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다산책방)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는 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소설로, 교통사고로 인해 전신마비가 된 전직 CEO 윌과 그의 간병인으로 취직한 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윌은 까칠하고 냉소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반면, 루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발랄하고 따뜻한 성격을 지닌 인물이다. 이 두 사람의 만남은 삶과 죽음, 인간의 자유 의지에 대한 집중적 탐구를 가능케 하며, 동시에 로맨스라는 장르 안에서 감동과 슬픔을 전달한다.


소설의 초반부는 주로 두 주인공의 관계 형성과 감정의 변화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루와 윌의 관계는 처음에는 대립적이지만 점점 유대감을 형성하며 발전한다. 이 관계는 로맨스 장르에서 익숙한 공식에 따라 전개되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안정감을 제공한다. 특히 두 인물의 설정과 관계성은 독자들에게 익숙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잔잔한 설렘과 기대를 선사한다. 이러한 익숙함은 작품의 초반부를 읽는 데 있어 큰 장점으로 작용하며, 독자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힘은 중반부 이후에 드러난다. 윌과 루의 감정이 깊어지는 동안, 윌은 자신이 결정한 안락사 선택을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이 결정은 루와 독자들에게 감정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준다. 


특히 윌이 루에게 "당신을 사랑하지만 내게는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소설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고백은 루에게 큰 좌절과 슬픔을 안겨주며 독자들에게도 강렬한 감정적 몰입을 유도한다. 이는 로맨스 장르에서 흔히 기대하는 사랑과 생존의 희망적 전개와는 달리,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가장 고통스러운 현실을 보여준다.


작품은 이러한 윌의 결정을 통해 로맨스 소설을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삶을 사랑했던 윌이 생리 현상 하나 제어할 수 없는 삶 속에서 느낄 절망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 부분은 단순한 로맨스를 초월한 휴먼 드라마로 느껴진다. 윌의 선택은 독자에게 삶과 죽음,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의지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신중한 메시지는 소설을 통속적인 감동 이상의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작품의 마지막에서 윌은 루에게 "살아요, 루"라는 당부를 남긴다. 이는 윌에게 마음을 다했던 루가 그의 죽음을 직면하며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루는 윌과의 만남을 통해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삶을 경험했고, 그의 마지막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삶의 방향성을 제시받는다. 이러한 결말은 단순한 개인적 사랑의 서사에 그치지 않고 인간 본연의 생존과 사랑의 의미를 탐구하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는 통속적인 로맨스의 전형성을 활용하면서도 파격적인 결말과 철학적 성찰을 통해 독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이 책은 두 사람이 나눈 사랑과 감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오늘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생명력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작품은 예측 가능한 전통적 전개 방식과 충격적 결말 사이의 균형을 통해 독자를 끌어들이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에 따라, 이 작품은 아직 읽어보지 않은 이들에게도 적극 추천할 만한 가치 있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