이토록 그 열매를 옮겨 심고 다니진 않았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 오늘 뉴스기사만 검색해보아도 아동학대에 대한 내용이 줄줄이 나온다. 20개월 아기를 학대해 의식불명에 빠뜨린 20대 아버지가 구속되는 내용, 목욕을 너무 오래한다고 아들의 나체를 촬영한 폭력적인 아빠, 아동 학대의 가해자 77%가 부모라는 기사 등등. 훈육을 이유로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가 너무 많다.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머리를 감싸며 울고 있는 저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 안쓰럽다. 저자의 말대로 나무가 품고 있는 그늘까지 이야기하는 책이 되어 우리 곁에 있는 아이들의 고통을 눈여겨보고 도움을 주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가 괴물이 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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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한 첫 일 년
레나 안데르손 지음, 김희정 옮김 / 청어람미디어(청어람아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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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한 첫 일 년

 

스웨덴 작가의 그림과 글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아이의 첫 일 년을 수기로 기록할 수 있게 만든 라이팅북인데,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라는 속담이 생각날 만큼 고슴도치를 일러스트의 소재로 활용하여 그렸다.

 

작가 레나 안데르손은 1939년생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모네의 정원에서’ , ‘꼬마 정원’, ‘신기한 식물일기등 많은 책에 그림 작업을 하였고 최근에는 마야는 텃밭이 좋아요’, ‘몰리는 할머니가 좋아요등의 책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서정적이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그녀의 작품은 스웨덴뿐만 아니라 우리 독자에게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책을 처음 넘기면 바르브로 린드그렌의 글이 우릴 반긴다.
이제 코~자렴, 나의 아기야.

앙증맞은 엄지손을 입에 넣고

비단처럼 보드라운 너의 살결, 나의 작은 아기야.”

스웨덴 작가로 평생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다양한 책을 발표했던 그녀는 스웨덴 어린이책의 고전으로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네가 태어나던 날이라는 제목의 페이지를 보면 손글씨로 기록할 수 있는 내용이 빈칸으로 남겨있다. 이를테면 우리아기 ( )( )( )에서 태어났어요.

태어났을 때의 몸무게는 ( ), 키는( ), 그날의 날씨는 ( ) 등등. 아기수첩을 꺼내어 우리 아이의 신상을 적고픈 욕구가 들었다.

 

몇 장을 더 넘겨보면 잘 자렴, 우리 보물이라는 제목의 페이지가 나온다.

네가 잠들 때 들려주면 좋아했던 이야기는 ( ), 네가 좋아했던 담요는 ( ), 엄마 아빠가 불러주면 좋아했던 자장가는 ( ) 등등. 우리 아이는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라는 찬양을 나지막이 불러주면 내 품을 파고들어 곤히 잠든다.

 

고슴도치가 파란 베개를 베고 하얀 이불을 잡아당기며 잠잘 준비를 마친 일러스트 아래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글이 삽입되어 있다.

, 이제 잘 시간이야. 붕붕 아기 꿀벌아, 세상 모든 아기는 포근한 이불 속으로

아기들의 엄마도 아기들의 아빠도 모두 꿈나라로 가야 해. 지금은 밤이니까

세상 모든 고양이도 꿈나라로 가야 해.”

 

책 곳곳에 스웨덴 동화작가의 글이 적혀있어 읽기 좋았다. 이 분은 전 세계 어린이들의 여전한 사랑을 받고 있는 말괄량이 삐삐를 집필한 작가였다.

 

소소한 일상이지만 기록해두지 않으면 잊힐 내 아이의 모든 것을 이 책을 통해 기록해둬야겠다.

너를 까르르 웃게 만든 것들, 네가 질색한 것들, 네가 처음 바다를 본 날, 네가 처음 잔디를 맨발로 밟아 본 날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질문들도 있지만 우리 아이와의 첫 일 년의 놀라운 순간들은 내 머릿속과 눈 속에 반짝이고 있다. 손글씨로 기록해두었다가 아이가 크면 선물해주고 싶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이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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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액팅 - 스토리, ‘텔링’을 넘어 ‘액팅’으로
전영범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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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액팅

 

  눈에 띄는 노란 표지에 한번, 4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에 두 번 눈길이 갔다. 왠지 두꺼운 책을 들고 읽고 있으면 굉장히 지적여 보인다는 나만의 착각을 하곤 하는데 이 책은 그 양에 질리기보단 발췌해서 읽고 싶은 부분부터 찾아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재미를 더했다. 제목은 스토리 액팅. 보통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는데 이 책 제목은 한 단계 더 나아가 행동을 요구했다. 리더가 되려는 사람에게는 인생의 스토리텔링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보면 1부는 스토리텔링에 관해 2부는 스토리액팅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전자는 누구나 생각하는 행복한 삶과 후회 없는 죽음을 위해 우리가 어떤 인생의 스토리텔링을 준비할 것인가, 후자는 스토리텔링에서 나아가 행동하는 힘, 즉 스토리액팅의 동기를 얻고자 하는 것에 관한 내용이다.

