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성 수업 - 보통 사람들을 위한
신성권 지음 / 미래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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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을 위한 창조성 수업

 

아이를 키우다보니 창의력에 좋은 유아교구, 도서들을 많이 소개받는다. 엄마로서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한 것 같다. 퍼즐블럭이나 자석칠교같은 것으로 창의력, 상상력을 개발할 수 있다는 문구에 현혹되기도 한다. 비싼 전집에 창의력, 창의 표현이란 홍보 문구가 들어가면 한 번 더 보게 된다. 이렇듯 창의성은 중요한 것이란 각인이 새겨진다. 오늘 읽은 서평도서에선 창의성과 창조성에 대해 조금은 자세히 구별해주었다. 창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으로 굳이 결과물이 없어도 되는 것이지만 창조는 기존에 없던 생산물이 만들어져야 한다. 무형의 생각을 토대로 유형적인 결과물이 도출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창조는 창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포괄적 개념인 것 같다. 제목과 같이 보통 사람들을 위한 창조성의 이야기니만큼 평범한 사람들도 발휘할 수 있는 개념임에 도전이 되고 기대가 된다. 사실 인공지능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간의 창조성이 중요한 것인가 의문을 품고 있었다. 얼마 전 인공 지능이 그린 그림을 보고 예술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인간만의 고유 영역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인간과 인공 지능의 대결구도로만 볼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말대로 우린 인공 지능을 도구로 사용하여 창의 노동의 편리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꼭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나와 같은 인간이 어떻게 창조성을 발현할 수 있는지 이 책은 자세히 조언해주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고 스스로 창조적이라고 믿으며 그것의 도구와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으로만 만족하며 정작 실행을 하지 못했던 지난날을 떠올려본다. 자기계발에는 치열한 내적 탐구과정이 반드시 들어있어야만 한다. 타인의 노하우를 공부하는 것으로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겠다. 자기 내면에 숨어 있는 괴물을 맞닥뜨리는 과정도 필수적이다. 이 내적 성찰의 과정으로 자신의 욕망과 충동, 공격성을 확인하고 인정하는 것은 어린 시절의 유치함을 되찾는 것과도 같다. 거기에 창의성과 직관이 들어있다. 재능이 우수한 것과 창조적 인물이 되는 것은 별개라고, 작가는 말했다. 평범한 일상에서도 남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것으로 생산성을 내는 것이 바로 창조성이니까. 창조성의 관건은 배짱이었다. 자신의 고유한 생각과 경험을 나와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 앞에 당당히 드러내고 버티는 태도. 그것이 능력이다. 자기계발을 하며 창조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경계와 비난을 받기도 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자신들을 넘어서는 것을 경계하며 애매모호한 방식으로 그 마음을 표출한다. 자신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능숙한 고급스러운 인간(?)들을 조심하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우리의 성공을 원하지 않으며 시기와 분노를 표출하기 때문이다.

 

창조는 모방에서 비롯된다. 이것은 창조의 기술 중 하나인데, 볼테르는 독창성은 신중한 표절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독창성은 자신 내면의 근원적인 곳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그것이 외부에 창조적 형태로 드러나기 위해선 현실 요건을 충족하는 정교한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기존의 규칙과 형식을 학습할 필요가 있고 창조의 도구와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기술은 이미지로 사고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도 시각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직관은 지식보다 중요하고 문제에 대해 사고할 땐 언어보다 이미지화된 사고방식을 도입했다. 우리의 꿈도 이미지화하여 한 장의 사진으로 만들라는 말이 인상 깊다.

 

작가는 말했다 .창조성의 발현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하고. 외부의 한계에 좌우되지 말고 남들과 다른 생각과 방식을 연구하는 태도를 가지며 창조성을 연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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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하지 못한 사랑한다는 한마디 - 메마른 가슴을 울리는 16人의 감동적인 편지
임동현 외 지음 / 봄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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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하지 못한 사랑한다는 한마디

 

16명이 함께 쓴 감동적인 편지를 읽었다. 가슴 속에 그리움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이웃들이었다. 편지의 대상은 지금은 함께 할 수 없는 가족과 친구, 반려견도 있었고 여전히 곁에 있지만 말로는 전하기 쑥스럽고 힘든 엄마, 아빠, 아이들, 아내도 있었다.

