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 - 금기와 편견 너머, 하마스를 이해하기
헬레나 코번.라미 G. 쿠리 지음, 이준태 옮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감수 / 동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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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 


헬레나 코번과 라미 G 쿠리가 공저한 『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는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의 주축인 하마스에 대해 입체적인 이해를 촉구하기 위해 이루어진 5회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은 하마스를 단순히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는 경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팔레스타인 무장 투쟁과 가자 지구의 집단 학살 사건을 복잡한 역사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들은 특정 단체를 옹호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제국주의·식민주의에 맞선 투쟁을 국제적 외교 관행과 보도에서 쉽게 낙인찍는 이중적 잣대를 비판하고 성찰을 촉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내가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는 학살에 대해 숫자 정도로만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는 점은 부끄러운 사실이다. 나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벌어진 참상에 대해 깊이 공감하기보다는 피로감을 느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마스라는 단체의 존재조차 몰랐으니, 어떤 선입견도 진작하지 않았다는 점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갑갑해지는 것을 느꼈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하마스라는 단체와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나라의 무장 독립운동이 부분적으로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하마스와 같은 단체를 이해함에 있어 무결점이나 무오류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하마스가 군사적 목표에서 민간인 공격으로 투쟁 방식을 변경한 사례는 분명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분쟁 범죄라 평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책은 하마스가 그러한 노선을 변경하기까지 팔레스타인의 민간인을 겨눈 이스라엘의 일방적 폭력과 학살 역시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점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1920~1930년대의 우리나라 무장 독립운동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독립군의 활동 이후 일제가 간도와 연해주 등지에서 민간인을 무참히 학살했던 사례가 뒤따랐다. 이 책을 통해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이 벌여온 행위가 일제의 만행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세계 곳곳에서 제국주의적 폭력에 대한 재앙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짙어졌다. 나치에 의해 홀로코스트와 같은 참상을 겪은 민족이 어떻게 독립과 자결을 향한 타민족의 꿈을 이리도 잔혹하게 짓밟을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스라엘이 민간인 학살로 하마스의 보복을 유발한 뒤 서방 언론을 통해 자신을 피해자로 묘사해 온 전략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과거의 참혹한 경험을 반성하고 개선하지 못한 사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류의 미래에 대한 깊은 걱정이 든다.


저자들은 이렇게 묻는다. 저항의 정당성과 도덕성은 누가 결정할 수 있는가?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하지만, 현시점에서조차 일방적인 의견과 프레임으로 사건을 바라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일제 강점기 당시 우리 독립운동가들 역시 테러리스트로 규정된 바 있다.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행위가 독립운동의 연장선상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주장했으나, 일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사형으로 목숨을 빼앗았다. 이러한 과거를 돌아볼 때 우리나라만큼은 팔레스타인의 해방운동을 제국주의적 편견이 깃든 시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마스를 옹호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우리 선조들이 남긴 독립과 저항의 기록과 맞닿는 지점일 것이다.


『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는 우리에게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제국주의의 그림자는 여전히 세계 곳곳에 남아 있으며, 팔레스타인은 그중에서도 가장 첨예한 사례다. 모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대화와 협상의 가능성을 단절하고 모든 저항을 테러라는 프레임으로 덮어씌우는 것은 분쟁 해결의 길을 막아버리는 행위일 것이다. 이는 단순히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을 넘어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저항 운동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문제다. 