 

  저자는 한번뿐인 삶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수의 철학자, 위인들을 소환했다. 또한 고전과 현역으로 활동 중인 작가들의 책들도 인용하여 삶과 행복, 죽음, 시간, 도전, 관계 등에 관한 자기계발을 이야기했다. 자기계발서중에 이렇게 많은 나침반을 제시하여 읽는 즐거움을 느꼈던 적이 참 오랜만이다. 지적 욕구를 충족하고픈 나만의 바람이었을까? 책을 읽는 것이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이 되었으면 한다는 저자의 생각은 적어도 나에겐 해당되는 바여서 기뻤다. 인생이라는 연극무대에 올라 선 우리들은 모두 배우, 액터다. 젊은이에게 주기엔 아까운 젊음을 소유한 지금, 훗날 후회하지 말고 이 청춘을 인생에서 찬란하게 보내자. 헬렌켈러의 명언을 하나 적어본다. “내일 갑자기 장님이 될 사람처럼 여러분 눈을 사용하십시오. 소리를 갑자기 못 듣고, 말을 갑자기 못할 것 같은 마음의 자세로 살아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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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비친 내 얼굴 참 낯설다 - 멋지게 나이 듦에 대하여
백길석 지음 / 가넷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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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비친 내 얼굴 참 낯설다

 

<살아온 만큼 살 날이 많은 중년을 위한 마음 처방전.

새로운 삶을 맞이하기 위한 마음가짐부터 구체적인 행동지침까지,

인생의 2막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모든 것을 이 한권에 담았다>는 출판사의 소개가 우리 부모님께 연말 선물로 드리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아빠는 은퇴를 했고 엄마도 곧 은퇴를 맞이할 예정이다. 중년의 부부가 지금까지 자녀를 위해 살았다면, 이제는 온전히 자신에게 쏟을 시간과 정성 그리고 행복한 여생에 대해 동기부여가 될 만한 것이 담겨 있었다.

 

  난 몇 년 전부터 부모님께 전**이라는 잡지를 구독해드리고 있었다. 중년의 일자리, 귀농과 귀촌, 건강과 취미 등 퇴직 후 2라운드를 시작하는 세대들을 위한 50대 이후 커뮤니티랄까? 나도 함께 읽으며 부모님 연배의 시니어들의 모습을 많이 공감하곤 했는데 이 책 또한 뒷방 노인이 아닌 액티브 시니어로 활기찬 시간을 보내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어 미래의 내 모습을 위해서도 나부터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싼 인생등록금을 치른 베이비붐 인생선배님들의 세대가 이제 퇴직을 시작했고 난 그 세대의 자녀세대다. 저자도 중년의 문턱을 넘고 있는 상황. 목차를 보니 액티브 시니어, 시니어 노마드, 에어비앤비같은 단어가 나왔다. 좋아하는 것만 해도 부족한 시간임을 인지하고 다양한 행보로 생각의 공간, 시각과 생활의 공간을 넓히자고 외쳤다. 참 이상적이지만 모든 중년이 이 바람대로 살기엔 경제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일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시니어의 가치를 높이자는 내용에는 젊을 때 완장은 떼야 대접받는다고 운을 떼었다. 꼰대나 할법한 내가 젊을 때 어떤 사람이었는줄 알아?”같은 얘기는 허공에 흩어질 의미 없는 소리다. 중년기 감정 조절은 남은 생의 인품을 빛내준다고 하니 자기 생각만 고집하지 말자고.

 

  1인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요즘 부쩍 극단적인 선택을 한 노인의 기사나 독거노인의 고독사가 늘고 있다. 죽음이라는 두려운 감정이 마음에 틀어박히지 않도록 꼬리를 무는 잡생각을 잘라 내야 한다지만 이 기사를 보고 있으면 열악한 현실에 참 암울하다. 이런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웰다잉 준비를 하려면 욕심을 버리고 감정의 흔들림을 알아차리자, 살면서 해를 끼친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자,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며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보자는 내용을 이야기했다.