 

편지지와 같은 책의 편집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었다. 많은 문장들 중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큰 글씨와 색깔 글씨로 눈에 띄게 해놓았다. 자녀를 군에 보낸 아버지의 편지가 인상 깊었다. 수다스럽고 장난 잘 치는 개구쟁이 아들이 크면서 조용하고 내성적이 되어 그게 혹시 아빠 때문은 아닌지 자책이 되기도 한다는 아버지였다. 4년 전 형의 군대 입대날도 경험했으니 두 번 째는 수월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훈련소 모자를 쓰고 생활관으로 줄 맞춰 들어가며 엄마 아빠를 향해 작게 흔들던 둘째의 손이 잔상이 되어 잊히질 않는다고 했다. 아버지로서 자녀가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무의미한 시간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해지는 듯했다. 특히 아들들에게 실수를 많이 했다고 그땐 너무나 철없고 어린 부모였다고 엄마와 이야기한다는 말도 전했다. 10살짜리 아이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난감을 뺏어 쓰레기통에 버렸던 사건. 놀란 아들이 서럽게 울었던 그 때. 아들에게 어떤 아빠가 되어야 할까?’를 고민하는 일에 더 애써야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이 아버지로서 멋져보였다.

 

아이를 만날 날을 벅차게 기다리는,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가 쓴 편지도 있었다. 태명은 삼룡이였고 태어날 삼룡이가 선물할 엄마의 어린 모습, 그리고 아빠의 잊혀진 모습은 어떤 걸지 궁금하다고 했다. 자식은 부모에게 나의 비워진 어린 시절을 채워주는 존재라는 말이 그래서 있나보다. 스스로도 몰랐던 내 어릴 때 모습이 아이를 통해 그려진다니 나도 우리 아이를 유심히 관찰해봐야겠다. 나도 이랬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많아졌다. 엄마가 아이를 임신한 순간부터 아빠는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삼룡이를 많이 안아주고 놀아줘야하니까. 나도 우리 사랑이(태명)를 열 달 동안 품고 있으면서 일기장에 편지글을 썼던 게 떠올랐다. 오늘 다시 펼쳐보고 싶어졌다.

 

편지글은 말로 하는 것보다 좀 더 진한 향기를 내고 용기까지 더할 수 있는 것 같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이들처럼 편지를 써보는 건 어떨까? 오늘이 기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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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제 뜻대로 살아볼게요 - 직장과 결혼에 관한 행복 찾기 트레킹 에세이
오언주 지음 / 봄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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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제 뜻대로 살아볼게요

 

이미 서른을 훌쩍 지난 나지만 이제서라도 내 뜻을 이루고자 동사형 꿈을 꾸고 있다. 이 책 에필로그에도 소개되었다시피 누군가의 고군분투와 삽질은 타인에게 적잖은 위로가 될 수도 있다! 나도 내가 바라는 꿈을 향해 달리고 있는 이들의 적극적인 자세에 위로와 도전을 받았다. 그래서 올 한해 마음으로만 품고 있던 여러 계획들을 실행했다. 원하는 결과는 반반이었지만 시행 자체에 의미를 두고 더욱 열심히 삽질을 해볼 생각이다. 꿈은 종착점에 도착하는 것보다 그 과정이 더 의미 있으므로. 저자가 합격했던 직장에 스스로 합격 취소 결정을 내리고 모든 것들로부터 멀어지면서 철저히 혼자가 되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우울했고 정체성이 희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내 나이 서른 즈음, 난 몇 년간 준비하던 시험을 이젠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20대 청춘을 모두 바친 시간들이 허탈해지고 나 또한 속상한 하루하루가 길어졌다. 지금은 결혼도 했고 아이의 엄마도 되었지만 아직도 채워지지 않는 갈급함이 있었다. 내 삶 자체가 풍부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저자는 자신과 성장 과정이 전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고방식이 궁금해졌다고 했다. 그래서 가장 다양한 사람들이 경계 없이 좋아하는, 여행을 택했다. 홍대에 개설된 여행작가 수업을 들으며, 사회가 규정한 행복이 아닌,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행복해지는 순간을 느끼고 싶다고 했다. 저자처럼 소비보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은 내 소비 패턴도 바꿔놓았다. 언젠가 친구네 가족이 목돈이 생겨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리모델링하여 인테리어를 예쁘게 바꿀지 아니면 가족 모두 유럽여행을 떠날지 회의한 결과 후자를 택했다는 얘길 들었었고 내 생각에도 더 좋은 결정이란 생각이 들었었다. 소유한 것은 언젠가 없어지지만 경험은 평생 남는 것이니 더 유익하다.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게 되면서 여러 카페에 나눔을 실천하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경험을 하고 있다. 저자도 말했다. 소소한 행복을 자주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내 소소한 행복 중 하나는 퇴근 후 1시간의 거리를 걸으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이어폰으로 듣고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 나오는 안양천 벤치에 5분간 앉아 해지는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다. 어젠 단풍과 은행잎이 흩날리는 모습이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벚꽃팝콘마냥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내 매우 행복했다.