이 책은 남다른 의미에서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언론의 한쪽으로 치우친 보도 방식이나 국제 사회의 외교 관행에 대해 다시 한번 비판하게 되고, 그런 관행이 가져온 결과들을 정확히 바라보게 한다. 우리의 역사적 경험을 떠올리게 하면서 팔레스타인 민족의 자결권과 인도적 처우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한반도가 국제 정치에서 발언권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까지 생각하게 한다. 대북 문제에도 확장적 사고를 적용해 인도적 지원과 대화 대한 고민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현재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방면으로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결론적으로, 『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는 단순히 팔레스타인의 이야기만을 담은 책이 아니라, 식민주의와 제국주의를 청산하기 위한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깊게 고민하게 해주는 책이다. 균형 잡힌 관점에서 세계 문제를 마주해야 한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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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비자 분쟁 조정기 -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는 방법
변웅재 지음 / 안타레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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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웅재 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님의 나의 소비자 분쟁 조정기는 실제 조정 사례를 토대로 소비자, 사업자, 정부가 함께 고민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책의 제목에 명시된 "모든 국민은 소비자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어서 집어들었다. 자급자족 경제를 벗어난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로서의 우리는 필연적으로 상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권리와 분쟁 해결의 지침을 구체적으로 제공한다.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상거래, 서비스 제공, 의료, 금융·보험 등의 분야에서 발생하는 주요 분쟁 사례를 차례로 다룬 뒤, 마지막 장에서는 디지털 시대에서의 소비자 권리와 도전 과제를 조명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사례들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벌어질 법한 이야기들로, 법적 소송 이전에 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온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서비스 제공 분야에서 발생하는 분쟁 사례였다. 단적인 예로, 서비스의 품질과 기대치 간의 차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은 매우 현실적이었다. 나 역시 퇴거 청소 업체와의 서비스 트러블을 경험한 적이 있기에 이 내용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저자가 언급한 "심리적 계좌" 개념도 흥미로웠다. 남에게 일을 맡길 때, 노력의 결과가 반드시 내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서로의 감정을 헤아리고 신뢰를 쌓으라는 조언은 서비스 관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현명한 태도로 보였다. 이는 나의 경험과도 맞닿아 한층 더 공감되었던 대목이다.

 

또한, 집단 분쟁 사례를 다룬 부분도 흥미로웠다. 머지 포인트 사태와 티몬의 환불 지연 사례는 각기 다른 사업가의 대처 방식이 분쟁 조정의 성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법적 책임만으로는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고, 결국 관계의 본질로 돌아가려는 태도와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가 핵심적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법적 단계를 넘어선 사업주의 고객 중심 마인드는, 사건 당사자가 아닌 독자인 나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책은 단순히 소비자를 위한 책에 머물지 않는다. 소비자와 사업주, 그리고 정부가 모두 함께 노력해야만 소비자 주권이 실질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소비자와 사업주의 갈등을 이해타산으로만 접근한다면 해결은 요원할 것이지만, 신뢰 회복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법적 판단 없이도 상호 만족스러운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음을 다양한 사례로 보여준다. 이는 사회적 기술로서의 조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으로, 저자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난 깊은 통찰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AI 발전과 환경 변화 등 급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소비자가 지속 가능한 소비 생활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고민도 돋보였다. 이 책은 단순히 분쟁을 해결하는 실용적 지침서로 그치지 않고, 각 경제 주체가 공공선을 형성하기 위해 어떤 책임과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분쟁 상황에 놓인 소비자와 사업자는 물론, 정책을 다루는 행정가와 관계자에게도 유익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이다.

 

나의 소비자 분쟁 조정기는 우리가 소비자로서 권리를 지키고, 분쟁 상황에서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준다. 더 나아가 개인적, 사회적, 정책적 역할을 통합적으로 고민하게 만드는 책으로, 경제 주체 모두가 공존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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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에 에펠탑을 건설하자
추성엽 지음 / 메이킹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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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추성엽 마케터님의 <DMZ에 에펠탑을 건설하자>는 한국의 국가브랜드 전략을 현재의 실상을 통해 상세히 검토한 뒤, DMZ 지역에 에펠탑처럼 상징적인 한류 테마파크를 건설하자는 국가 정책 비전서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대한민국의 사회와 기업, 노동 구조를 진단함으로서 현 시점 대한민국의 위상을 분석한다. 이 장에서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통사적 측면에서 분석하여 한국인의 역사 구조를 고찰하며 시작되는데, 역사에 흥미가 많은 나는 몹시 즐겁게 읽었던 부분이었다. 대한민국의 상고사를 강조하는 시선에 개인적으로 특히 공감이 많이 갔다. 역사적 의식 분석 후에는 한국의 굴곡진 산업 구조와 국가적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서글픈 지표들을 제시하여 줌으로써, 개선의 필요성을 독자로 하여금 절감케 한다.


