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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 - 금기와 편견 너머, 하마스를 이해하기
헬레나 코번.라미 G. 쿠리 지음, 이준태 옮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감수 / 동녘 / 2025년 6월
평점 :
『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
헬레나 코번과 라미 G 쿠리가 공저한 『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는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의 주축인 하마스에 대해 입체적인 이해를 촉구하기 위해 이루어진 5회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은 하마스를 단순히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는 경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팔레스타인 무장 투쟁과 가자 지구의 집단 학살 사건을 복잡한 역사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들은 특정 단체를 옹호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제국주의·식민주의에 맞선 투쟁을 국제적 외교 관행과 보도에서 쉽게 낙인찍는 이중적 잣대를 비판하고 성찰을 촉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내가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는 학살에 대해 숫자 정도로만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는 점은 부끄러운 사실이다. 나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벌어진 참상에 대해 깊이 공감하기보다는 피로감을 느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마스라는 단체의 존재조차 몰랐으니, 어떤 선입견도 진작하지 않았다는 점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갑갑해지는 것을 느꼈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하마스라는 단체와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나라의 무장 독립운동이 부분적으로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하마스와 같은 단체를 이해함에 있어 무결점이나 무오류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하마스가 군사적 목표에서 민간인 공격으로 투쟁 방식을 변경한 사례는 분명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분쟁 범죄라 평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책은 하마스가 그러한 노선을 변경하기까지 팔레스타인의 민간인을 겨눈 이스라엘의 일방적 폭력과 학살 역시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점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1920~1930년대의 우리나라 무장 독립운동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독립군의 활동 이후 일제가 간도와 연해주 등지에서 민간인을 무참히 학살했던 사례가 뒤따랐다. 이 책을 통해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이 벌여온 행위가 일제의 만행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세계 곳곳에서 제국주의적 폭력에 대한 재앙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짙어졌다. 나치에 의해 홀로코스트와 같은 참상을 겪은 민족이 어떻게 독립과 자결을 향한 타민족의 꿈을 이리도 잔혹하게 짓밟을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스라엘이 민간인 학살로 하마스의 보복을 유발한 뒤 서방 언론을 통해 자신을 피해자로 묘사해 온 전략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과거의 참혹한 경험을 반성하고 개선하지 못한 사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류의 미래에 대한 깊은 걱정이 든다.
저자들은 이렇게 묻는다. 저항의 정당성과 도덕성은 누가 결정할 수 있는가?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하지만, 현시점에서조차 일방적인 의견과 프레임으로 사건을 바라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일제 강점기 당시 우리 독립운동가들 역시 테러리스트로 규정된 바 있다.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행위가 독립운동의 연장선상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주장했으나, 일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사형으로 목숨을 빼앗았다. 이러한 과거를 돌아볼 때 우리나라만큼은 팔레스타인의 해방운동을 제국주의적 편견이 깃든 시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마스를 옹호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우리 선조들이 남긴 독립과 저항의 기록과 맞닿는 지점일 것이다.
『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는 우리에게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제국주의의 그림자는 여전히 세계 곳곳에 남아 있으며, 팔레스타인은 그중에서도 가장 첨예한 사례다. 모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대화와 협상의 가능성을 단절하고 모든 저항을 테러라는 프레임으로 덮어씌우는 것은 분쟁 해결의 길을 막아버리는 행위일 것이다. 이는 단순히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을 넘어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저항 운동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문제다.
이 책은 남다른 의미에서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언론의 한쪽으로 치우친 보도 방식이나 국제 사회의 외교 관행에 대해 다시 한번 비판하게 되고, 그런 관행이 가져온 결과들을 정확히 바라보게 한다. 우리의 역사적 경험을 떠올리게 하면서 팔레스타인 민족의 자결권과 인도적 처우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한반도가 국제 정치에서 발언권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까지 생각하게 한다. 대북 문제에도 확장적 사고를 적용해 인도적 지원과 대화 대한 고민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현재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방면으로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결론적으로, 『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는 단순히 팔레스타인의 이야기만을 담은 책이 아니라, 식민주의와 제국주의를 청산하기 위한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깊게 고민하게 해주는 책이다. 균형 잡힌 관점에서 세계 문제를 마주해야 한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