 

저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나를 설명하는 삶이 되도록 내 몸의 촉수를 열고 산다고 했다. 더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아름다움을 느끼며 인생의 자극을 풍부하게 누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며칠 전 읽은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생일날 자신에게 선물하는 시간을 갖는다며 스스로에게 잘 대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했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아침에 모닝 요가를 15분 정도 즐기고 저녁은 되도록 건강한 음식으로 채우며 스스로를 소중하게 대한다고 했다. 소위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안정적인 삶을 위해 직장도 구하려고 했고 인간의 안정욕구 또한 본능이기에 이해는 하지만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경험들로 가득 찬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불완전한 삶을 즐기는 자세는 두려워하지 않고 우선 해보는 삶을 추구하여 또 다른 기회를 부르는 연쇄효과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의 후반부는 저자의 결혼생활에 대해 나와 있었다. 배우자를 선택한 기준도 탁월했고 취미가 같아 공유할 시간이 많은 것도 부러웠다. 가장이라는 책임감으로 힘들어 할 때는 가정의 일원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 존재하는 남편을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이 나도 들었다. 그가 지금의 직장 울타리 외에 다른 꿈을 꼭 이뤄보고 싶다면 그 방향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아내가 될 것. 그런 목표가 생겼다. 남편과 아내, 아빠와 엄마라는 굴레에 갇혀 나를 잃지 말 것. 오늘 책을 읽고 얻은 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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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이지만 인싸 직장인입니다
장징런 지음, 우디 옮김 / 스타리치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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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이지만 인싸 직장인입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어릴 적, 그러니까 정확히는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난 지독히도 내성적이었다. 그 때 기억이 나는데, 난 가지고 놀고 싶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도 못했고 모여 있는 친구들 곁에 다가가지도 못했다.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부끄럼쟁이였다. 직장인이 되면서 자의, 타의로 이러한 성향은 조금씩 외향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크게 보면 난 내성적인 편에 속한 사람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오늘 읽은 책 <내성적이지만 인싸 직장인입니다> 의 저자 또한 프롤로그에서 자신이 얼마나 내성적인지 들려주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면 다른 낯선 이가 들어올까 봐 0.01초 안에 닫힘 버튼을 누른단다. 아주 사소한 사례지만 나도 비슷한 것 같다. 타인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의 그 30초에서 1분 사이의 어색함을 못 견디겠다. 사회는 외향적인 사람을 좋아하지만 모든 사람이 외향적이라면 이 사회는 분명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여러 성향의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것이 사회 아니던가.

 

역시나 책에 나온 간단한 MBTI 테스트를 해보니 난 내향형 인간이었다. 내가 체크한 항목, ‘지쳐서 기운이 다 빠지면, 그저 집에 돌아가 쉬고만 싶다라든지 가능하다면 사람들 무리를 피하려 한다와 같은 것들이 날 표현하는 문장이었다. 책은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들의 원만한 직장생활을 위한 조언을 아낌없이 알려주었다. 내성적인 사람들의 직장생활과 인간관계, 인맥연습, 타고난 자질을 발휘하는 방법까지 우리의 편견을 뒤집어놓는 다양한 내용들이 들어있었다.

 