2부에서는 사회 구조 개혁 제안의 일환으로서 주 4.5일제의 도입을 통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주장한다. 저자는 이미 4.5일제를 시행중인 국내외의 사례를 통해서 휴식 있는 삶이 얼마나 개인의 창의성 회복에 기여하는지와, 그것이 노동 생산성 회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살핀다. 실제로 나 역시 작년에 유산 이후 워라벨을 생각하며 주 4일제 근무를 하면서 올 상반기를 보냈는데, 확실히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충전이 되는 바가 많았다. 월요병도 많이 사라졌고, 자기 계발과 독서 시간 및 가족과 보내는 시간 확보를 통해서 회복탄력성이 커진 걸 느끼는 작금이다. 저녁이 있고, 휴일이 있는 삶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저자의 주장을 실 경험으로 느끼고 있는 터라, 노동시간의 확대가 양질의 생산성으로 전환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더 많은 조직이 인지하고 4.5일제를 확대하였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다.  


마지막 장은 이 책의 제목과도 일치하는 맥락에서 국가적 위상에 맞는 국가 브랜드 전략에 관한 국가 정책의 제안이다. 저자가 말하는 에펠탑은 상징적인 개념이다. 저자가 DMZ를 염두에 둔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이자 휴전국이라는 이미지를 새로운 브랜드 전략으로 상쇄하기 싶기 때문이다. DMZ를 상징적인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 시킴으로써 통일과 평화 메시지를 세계적으로 알리자는 제안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한국의 경제력, 기술력, 문화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확실히 이 모든 것들을 통합하는 국가적 서사나 비전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100달러 짜리 메이드 인 코리아의 제품을 똑같은 품질로 독일이나 일본이 만들었다면 150달러에 살 것이라 했다는 인식 조사는 내게도 좀 충격적이었다. BTS를 위시로 한 KPOP이나 기생충, 오징어게임 같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 등의 성공은 아직 산발적인 성공에 지나지 않는구나 싶어 위기감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소니에서 제작한 <K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을 통해서, 한류는 새로운 국면에 도달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일류성 한류 붐이라기 보다는 한국의 전통문화의 재발견이라는 트렌드 현상으로 보아도 될 것이다. 일례로 한국 국립박물관이 아시아권에서는 최고의 방문객 수를 기록했고, 우리의 갓, 탈, 호작도 같은 민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 현상은 우리의 국가 브랜드 제고의 매우 중요한 기회로 보인다. 


KPOP과 K드라마를 넘어, 글로벌 아트페어 등을 개최하여 우리나라 전통 민화를 알리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하여 접근성을 넓히고, 패션 갓, 한복들의 런웨이, 뮤직비디오 활용 등을 통해서 전통적인 것의 아름다움을 알려야 할 것이다. 실제로 BTS의 슈가의 대취타와 아이돌은 전통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선례를 남긴 바 있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과 한옥 마을을 중심으로 관광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관광객의 흥미와 재미를 더할 수 있도록 문화 체험 공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 강강술래의 뮤직비디오 영상은 K팝데몬헌터스의 흥행과 더불어 빠른 속도로 조회수가 급등하고 있어서, 발빠른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한층 더 시급해 보인다. 이와 같은 문화 유산의 현대적 리브랜딩 및 디지털 채널로의 확산 및 보급 전략은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국가 브랜드 제고에 유용하고도 실제적인 도구가 될 듯 보인다. 


국가 정책 제안서는 처음 접하는 터라 낯설었지만, 유구한 역사 속에서 자부심을 느끼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라의 브랜드 가치의 제고를 위해 고심해보는 유용한 시간이 되어 고마운 책이었다. 한류의 터닝포인트에 서있는 작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 번쯤은 읽어 보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성찰해 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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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는 과학자들 - 위대한 과학책의 역사
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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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클레그의 책을 쓰는 과학자들은 과학의 역사와 과학자들의 글쓰기 문화, 그리고 그들이 남긴 책을 다룬 대중 과학사 도서이다. 풍부하게 수록된 사진 자료는 독자로 하여금 당대의 책을 실제로 구경하는 것 같은 즐거움을 제공하며, 흥미롭고 가독성 높은 문체로 풀어낸 글과 책의 탄생이 과학에 미친 영향을 생생히 전달한다. 이 책은 과학과 글의 만남이 인류 역사에 어떤 의미를 가져왔는지 보여주는 유익한 작품으로, 책장을 술술 넘기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올 초 을유문화사의 SNS 홍보를 통해서였다. 발간 전 소개 글만으로도 큰 흥미를 느꼈던 터라 지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이 책이 '가장 지혜로운 책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을 보고 망설임 없이 구매하였다. 더욱 운명처럼 느껴졌던 것은 며칠 후 을유문화사 서평단에 선정된 일이었다. 덕분에 내가 산 책은 책을 좋아하는 동생에게 선물로 전달할 수 있어 한층 더 기뻤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고대의 과학 기록을 정리하였고, 2장은 출판기의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서술한다. 3장은 19세기의 과학 고전들을 다루며, 4장은 20세기를 과학 혁명의 시기로 바라보고, 마지막 제5장은 1980년대 이후의 과학적 동향을 출간된 책들을 통해 가늠해 보며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책을 읽으며 나는 과학적 사유와 발견이 사회적 자산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록이라는 소통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았다.

