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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제임스 멀둔, 마크 그레이엄, 캘럼 캔트 공저,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는 인공 지능 기술 이면에 가리워진 인간 노동 현실을 조명하는 사회과학도서이다. 이 책은 AI의 기술 발전이 디지털 식민주의나 다름 없는 노동 착취 구조를 갖고 있음을 고발하며, 공정한 기술 발전을 위해서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 좋을지에 대해 탐구한다.
이 책은 데이터 주석자, 콘텐츠 검토자, 창작자, 창고 노동자, 투자자, 엔지니어, 기술자, 조직가,를 망라하여 AI가 전방위적으로 인간의 지식과 노동을 추출하여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서 일깨워준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식민지 시대의 착취구조와 하등 다를 바 없다. 실제로 디지털 네트워크는 과거 제국주의 시절 항로와 전신 케이블이 지나던 경로와 상당부분 겹치고, 가치와 자원이 세계 경제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흐르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미국과 중국을 위시로 한 주요 국가의 막대한 자본력을 소유한 소수의 테크 기업이 이 모든 디지털 패권 세계를 지배하고 있음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우리는 AI 기술의 도입이 인간을 반복된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줄 것이라 믿지만, 실제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아프리카의 데이터 주석자는 시급 1 달러 정도를 받고 하루에 열 시간 가까운 고강도의 노동을 하며, 속도와 정확도를 기반으로 한 생산성을 체크당하며 수시로 해고 위협에 시달린다. AI를 학습시키기 위해 인간의 노동력이 필수요소임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동안 지브리 스타일의 그림체가 유행하며 화두에 올랐던 예술가의 권리에 대해서도 이 책은 진지한 성찰을 하게 만든다. 점점 똑똑한 AI가 되기 위해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학습 자료로 제공되어야만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예술 작품이나 작품 속 언급된 배우의 음성이나 영상이 무단으로 도용되고 있으며, 그렇게 하여 영구적으로 테크 기업이 소유하게 된 2차 창작물에 대해서 원작자에겐 어떠한 수혜도 돌아가지 않고 있다. 더 문제는 원작자는 점점더 완성도가 높아져가는, 더 싸고, 더 편리한 형태로 제작된 자신의 복제 창작물과 시장 안에서 경쟁에 돌입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아직 미흡한 법망을 피해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성우, 배우, 기타 예술가들(그림, 글, 기타 어떤 형태로든)은 테크 기업은 일방적으로 사진 음성 기타 자료의 변환 및 영구 소유권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하고 있고, 그로 인해 추가적 피해가 발생해도 싸울 제도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확실히 제도적 보호 조치가 필수적으로 느껴지는 지점이었다.
이와 같이 저자들은 AI가 자동화된 시스템이 아닌 은폐된 인간 노동의 집합체이며, 그 구조는 새로운 식민구조를 띠고 있으며, 그 와중에 수많은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음을 명시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기술의 발전에 윤리적 개입이 필수적이란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AI가 인간을 위해 봉사하도록 하는 건, 많은 테크 기업이 표방하는 가치다. 그들의 프로파간다가 허울뿐인 공약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기술 발전에 민주적 통제의 가능성을 놓고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저자들은 맺음말에서 1960년대 미국의 자유언론운동가 마리오 사비오의 발언을 인용하여 글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한다.
우리는 AI추출 기계에 투입되는 원재료가 되기를 거부한다. 우리 역시 인간의 노동력을 갈아 넣어 이윤을 뽑아내는 시스템 앞에서 기계를 멈추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그것을 움직이고 소유한 이들에게 분명히 말한다. 우리가 자유롭지 않다면, 그 기계는 결코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고.
저자들의 문제의식대로, 지금 같이 인간을 갈아 만드는 AI는 결코 인간을 위해 일하는 도구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들보다 빠른 계발을 통해 인간을 능가하는 범용인공지능의 탄생이 아니라, 이 기술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아닐까 싶다. 세계의 이면에 도사리는 불평등한 구조에 대해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 속에서 갈리고 뽑히는 노동력과 창의성의 사례는 당장 내일의 나의 일이 될 수도 있기에. 연대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고 같이 성찰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