 

  행복의 조건 중 하나는 인간관계에 있다. 손자가 찾는 좋은 조부모가 되자는 내용을 보았는데, 자녀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였다. 하여 자식이 효를 행하게 하는 것엔 부모의 덕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이 자식을 부른다. 그 모습을 본 손자는 행함의 본보기로 관계의 소중함을 배우는 것이고. 우리 집도 지금 3대가 함께 살지만 언젠가 분가를 하면 우리 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고 공경하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고 기도한다.

 

  이 외에도 중년으로서 깊은 사색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노력하는 생생한 행동지침과 조언들이 가득하다. 노화로 인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더 이상 낯설게 여겨지지 않도록 자신을 사랑하고, 염려와 조바심 대신 활기차고 편안하게 얼굴에 미소를 띠며 하회탈같이 살기를 소망하는 모든 이들이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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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힘 - 사람을 이끄는 대화의 기술
김병민 지음 / 문학세계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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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힘

 

  이 책은 시사평론가로서 을 직업 삼아 지내는 저자가 에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수년간의 방송을 바탕으로 말의 힘을 키워온 지난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주로 방송 대담에서 토론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말을 하다 보니 논리적이고 타당하게 설득하는 말하기 비법이 담겨있다. 누군가와 말로 싸워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목적이 있는 말하기기에 체계적인 학습과 반복적인 습관이 중요하다고 한다.

 

  한번은 시사 토크쇼에서 경기도의 한 지자체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고 한다. 여느 때처럼 패널들과 비판적 논조로 대화를 나눴는데 그 후 그 단체장으로부터 고발장이 날아왔다. 방송에서 자신에 대해 비평한 평론가를 고발한 단체장을 보며 참 비겁하단 생각이 들었단다. 한때 청와대 게시판까지 올라갔던 240번 버스기사 사건이 있다. 아이가 정류장에서 먼저 하차했는데 엄마가 미처 내리지 못해 차 문이 닫혔다는 내용이었다. 사건은 비인륜적인 버스 기사에 초점을 맞췄는데 알고 보니 반전이 있었다. 목격자의 주장처럼 해당 버스기사는 욕을 한 사실도, 승객의 하차요구를 무시한 적도 없었던 것이다. 버스 기사는 그 후 언론 인터뷰에서 평생 잊지 못할 고통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가짜뉴스와 확대 재생한 언론, 가짜목격담을 포한 네티즌 등, 대중 모두에게 큰 경종을 울렸던 사건이다. 말이든 말을 글로 쓴 것이든 누군가에게 수가 되는 말의 날카로움. 그 무게를 누가 감당할 수 있는가?

 

  저자는 고 노회찬 의원의 어록과 대화를 남기며 촌철살인 화법을 눈여겨보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타인에 대한 관심인데 노 전 의원은 그의 촌철살인 비법에 대해 관심과 기록의 힘을 귀띔해 주었다고 한다. 대화에서 타인과 눈높이를 맞추려던 노력, 굳어진 분위기를ㄹ 유연하게 만들어주던 위트, 대중과 공감할 수 있는 한마디가 그립다. 난 요즘 이낙연 국무총리의 회자되고 있는 화법에 공감이 간다. 야당의 생떼 발목잡기에 차분하게 참교육을 실천한달까? 상대방의 시뮬레이션을 능가하거나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거나 잘못된 부분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모습이 품격 있다. 그는 대쪽 같은 이미지와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중후한 화법의 소유자였다. 대정부 질문에서도 송곳 같은 야당질의에 흔들리지 않고 핵심을 짚는 답변에 시원함을 느낀 국민들의 호감이 지지율로 나타났었다. 말을 다룰 줄 아는 그의 화법 또한 저자가 이야기하는 말의 힘을 나타내고 있다.

 

  식당 냅킨 뒷면이나 영수증 뒷면도 좋으니 당장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이 습관은 말의 힘을 키우는 데 필요한 좋은 재료들을 제공해 준단다. 말의 무게는 한순가에 쌓이는 것이 아니다. 정약용이 이야기한대로 어설픈 메모가 완벽한 기억보다 낫다고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도록 메모하고 기록하는 일은 말의 힘을 북돋아주는데 일조한다.

 

  강압적인 말로 제압하는 것보다 논리적으로 타당하게 설득하는 기술을 배우려면 청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말을 알아야 한다. 더불어 토론뿐 아니라 일상 속 짧은 대화들 속에서도 좋은 인상을 남기고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이 책에서 강조하는 내용을 정독해 읽어보자. 말을 통해 삶이 변화되는 것을 경험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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