 

특히 흥미를 느낀 부분은 현대 유명 학자들조차도 시대적 편견, 종교적 및 정치적 억압, 성적 차별 속에서 자신들의 사상을 글로 남기기 위해 투쟁했다는 점이다. 오늘날에도 과학은 일반 대중에게 여전히 어려운 주제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금처럼 과학 교육이 보편화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중이 과학에 접근하기 쉬워진 것은 수많은 과학자들이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인류를 위해 노력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노고에 대해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책을 넓게 접하려고 노력해왔지만, 그동안 내가 읽은 과학책들은 인공지능, 유전자, 천문학, 생물 진화, 뇌과학 등 특정 주제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책을 쓰는 과학자들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개념, 양자역학 등 새로운 분야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저자가 추천하는 몇 권의 책을 추가로 구매하기도 했다. 현대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언제든 책을 집필한 저자와 영상이나 강연으로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축복받은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나는 이전에 미세아교세포에 관한 뇌과학 책을 읽고 해당 연구의 선구자인 교수의 유튜브 영상을 보며 큰 지적 감동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러한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오늘날 많은 과학자들이 글을 쓰고 대중과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 중 하나는 단순히 시대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처럼 과학 문외한이지만 흥미를 갖고자 하는 대중의 비중을 확대하기 위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지식이 책과 글로 전해지지 않았다면 인류는 매번 무언가를 필요로 할 때마다 모든 것을 발명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지식을 책으로 기록하고 후대에 전파한 덕택에 과학적 지식은 오늘날 소수의 특권층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자산이 되었다. 현대처럼 지식의 접근성이 높은 시대에서는 데이터 공유를 통한 오픈 액세스가 지식의 민주화에 필수적이라는 논의로 이어진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와 지적 자산에 윤리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받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유전자 편집 아기 출산 문제로 비난을 받았던 허젠쿠이 교수가 불법 의료 행위죄로 처벌받은 사건은 그러한 윤리적 책임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처럼 과학자가 글쓰기를 통해 자신과 사회를 소통시키는 행위는 현대적 요구를 수행하는 주요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로서 나는 과학이 가지는 두 가지 사명을 진지하게 고찰해볼 기회를 얻었다. '발견으로서의 과학'은 과학 자체의 탐구와 혁신을 말하고, '전달로서의 과학'은 과학의 결과물을 대중과 나누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사명이 조화를 이루어야만 인류의 지적 영토를 확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과학의 역사와 과학적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흥미를 가진 독자라면 이 책이 충분한 재미와 지적 만족을 제공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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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성적이 오르는 쿼드스터디 - 나에게 꼭 맞는 학습 성향별 공부 가이드
김청유 지음 / 유노라이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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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 코칭전문가 김청유님의 <무조건 성적이 오르는쿼드스터디>는 학습자의 인지와 성향을 기반으로 학습 성향을 네 가지로 구분하고, 각 유형에 적합한 맞춤형 공부 전략을 제시하는 멘토링 교육서이다. 




