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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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가슴에 꽂히는 소설들이 있다. 작년 하반기에는 히가시노 게이치로의 마티네의 끝에서가 그랬고 몇 년 사이에 인상적이었던 소설중에는 이언 매큐언의 속죄가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아무래도 로맨스 소설의 잠재적인 갈망이 내 안에 숨어있는건가? 얼마전 금수를 읽으면서 아련한 감정이 샘솟았다. 미야모토 테루의 환상의 빛도 괜찮았지만 개인적으로 금수가 훨씬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첫 사랑의 아련한 감정과 현재 살아가는 내 모습, 그리고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차곡차곡 일깨워준 작품이다. 중년 남성이 썼다고 생각하기에 너무나 감성 돋는 문체와 이야기 스타일이 일본문학 저변성에 대해 일종의 질투심까지 생기더라는....역시 출판대국임을 인정해줘야 될것 같다.


소설은 우리나라로 치면 내장산 단풍구경을 가는 케이블카에서 어느 남녀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과 친정에 갔다가 잠시 단풍 구경차 어느 산에 들렸던 아키는 10년전 이혼했던 전남편 아리마와 우연히 케이블카 안에서 맞닥트린다. 이 두 남녀는 서로 사랑했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지도 못한채 헤이지고 말았는데....


아키와 아리마가 이혼한 이유는 교토 어느 요정의 호스티스 세오 유카코가 한 여관에서 아리마와 동반자살을 시도한 사건 때문이었다. 유카코는 옆에서 자고 있던 아리마의 목을 찌른 후 자신의 목을 찔러 죽었으나 아리마는 생과사를 넘나드는 순간을 겪고 간신히 살아남는다. 죽는 방법도 매우 강렬한 방식을 택했다.

대학때 첫사랑으로 남편을 만난 결혼했던 아키는 남편의 불륜과 동반자살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나 유복하게 자라온 가정환경과 데릴사위 비슷하게 아버지의 후계자 길을 겪었던 아리마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아 충분한 설명도 듣지 못하고 헤어진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몰라도 이들은 다시 만나게 된 이후 두 사람은 수십통의 편지를 주고받는다.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서로 궁금했던 사정과 이혼하게 된 결정적인 그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이혼 이후 어떻게 살아왔는지 등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리움과 회한 그리고 아쉬운 감정까지 느낀다. 하지만 서로에게 각자의 배우자가 있고 둘은 그리워하면서도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말로 갈수록 두 남녀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되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소설은 두 남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듯 하지만, 여러 등장인물의 삶이 날줄과 씨줄로 엮여져 운명적인 인생에 대한 이야기 삶의 난해함, 불가역적인 측면을 들여다본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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