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비자 분쟁 조정기 -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는 방법
변웅재 지음 / 안타레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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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웅재 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님의 나의 소비자 분쟁 조정기는 실제 조정 사례를 토대로 소비자, 사업자, 정부가 함께 고민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책의 제목에 명시된 "모든 국민은 소비자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어서 집어들었다. 자급자족 경제를 벗어난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로서의 우리는 필연적으로 상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권리와 분쟁 해결의 지침을 구체적으로 제공한다.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상거래, 서비스 제공, 의료, 금융·보험 등의 분야에서 발생하는 주요 분쟁 사례를 차례로 다룬 뒤, 마지막 장에서는 디지털 시대에서의 소비자 권리와 도전 과제를 조명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사례들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벌어질 법한 이야기들로, 법적 소송 이전에 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온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서비스 제공 분야에서 발생하는 분쟁 사례였다. 단적인 예로, 서비스의 품질과 기대치 간의 차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은 매우 현실적이었다. 나 역시 퇴거 청소 업체와의 서비스 트러블을 경험한 적이 있기에 이 내용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저자가 언급한 "심리적 계좌" 개념도 흥미로웠다. 남에게 일을 맡길 때, 노력의 결과가 반드시 내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서로의 감정을 헤아리고 신뢰를 쌓으라는 조언은 서비스 관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현명한 태도로 보였다. 이는 나의 경험과도 맞닿아 한층 더 공감되었던 대목이다.

 

또한, 집단 분쟁 사례를 다룬 부분도 흥미로웠다. 머지 포인트 사태와 티몬의 환불 지연 사례는 각기 다른 사업가의 대처 방식이 분쟁 조정의 성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법적 책임만으로는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고, 결국 관계의 본질로 돌아가려는 태도와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가 핵심적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법적 단계를 넘어선 사업주의 고객 중심 마인드는, 사건 당사자가 아닌 독자인 나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책은 단순히 소비자를 위한 책에 머물지 않는다. 소비자와 사업주, 그리고 정부가 모두 함께 노력해야만 소비자 주권이 실질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소비자와 사업주의 갈등을 이해타산으로만 접근한다면 해결은 요원할 것이지만, 신뢰 회복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법적 판단 없이도 상호 만족스러운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음을 다양한 사례로 보여준다. 이는 사회적 기술로서의 조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으로, 저자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난 깊은 통찰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AI 발전과 환경 변화 등 급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소비자가 지속 가능한 소비 생활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고민도 돋보였다. 이 책은 단순히 분쟁을 해결하는 실용적 지침서로 그치지 않고, 각 경제 주체가 공공선을 형성하기 위해 어떤 책임과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분쟁 상황에 놓인 소비자와 사업자는 물론, 정책을 다루는 행정가와 관계자에게도 유익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이다.

 

나의 소비자 분쟁 조정기는 우리가 소비자로서 권리를 지키고, 분쟁 상황에서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준다. 더 나아가 개인적, 사회적, 정책적 역할을 통합적으로 고민하게 만드는 책으로, 경제 주체 모두가 공존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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