나는 10년이 넘는 사교육 강사로 매일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다보니 학습법을 설명한 공부법 책과 각종 합격 수기와 수험기를 기록한 에세이에는 늘 시선이 가게 된다. 수많은 공부법 책을 읽었으나, 나는 대부분의 경우에 이 책은 저자 한정의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은 하나 같이 제각각이다. 이 책의 저자가 수많은 예시로 강조한 바와 같이, 부모 자식간에도, 형제 간에도 학습 유형은 차이가 날 수 있다. 모두에게 효율적인 공부법 같은 건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석은 지극히 타당할 것이다. 




저자는 글에 인지 및 성향을 구분짓기 위한 검사 링크를 QR코드로 삽입해두었다. 삽입된 코드 속 질문은 교육자인 내 기준에는 질문의 의도가 명백하게 보여서 의도적으로 결과를 조작할 가능성이 적잖아 보였을 뿐더러, 질문 자체가 모호한 경우도 더러 있어 메타 인지가 낮을 경우 판단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들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내가 겪은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습 과부화와 빡빡한 일정 때문에 살짝 번아웃이 온 상태이거나, 오랫동안 거듭된 학습지체 때문에 더이상 공사교육에 신의를 잃은 채 무관심을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기에, 길고 복잡하고 지나치게 상세한 설문이 오히려 독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판단도 들었다. 




간혹 원하는 장래희망은 또렷하나, 스스로 어떤 학습스타일을 갖고 있고 어떤 점이 강점이고, 또 어떤 점이 약점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 학생들에게는, 저자가 제시하듯 거칠게나마 큰 공부의 유형을 정하고 그에 맞는 지도 방식으로 학습을 유도하는 편이 실질적으로 성적 향상에 큰 보탬이 되리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성향에 맞는 맞춤형 공부가 중요하다는 점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학습자의 스타일에 딱 맞는 지도가 행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나 역시 대형 학원에 있을 때는 획일된 교재와 정해진 진도 스케줄에 맞춰서 수업을 진행하기를 강요당한 바가 많고, 수업의 평균적인 난이도와 맞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추가 교재를 선정하는 것을 꺼리는 학원장들도 많았다. 학생과의 지도 방침에 있어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소규모 입시학원으로 이동하여 수업에 관한 재량권이 넓어져도, 정해진 수업 스케줄 안에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은 늘 존재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수업 이후에 개인적으로 따로 봐주다가, 그럴 거면 과외를 하라, 는 비난을 받은 바도 여러 번 있었으며, 학부모에게 수업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고 항의 전화를 받은 적도 다반사였다.




교사가 학생의 맞춤형 돌봄을 원한다 하여도 그것은 학생 본인 희망, 학부모의 이해, 학원의 협력이란 전제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 난제라는 점을 나는 내 몸을 부딪쳐 가며 현장에서 처절하게 깨달았다. 그렇기에 나는 왜 이 아이에게만 다른 교육이 필요한가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돕는 이 책의 출간이 몹시 반가웠다. 




이 책에서는 학습자의 학습 유형을, 원칙주의형, 목표지향형, 한 우물형, 전체주의형 네 가지로 구분한다. 학원에서는 대체로 학습자를 원칙주의형이라고 생각하거나(기초학력이 낮은 경우) 목표지향형이라 상정(학과성적이 좋을 경우)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테스트 결과 나는 전체주의형이었다. 실제로 그래서 나는 친구 따라 종합 학원을 다녔을 때보다 학원을 다 관두고 독서실에서 자기주도형으로 스스로 개념을 손으로 필기하며 정리하고 공부할 때 훨씬 더 성적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모든 학생들에게 학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모든 이들에게 똑같은 문제집이나 강의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저자가 언급하였듯이 어쩌면 학습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그의 학습 성향에 대한 이해와 공감에 기반한 학습 기반 조성과 학습자에 대한 신뢰일지도 모르겠다. 




그 점을 나는 이 책의 후미에 실린 학습자들의 후기를 읽으며 깨달았다. 아이들은 제각각의 개성을 지녔고, 내 아이는 느리고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전인교육을 표방하는 대한민국의 현행 교육 시스템에 맞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각형 모양의 아이를 애써 원형틀 안에 구겨넣기 보다는, 허준이 교수님의 사례처럼 학습자의 스타일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공감하고 응원하는 문화가 이 사회에 퍼져나가기를,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라는 바람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이 학습자 본인과 그를 지원하는 가족들에게 긍정적인 유대 형성의 첫 걸음이 되어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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