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남, 임신튀 클리셰인데 이 너무 친숙한 설정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완전 개성적이었어요. 그러니까 남주와 여주의 오해와 도주, 이별 분량은 핵심만 남겨 최대한 줄이고요. 오히려 재회 후에 여주가 과거 남주 때문에 입었던 치명적인 상처를 치유하며 천천히 성장해나가는 과정에 집중했네요.
그래서 사이다는 커녕 물 없이 고구마를 먹는 기분인데요. 이 고구마가 개인적으로 완전 마음에 들었네요.
흔히 후회물 남주는 너무 빨리 여주에게 용서받고 여주는 너무 빨리 행복해지는 점이 항상 의문이었거든요. 아니, 인간적으로 제 인생을 박살낸 사람을 그렇게 빨리 용서할 수 있나요??? 후회물 남주란 대체로 부처님도 돌아누울 짓들을 거침없이 여주에게 해대는 작자들인데 말이죠???
그런데 이런 개인적인 불만을 바로 이 작품이 달래줬던 거예요!!! 게다가 여주가 남주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준 상처에서 아주아주 천천히 회복되는 동안 여주 주변에 숨겨져 있던 진실을 밝혀내고 과거를 후회하며 여주의 상태에 일희일비 안달복달 괴로워하는 남주도 완전 맛도리였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