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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힘 - 사람을 이끄는 대화의 기술
김병민 지음 / 문학세계사 / 2019년 11월
평점 :
말의 힘
이 책은 시사평론가로서 ‘말’을 직업 삼아 지내는 저자가 ‘말’에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수년간의 방송을 바탕으로 ‘말의 힘’을 키워온 지난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주로 방송 대담에서 ‘토론’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말을 하다 보니 논리적이고 타당하게 설득하는 말하기 비법이 담겨있다. 누군가와 말로 싸워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목적이 있는 말하기’기에 체계적인 학습과 반복적인 습관이 중요하다고 한다.
한번은 시사 토크쇼에서 경기도의 한 지자체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고 한다. 여느 때처럼 패널들과 비판적 논조로 대화를 나눴는데 그 후 그 단체장으로부터 고발장이 날아왔다. 방송에서 자신에 대해 비평한 평론가를 고발한 단체장을 보며 참 비겁하단 생각이 들었단다. 한때 청와대 게시판까지 올라갔던 240번 버스기사 사건이 있다. 아이가 정류장에서 먼저 하차했는데 엄마가 미처 내리지 못해 차 문이 닫혔다는 내용이었다. 사건은 비인륜적인 버스 기사에 초점을 맞췄는데 알고 보니 반전이 있었다. 목격자의 주장처럼 해당 버스기사는 욕을 한 사실도, 승객의 하차요구를 무시한 적도 없었던 것이다. 버스 기사는 그 후 언론 인터뷰에서 평생 잊지 못할 고통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가짜뉴스와 확대 재생한 언론, 가짜목격담을 포한 네티즌 등, 대중 모두에게 큰 경종을 울렸던 사건이다. 말이든 말을 글로 쓴 것이든 누군가에게 수가 되는 말의 날카로움. 그 무게를 누가 감당할 수 있는가?
저자는 고 노회찬 의원의 어록과 대화를 남기며 촌철살인 화법을 눈여겨보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타인에 대한 관심인데 노 전 의원은 그의 촌철살인 비법에 대해 관심과 기록의 힘을 귀띔해 주었다고 한다. 대화에서 타인과 눈높이를 맞추려던 노력, 굳어진 분위기를ㄹ 유연하게 만들어주던 위트, 대중과 공감할 수 있는 한마디가 그립다. 난 요즘 이낙연 국무총리의 회자되고 있는 화법에 공감이 간다. 야당의 생떼 발목잡기에 차분하게 참교육을 실천한달까? 상대방의 시뮬레이션을 능가하거나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거나 잘못된 부분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모습이 품격 있다. 그는 대쪽 같은 이미지와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중후한 화법의 소유자였다. 대정부 질문에서도 송곳 같은 야당질의에 흔들리지 않고 핵심을 짚는 답변에 시원함을 느낀 국민들의 호감이 지지율로 나타났었다. 말을 다룰 줄 아는 그의 화법 또한 저자가 이야기하는 말의 힘을 나타내고 있다.
식당 냅킨 뒷면이나 영수증 뒷면도 좋으니 당장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이 습관은 말의 힘을 키우는 데 필요한 좋은 재료들을 제공해 준단다. 말의 무게는 한순가에 쌓이는 것이 아니다. 정약용이 이야기한대로 ‘어설픈 메모가 완벽한 기억보다 낫다’ 고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도록 메모하고 기록하는 일은 말의 힘을 북돋아주는데 일조한다.
강압적인 말로 제압하는 것보다 논리적으로 타당하게 설득하는 기술을 배우려면 청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말을 알아야 한다. 더불어 토론뿐 아니라 일상 속 짧은 대화들 속에서도 좋은 인상을 남기고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이 책에서 강조하는 내용을 정독해 읽어보자. 말을 통해 삶이 변화되는 것을 경험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