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사랑하기로 했다 - 지금 사랑이 힘든 사람을 위한 심리학 편지
권희경 지음 / 홍익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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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년차 심리상담가의 를 통해 풀어보는 연애와 결혼의 관계 수업에 관한 책이다. 우린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곤 한다. 하지만 나를 알면 보이는 것들이 꽤 많다. 지금 사랑이 힘든 사람을 위한 심리학 편지를 함께 읽어보자.

 

  자기 이해의 과정 없이 계속 아픈 사랑을 반복하는 이들이 있다. 자기의 과도한 기대나 그릇된 신념,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자문자답하다보면 자기를 이해하고 나아가 상대방의 마음도 이해하는 능력이 생긴다. 특히 사랑하는 이성과의 관계에선 처음엔 열정과 욕구의 힘으로 사랑이 불타오를 순 있지만 갈등이 발생하면 이성과 함께 작동해야 풀릴 수 있다. 책은 크게 네 파트로 나누어 <연애가 어려운 당신, 자신의 그림자가 문제일지 모른다>, <부부 갈등, 소통과 자기 성찰이 열쇠이다>, <상담 테이블에서의 한 시간>, <사랑은 존중>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나는 두 번째, 부부 갈등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해 먼저 발췌해 읽어보았다.

 

  상담자인 저자는 부부로 살아보며, 상담자로서 부부를 만나보니, 행복한 결혼은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보다도 서로 얼마나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서로 실망을 주었더라도 회복하려고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부관계를 활발히 연구한 심리학자 휴스턴 연구팀에서는 신혼 2년 동안의 애정 수준이 13년 후의 결혼생활을 예측하는 중요한 변수임을 밝혔다고 한다. 신혼 때 소통과 공유하는 시간이 적고 비난과 원망이 많다면 애정이 감소하며 이후 부부관계의 질과 상관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시기를 막 지나고 있는 나로선 반성해야 될 일이 많다고 느꼈다. 책은 여러 내담자의 사례를 들려주며 나도 비슷하게 겪고 있는 내용을 이야기했다. 지금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나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있었다. 남편은 상대적으로 지적질과 훈계를 잘한다. 아버님도 손주에게 하는 말 같지만 며느리인 나에게 하는 말로 들리는 것들이 꽤 있다. 아버님과 남편은 꼭 닮았다. 사례에선 며느리인 Y가 이런 환경에서 자신의 불안과 분노의 뿌리를 상담을 통해 알아냈다. 남편을 공격자로만 대했던 이유는 이것이었다. 그녀의 엄마가 자신의 남동생을 매우 엄격하게 대하며 조금만 잘못해도 혼냈던 것. 자신은 딸이라 그 비난을 피했지만 항상 죄책감이 들었단다. 그녀는 시아버지와 남편을 보면서 그런 감정들에 영향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난 비교적 온화한 성정의 부모님 밑에서 자라 시가의 분위기에 지금 적응하곤 있지만 종종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이 책을 읽고 나에게도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없는지 좀 더 생각해볼 계기가 되었다.

 

  부부가 자주 싸우는 이유 중 하나가 교육과 훈육 방법의 차이 때문이다. 저자는 둘 다 옳다 그러나 싸움이 문제다라는 제목을 붙여 조언했다. 애들 문제만큼은 너무 감정적으로 휩쓸리거나 분노를 터뜨리지 말고, 이성적으로 대화할 주제이다. 아무리 좋은 교육관을 가졌다고 해도 부모가 서로 의사소통을 제대로 못한다면 아이만 혼란스러워진다. 이젠 옳다 그르다로 싸울 것이 아니라 각자 나름대로 양육의 소망과 방법을 말하다보면 자신의 부모가 자기를 어떻게 길렀는지도 말하게 된다. 부부존중이 먼저 이뤄져야 자식 사랑법이 일관적으로 생기는 것 같다.

 

  사랑은 공감을 연습하기 좋은 경험이다. 부부 상담에서도 공감적 반응을 증진하면서 관계를 회복해나가곤 한다. 이젠 상대만 문제 삼지 말고 먼저 공감하고 나 자신의 문제는 없는지 들여다보는 시간을 많이 확보해야겠다. 공감 능력은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수용하는 일과도 관련이 있기에 평소 자기감정에 좀 더 집중하는 것도 상대를 공감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인간관계, 특히 사랑의 관계 속에서 를 들여다보는 연습을 해볼 기회가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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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MR
공오사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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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도 위트 있다. 제목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스펠링인가 했더니 ASMR을 패러디한 느낌이다. 전자는 귀를 속삭이는 소리라면 이 시집은 귀를 속삭이는 라고 정의했다. 짤막한 시와 간간이 삽입된 일러스트가 눈과 귀를 자극하는 듯하다.

 

  머릿속을 비우고 귀속에 잠잠히 속삭이는 저자 공오사의 시집을 들어볼까? 그는 자신의 시가 우리의 책갈피가 되어 순간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시가 되었음 한다고 말했다. 시의 전반적인 느낌은 하상욱 시인의 <시 읽는 밤>과 같았다. 짧은데 강하다. 그 몇 마디에 머릿속을 강타하는 기분이 든다.

