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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꿍 엘리베이터 ㅣ 쑥쑥 아기 그림책
냥송이 지음 / 그린북 / 2020년 10월
평점 :
까꿍 엘리베이터
어제도 아이는 옷걸이에 걸어둔 긴 원피스에 숨어 나와 까꿍놀이를 즐겼다. 옷 속에 숨어 얼굴을 빠꼼히 내미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아이가 숨는 대신 엄마인 내가 두 손이나 책, 장난감 등으로 내 얼굴을 가렸다가 “까꿍!” 하면서 보여주면 까르르 웃기도 한다. 눈을 맞추고 아이에게 여러 표정을 지어주면 그렇게 깔깔대며 웃을 수가 없다. 예부터 까꿍은 ‘각궁(覺窮)’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깨닫고 마치다란 뜻으로 어떤 과정의 마지막이나 끝의 경지를 깨닫거나 깨우친다는 뜻이다. 선조들의 뜻이 참 심오하다. 까꿍놀이는 반복적인 동작 그 자체에도 흥미를 갖기 시작하지만 이 단순한 놀이가 아이에겐 인지 능력의 발전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긴장과 이완이 오가며 잠시 보이지 않는 순간 아이는 엄마가 없어졌다는 생각에 더럭 겁을 먹다가도 얼굴을 보는 순간 안심하며 재미있어하는 것이다. 까꿍놀이를 통해 아이는 점점 대상 영속성을 획득하게 된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엄마의 존재가 사라지지 않음을 인지하게 된다. 정서적인 안정감을 가져다주며 기억력과 언어발달을 도와주는 까꿍놀이를 소재로 이번 책은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일어난 마법 같은 일을 보여준다. 울고 있는 예슬이를 달래기 위해 아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놀이터로 가자고 제안한다. 9층에 멈춰서면서부터 5층에 이르기까지 층마다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9층이다, 누구지?” 문이 조금씩 열리자 알록달록하고 길다란 누군가의 꼬리가 보인다. 엘리베이터 문이 활짝 열리자 이윽고 그 꼬리의 주인공인 표범이 예슬이를 보며 ‘까꿍! 나야 나, 표범이야.’ 라고 웃는다. 예슬이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동물들의 까꿍놀이를 통해 활짝 웃으며 울음을 그친다. 8층의 코뿔소는 커다란 뿔을, 7층의 돼지는 트레이드마크인 코를, 6층의 판다는 흰색과 검은색의 털을 반쯤씩 보여준다. 바나나를 꼬리에 감고 있는 저 동물은 아마도 원숭이? 다같이 1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모습은 이미 친구가 된 듯하다. 꽉 찬 엘리베이터 안에서 차례대로 내리자고 이야기하는 모습도 교훈적이다.
이웃과 인사조차 어색한 요즘, 엘리베이터 안에서 모르는 사람이 쳐다만봐도 우는 낯가림이 심한 아이들을 보게 된다. 이 그림 보드북을 통해 누군가의 등장이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느껴지길 기대해본다. 마치 까꿍놀이를 하듯 반갑게 인사하고 누가 탈지 호기심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아이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의인화되어 있는 동물들의 모습이 우리의 이웃처럼 정겹다. 따뜻한 톤의 색감이 책을 보는 아이의 마음마저 행복하게 해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