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를 볼 때 흔히 후반부에서 긴장감이 확 풀리곤 하는데요. 공포의 대상이 점차 정체를 드러내면서 시각적으로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면 백이면 백 흥미와 공포가 잦아들기 때문이죠.이 이야기도 미스터리가 풀리고 공포의 대상이 드러나는 국면인데요. 그런데 작가가 작화를 통해 형상화시킨 이 미스터리의 존재는 신기하게도 독자의 긴장과 공포를 전혀 훼손하지 않네요. 오히려 더욱 긴박하고 소름끼치는 전개가 되는데요.이는 탄탄한 서사의 힘일까요? 아니면 빼어난 작화의 힘일까요? 어쨌든 이 작가, 개그 욕심은 좀 내려놓고 진지한 표현에 더욱 힘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개인적으로 모든 캐릭터들을 매력 여부와 상관 없이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작가님의 필력에 감탄했네요.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 같은 여주 캐릭터도 이해할 수 있었는데요. 여주를 잔뜩 위축시킨 상처와 죄책감이 결국 여주의 올곧고 선한 본성에 기인한다는 사실이 이야기 속에서 개연성 있게 전달되었거든요.남주는 다정하고 굳건한 어른 남자의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인데요. 성장 과정이 치명적인 상처들로 얼룩졌지만 비틀리거나 망가지지 않고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어른이 되었네요.그런데 남주가 제 상처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주변인들의 악행에 질려버린 여주를 따뜻하게 보듬을 수 있게 했던 사람은 바로 여주의 아버지였죠. 마치 태양처럼 사람들에게 사랑만 퍼부어주는 캐릭터가 위화감 없이 설득력 있게 구현되어서 감탄했네요.불호 쪽에 가까운, 아니 혐오스러운 캐릭터들도 각자 다 나름의 사정이란 것들이 있어서 흥미롭기는 했어요. 물론 인간적으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요. 그리고 완전 혐오스러운 캐릭터와 그나마 덜 혐오스러운 캐릭터가 수치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부로 구분되고 있어서 완전 절묘했네요.필력 좋으신 작가님을 또 한 분 만나 뵐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죽여가면서까지 세상과 냉담한 거리를 두며 허허실실 살아가던 소스케가 드디어 각성(?)했네요. 잔뜩 움츠렸던 자아를 직시하고 상처를 추스르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그 모습에 이 독자가 괜히 안심이 되더라구요.소스케의 각성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존재는 당연히 미츠미였겠지만요. 사실 미츠미 외에도 소스케의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꽤 있었죠. 쓰디쓴 조언을 아끼지 않는 친구 무카이라든가, 아역 시절부터의 인연인 크리스와 리리카 그리고 소스케의 앞길을 제시해준 선배 나루미까지 말이죠. 심지어 소스케의 새아버지도 좋은 어른이었네요.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좋은 사람들의 온기는 소스케의 마음을 완전히 보듬어주고 아이의 위태로운 일상에 안정감을 줄 수는 없었죠. 그만큼 소스케의 상처는 너무나 아프고 깊었을 텐데요. 왜냐하면 그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 사람이 다름 아닌 소스케의 어머니였기 때문이네요.소스케의 어머니가 어린 소스케에게 저질렀던 일은 솔직히 학대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스케의 어머니는 제 아이를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몰랐던 미숙한 어른이었을 뿐이네요. 비극은 자신도 모르게 소스케를 자신의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쌓인 불안한 감정을 처리할 쓰레기통으로 이용했다는 것이죠.개인적으로 이 지점에서 작가에게 완전 감탄했는데요. 사람들 모두 나름의 사정이 있음을 이해하려는 그 시선이 따뜻해서 정말 좋았네요. 물론 당연히 그 이해가 무조건적인 용서는 아니겠지요. 이야기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따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호락호락하지는 않은걸요.어쨌든 각성한 소스케와 미츠미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완전 기대되네요. 치에리의 사연과 뭔가 쎄한 느낌인 미카의 연애도 너무 궁금하고요. 13권… 13권을 주세요…ㅠㅜㅠㅜ
이 이야기의 남주는 연하미 낭낭한 재벌 후계자인데요. 자신의 능력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집안에 반항하며 방황 중이었죠. 하지만 사실은 집안의 사랑을 알게 모르게 듬뿍 받고 자랐기에 계산적이고 오만하지만 정감 있는 캐릭터가 되었네요.유복한 남주와는 정반대로 여주는 미혼모의 딸로서 일찍부터 빈곤과 상실의 아픔을 겪어야 했는데요. 하지만 먼저 떠난 소중한 이들에게서 배려 깊은 사랑을 받았던 여주는 여유 없이 몰아치는 삶 중에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었네요.그래서 여주는 스스로에게 불안해하던 남주에게 자신감과 확신을 줄 수 있었고, 남주는 외로웠던 여주의 옆을 따스하게 채워줄 수 있었던 것이죠. 살벌한 대도시 뉴욕에서 전개되는 두 사람의 로맨스가 마치 동화처럼 아기자기하고 예뻤네요. 개인적으로는 영화 <유브갓메일>의 그 분위기가 생각나서 좋았어요.
다채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개성적인 이야기였네요.초반부는 생존게임물에 갓 빙의한 여주의 발악에 가까운 활약 덕분에 다소 가벼운 분위기였는데요. 이 게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특성이 하나 둘 차례대로 부각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무겁고 어두워지네요.그래서일까요…? 중반부는 전개 속도가 늘어지는 느낌이었어요. 더욱이 세계의 구체적인 갈등 구조라든가 남주의 정확한 정체라든가 등등 어떤 비밀을 자꾸 감추는 분위기인데다가 캐릭터들의 관계성도 애매모호해서 솔직히 좀 지루했는데요.하지만 곧 이 지루한 전개는 결국 후반부를 위한 촘촘한 빌드업임을 알 수 있었네요. 작가님의 필력은 독자를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겼네요ㅠㅜㅠ그런데 외전은 언제 주시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