 

제목 : 청바지

진아 우리 일 년 전만 해도 잘 맞았는데

 

 이 한 줄에 이심전심이 느껴진다. 출산하고 두 번째 맞는 여름인데 아직도 체중은 돌아올 줄 모르고 복부에 붙어있는 살은 내 오랜 벗과 같은 청바지를 멀리하게 만들었다.

 

제목 :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나

오른쪽에는 공부하는 학생

왼쪽에는 술에 취해 자는 아저씨

정면에는 많이 낯선 사람

많이 힘들어 보이고 고민이 많아 보인다

 

  정면에 보이는 사람은 바로 나다. 특히 마스크를 쓰고 얼굴의 반을 가리고 나니 나인지 남인지 낯설다. 눈빛은 출근길엔 졸립고, 퇴근길엔 흐리멍덩하다. 많이 힘들다. 나 역시.

 

  시집을 부담 없이 다 보고 나서 저자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이었다. 10분만 투자하셔서 지친 일상 속에서 자그마한 휴식을 느끼셨으면 한다고. 글을 읽는 덴 어려움이 없었다. 일상생활 속에서 얻은 시들이라 직설적이고 재치 있었다. 억지로 쓰지 않은 글이란 느낌을 받았다. 굉장히 사소하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일상을 시어로 만들어 읽는 이를 공감하게 하는 그는 역시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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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아직 설명이 필요하지 걷는사람 시인선 23
김대호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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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아직 설명이 필요하지

 

  시집을 읽을 땐 뒷부분의 평론가나 다른 시인이 쓴 해설을 맨 나중에 읽으며 내가 읽었던 느낌과 대조해본다. 거기서 또 다른 새로운 발견을 하면 희열을 느끼고 시를 다시 읽어본다. 김대호님의 시집은 제목부터 시선을 끈다. 어떤 설명이 필요하기에 시로 풀어놓았을까? 많은 시들이 이 시집에 압축되어 있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기억에 남는다.

택배를 기다린다

자신을 반품하는 방식으로

(중략)

일생을 무엇과 파업 중이지만

나는 나를 매일 어디로 보냈고 어딘가에서 반송된 나를 다시 받았다

택배를 기다린다

(중략)

자신을 반품하는 방식으로

그 무엇이 나를 배반하는 방식으로

 

 제목처럼 기다리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활기였다. 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과 무기력이 나를 보는 듯했다.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라는 시도 마음에 드는 시구를 많이 발견했다.

 

난 요즘 감정과 기분 외부의 소란까지 모두 모아서

씨실과 날실로 고요를 깁는 중이다

(중략)

내가 미리 준비해 둔 고요를 펴서

앙상한 내 몸을 덮어주고

비로소 우주 어딘가로 복귀할 것이다

 

  모래먼지를 털고 깊은 지층에서 나온 자신의 근친들이 혼수상태인 나를 덮어주고 우주로 간다는 설정은 죽음을 시각화한 표현같이 느껴졌다. 해설에선 제목과 같이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라고 덧붙이고 변명하고 반박하고 싶은 말들은 많겠지만 죽음에는 아무 말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시집에 언급된 시어들에는 인생, 시간, 반복과 같은 단어와 결이 다른 밀도, 중력, 방향 등의 생소하면서 결이 다른 단어들이 붙어 일종의 방법론적 계산을 해본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조합과 계산이 나온다. 늘 다시 계산하는 반복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실감을 구축해나간다고 표현한 것이 김대호 시집에서만 볼 수 있는 느낌이다. 다른 이들도 말했듯 몸의 감각으로 시를 표현한 그의 독특한 색깔을 만나고 싶다면 이 시집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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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오늘은 처음이니까
김은주 지음 / SISO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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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오늘은 처음이니까

 

  종종 외로웠다. 가족도 있고, 직장도 다니고 있고 늘 무리 속 어딘가 언저리에 있으면서도. 이 책의 제목부터 나를 토닥이고 있는 듯하다. 손글씨로 외로움은 여유다.” 라고 써 보이며 혼자 놀 수 있는 방법 몇 개쯤 꼭 준비해놓잔다. 커피숍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이해가 된다. 자꾸 사람이 많은 공간에 가서, 그곳에서의 잡담이 거슬리지 않을 정도가 되면 외롭지도, 집중력이 떨어지지도 않는 모양이다. 갑자기 찾아왔다. 외로움은 바쁜 나에게 문득 찾아온 손님이지만 내쫓고 싶지 않았다. 그 외로움대로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면 난 성숙한 인간인건가? 어찌됐든 외로움을 느낀 순간 난 여유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북적이는 카페에서 차도 마시고, 맘만 먹으면 책에 나온 대로 지하철로 바다를 보러 갈 수도 있다. 진짜로 예전에 지하철1호선을 타고 인천역까지 가서 또 버스를 타고 월미도를, 그것도 혼자 갔다 온 적이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동인천역에 들러 신포시장에서 닭강정까지 사먹을 정도면 외로움을 바다와 먹부림으로 승화시켰달까.