다국적 조직의 팀장이었던 질의 강연을 예로 들며 특유의 차분함으로 투자자로부터 인정받았던 내용을 읽어보았다. 사실 내성적인 사람은 반응도 느리고 부끄럼을 타니 같이 일하기 힘들다는 편견이 있지만 이는 에너지를 보충하는 방법이 외향적인 사람과 다른 것뿐이다. 혼자 있으면서 그것을 재충전해야한다. 나 같은 경우도 직장에서 나타나는 내성적인 특징이 있다. 30분 정도 일찍 출근해서 그마나 좀 조용히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달지 꽤 많은 보고서를 짧은 시간에 살펴보면서도 디테일한 실수를 잘 잡아내는 점 등이 그것이다. 구두보단 서면으로 내 의견을 더 명확히 표현할 수 있다는 점도 내성적인 특징에 속한다 볼 수 있다.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내성적인 사람의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갈등과 충돌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말이다. 우리네는 생각에 잘 빠진다는 단점이 있으므로 충돌이 해결되고 나면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내려놓으라는 조언을 했다. 타인의 감정을 쉽게 읽는 장점은 그것의 영향을 또한 쉽게 받는다는 단점이 있다. 그들의 분노와 우울함에 대해 거리를 두며 전선을 연장하고 상황을 분석하면서 자신의 감정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성격이 다른 사람과 어떻게 서로 보완해가며 일해야 하는지 관점을 비교한 내용도 공감이 많이 되었다. 잭슨과 질리언이 서로를 보는 관점을 따라가 보니 호흡을 맞추면서 적합한 협력 주파수를 찾아내는 모습이 멋져보였다. 내향형 인간인 질리언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획서를 쓰고 오탈자를 점검하며 잭슨이 하기 싫어하는 잡다한 일들을 기꺼이 도맡아준다고, 잭슨은 말했다. 질리언은 외향형 인간인 잭슨이 창의성이 뛰어나며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협찬을 따오거나 질리언 입장에서 아주 귀찮고 에너지를 많이 쏟아 부어야 하는 일을 도맡아 해준다고 말했다.

 

책은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 성격의 본질을 파악하는 시간도 되었고 이 강점을 활용해 직장생활, 일상생활에서의 일과 인간관계를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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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꿍 엘리베이터 쑥쑥 아기 그림책
냥송이 지음 / 그린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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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꿍 엘리베이터

 

어제도 아이는 옷걸이에 걸어둔 긴 원피스에 숨어 나와 까꿍놀이를 즐겼다. 옷 속에 숨어 얼굴을 빠꼼히 내미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아이가 숨는 대신 엄마인 내가 두 손이나 책, 장난감 등으로 내 얼굴을 가렸다가 까꿍!” 하면서 보여주면 까르르 웃기도 한다. 눈을 맞추고 아이에게 여러 표정을 지어주면 그렇게 깔깔대며 웃을 수가 없다. 예부터 까꿍은 각궁(覺窮)’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깨닫고 마치다란 뜻으로 어떤 과정의 마지막이나 끝의 경지를 깨닫거나 깨우친다는 뜻이다. 선조들의 뜻이 참 심오하다. 까꿍놀이는 반복적인 동작 그 자체에도 흥미를 갖기 시작하지만 이 단순한 놀이가 아이에겐 인지 능력의 발전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긴장과 이완이 오가며 잠시 보이지 않는 순간 아이는 엄마가 없어졌다는 생각에 더럭 겁을 먹다가도 얼굴을 보는 순간 안심하며 재미있어하는 것이다. 까꿍놀이를 통해 아이는 점점 대상 영속성을 획득하게 된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엄마의 존재가 사라지지 않음을 인지하게 된다. 정서적인 안정감을 가져다주며 기억력과 언어발달을 도와주는 까꿍놀이를 소재로 이번 책은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일어난 마법 같은 일을 보여준다. 울고 있는 예슬이를 달래기 위해 아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놀이터로 가자고 제안한다. 9층에 멈춰서면서부터 5층에 이르기까지 층마다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9층이다, 누구지?” 문이 조금씩 열리자 알록달록하고 길다란 누군가의 꼬리가 보인다. 엘리베이터 문이 활짝 열리자 이윽고 그 꼬리의 주인공인 표범이 예슬이를 보며 까꿍! 나야 나, 표범이야.’ 라고 웃는다. 예슬이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동물들의 까꿍놀이를 통해 활짝 웃으며 울음을 그친다. 8층의 코뿔소는 커다란 뿔을, 7층의 돼지는 트레이드마크인 코를, 6층의 판다는 흰색과 검은색의 털을 반쯤씩 보여준다. 바나나를 꼬리에 감고 있는 저 동물은 아마도 원숭이? 다같이 1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모습은 이미 친구가 된 듯하다. 꽉 찬 엘리베이터 안에서 차례대로 내리자고 이야기하는 모습도 교훈적이다.

 

이웃과 인사조차 어색한 요즘, 엘리베이터 안에서 모르는 사람이 쳐다만봐도 우는 낯가림이 심한 아이들을 보게 된다. 이 그림 보드북을 통해 누군가의 등장이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느껴지길 기대해본다. 마치 까꿍놀이를 하듯 반갑게 인사하고 누가 탈지 호기심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아이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의인화되어 있는 동물들의 모습이 우리의 이웃처럼 정겹다. 따뜻한 톤의 색감이 책을 보는 아이의 마음마저 행복하게 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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