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오늘은 처음이니까
김은주 지음 / SISO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누구에게나 오늘은 처음이니까

 

  종종 외로웠다. 가족도 있고, 직장도 다니고 있고 늘 무리 속 어딘가 언저리에 있으면서도. 이 책의 제목부터 나를 토닥이고 있는 듯하다. 손글씨로 외로움은 여유다.” 라고 써 보이며 혼자 놀 수 있는 방법 몇 개쯤 꼭 준비해놓잔다. 커피숍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이해가 된다. 자꾸 사람이 많은 공간에 가서, 그곳에서의 잡담이 거슬리지 않을 정도가 되면 외롭지도, 집중력이 떨어지지도 않는 모양이다. 갑자기 찾아왔다. 외로움은 바쁜 나에게 문득 찾아온 손님이지만 내쫓고 싶지 않았다. 그 외로움대로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면 난 성숙한 인간인건가? 어찌됐든 외로움을 느낀 순간 난 여유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북적이는 카페에서 차도 마시고, 맘만 먹으면 책에 나온 대로 지하철로 바다를 보러 갈 수도 있다. 진짜로 예전에 지하철1호선을 타고 인천역까지 가서 또 버스를 타고 월미도를, 그것도 혼자 갔다 온 적이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동인천역에 들러 신포시장에서 닭강정까지 사먹을 정도면 외로움을 바다와 먹부림으로 승화시켰달까.

 

  저자의 손글씨 중 힐링이 필요할 땐 무작정 떠나자란 문구도 와닿았다. 창가에 앉아 바라보는 노을, 머리카락을 살짝 스치는 바람,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도 낯선 곳에서 만나면 새롭게 느껴진다.는 말씀. 시험에 떨어지고 내 일상이 매우 건조해 흙바람만 풀풀 날리는 기분이 들 때 이번에도 나 혼자 양수리 두물머리를 간 적이 있었다. 꽤 먼 곳이었고 낯설었지만 이 문장처럼 내가 느꼈던 건 두려움보단 새롭고 설렘의 기분이었다. 무턱대고 떠난 발걸음의 꽤 만족스러웠던 경험이었다.

 

  고흐의 일생을 다룬 영화를 언급했다. 나도 반고흐:위대한 유산이란 영화를 보았는데, 그의 유명한 작품들과는 달리 고흐의 인생은 고요하지도 순탄하지도 않았다. 인생은 겉만 보면 알 수 없다. 내 삶이 지극히 평범하고 소소하게 행복하다면 그걸로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지극히 일상적인 문장이지만 그 속에서 감성을 건드리고 행동을 유발하게 만드는 저자의 필력이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손글씨를 첨부해 편지를 읽는 듯 한 기분이 들어 더 힐링되었다. 울적한 날엔 꼭 이 책을 들고 작은 위로를 찾고 싶다. 그리고 그런 날도 그저 긴 인생 중 지나갈 하루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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