 

  저자의 손글씨 중 힐링이 필요할 땐 무작정 떠나자란 문구도 와닿았다. 창가에 앉아 바라보는 노을, 머리카락을 살짝 스치는 바람,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도 낯선 곳에서 만나면 새롭게 느껴진다.는 말씀. 시험에 떨어지고 내 일상이 매우 건조해 흙바람만 풀풀 날리는 기분이 들 때 이번에도 나 혼자 양수리 두물머리를 간 적이 있었다. 꽤 먼 곳이었고 낯설었지만 이 문장처럼 내가 느꼈던 건 두려움보단 새롭고 설렘의 기분이었다. 무턱대고 떠난 발걸음의 꽤 만족스러웠던 경험이었다.

 

  고흐의 일생을 다룬 영화를 언급했다. 나도 반고흐:위대한 유산이란 영화를 보았는데, 그의 유명한 작품들과는 달리 고흐의 인생은 고요하지도 순탄하지도 않았다. 인생은 겉만 보면 알 수 없다. 내 삶이 지극히 평범하고 소소하게 행복하다면 그걸로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지극히 일상적인 문장이지만 그 속에서 감성을 건드리고 행동을 유발하게 만드는 저자의 필력이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손글씨를 첨부해 편지를 읽는 듯 한 기분이 들어 더 힐링되었다. 울적한 날엔 꼭 이 책을 들고 작은 위로를 찾고 싶다. 그리고 그런 날도 그저 긴 인생 중 지나갈 하루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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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예창]명화로 보는 성경동화 (구약10권+신약10권)
문예창작 편집부 지음 / 문예창작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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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보는 성경동화

 

  어릴 적부터 주일학교를 다녔던 나는 교회에서 배우는 성경이야기가 무척 재밌었다. 아브라함, 모세, 노아, 다윗, 다니엘 등 성경 속 인물들을 생기 있게 묘사해준 전도사님과 선생님들이 기억난다. 하지만 이번 서평을 통해 그 당시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성경을 풍부하게 전해줄 일러스트의 질이 상당히 떨어졌던 느낌이 든다. 명화는 고사하고 인물들이 다 비슷비슷하게 그려졌다. 그런 면에서 이번 서평도서인 도서출판 예창의 <명화로 보는 성경동화>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명화는 어릴 적 일찍, 그리고 많이 접할수록 그 명화의 느낌이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배게 된단다. 구약10, 신약10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전집은 자극적인 미디어에 익숙해진 우리와 아이들에게 성경말씀을 명화와 함께 시청각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올바른 소양과 바른 인성을 가진 아이로 자라게 함을 목표로 한다. 4권의 도서를 제공받았는데 나는 아이에게 <노아의 방주>를 제일 먼저 읽어주었다. 가장 임팩트 있는 사건이고 좋아하는 동물들이 많이 나와서 무엇보다 좋아했다. 미국 게티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노아의 방주로 들어가는 동물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 . 17세기 안 브뤼헬의 작품인데, 하늘은 짙은 구름이 몰려와 곧 비가 올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짐승들만 저 멀리 보이는 방주를 향해 가고 있다. 사람 셋이 그 모습을 구경하고 있지만 곧 홍수가 올 거라는 건 짐작도 못하는 표정이다. 아주 여유롭게 애완견과 앉아 이 행렬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바라만 본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는 이들의, 보고도 알지 못하는 모습을 인상 깊게 표현했다. 암수 한 쌍씩 짝을 지어 말, 사자, 극락조 등 하나님이 태초에 창조하셨던 생물체 그대로 하늘의 새와 육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방주에 태웠다.

 

 이 외에도 아라랏산에 도착한 노아의 방주 모습이라든지, 비둘기를 날려 보내는 노아의 명화 등이 실려 있었다. 루브르 미술관을 비롯해 세계적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고퀄리티의 명화를 수집하느라 3년 반의 시간이 걸렸다니 정성이 대단하다. 같은 내용의 책이라도 그것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그림의 질에 따라 읽는 이의 상상력은 어마어마한 차이를 낳는다. 이 화폭에 담긴 감성적이고도 지적인 재산, 최고의 상상력과 숭고한 영혼까지 교감하게 될 것이다. 책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해설을 도와주는데 일종의 도슨트같은 역할을 한다. .아이들에게 친숙하게 말풍선을 넣어 대화하듯 미술관을 관람하는 효과를 줄 수 있었다. 뒷부분에는 다양한 독후활동을 돕는 내용들이 있었다. 퍼즐 그림 맞추기라든지 그림과 함께 만드는 글이라 하여 문장 중간 중간 단어를 그림으로 표현해 글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독후활동은 주일 학교 때도 해본 기억이 나서 반가웠다.

 

  예창에서 만든 <명화로 보는 성경동화>에는 노아의 방주 외에도 꿈꾸는 아이 요셉이나 착한 며느리 룻,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다른 사람이 된 사울 등 19권의 책이 더 있다. 자녀에게 천편일률적인 도서대신 가치가 귀한 명화를 곁들인 도서를 읽히고 싶다면 이 책을 선택하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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