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스 이코노미 - 아웃풋이 아닌 프로세스를 파는 새로운 가치 전략
오바라 가즈히로 지음, 이정미 옮김, 김용섭 해제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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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며 원론적으로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실제로 노력이나 과정은 거의 알아주지 않고 오로지 결과만으로 평가하는 세상에 살아왔다. 과정을 계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기에 그나마 공정하다는 판단하에 결과 중심의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그런 믿음이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다.


이 책은 이제 과정이 가치를 만드는 세상이 왔다고 선언한다. 책의 제목인 '프로세스 이코노미'란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을 고객들과 공유하면서 오리지널 가치를 창출해내는 새로운 프레임을 말한다. 머리말을 통해서 좀더 미시적으로 접근해보자면,


"사람도 물건도 쉽게 묻혀버리는 세상에서는 완성품이 아닌 과정을 판매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프로세스 이코노미다. 프로세스는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 고유한 가치관을 끝까지 쫓아가는 모습이나 난관을 극복하여 마침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드라마와 같은 스토리는 오직 그 순간에만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프로세스 이코노미'라는 강력한 무기가 필요하다." - 머리말에서


과거에는 제품의 품질가 가격이 좋다면 많이 팔리는 시대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리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아도 비슷한 품질에 더 저렴한 가격의 후발주자들이 발 빠르게 따라잡는다. 이른바 수 많은 패스트팔로워들이 혁신기업의 가치를 잠식했기 때문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된다는 명제는 상당히 곤혹스럽게 만든다.

"유니클로의 3만 원대 청바지와 리바이스의 10만 원대 청바지는 얼마나 다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둘은 질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비슷한 품질의 옷이라 할지라도 제품에 관한 프로세스와 그에 얽힌 스토리가 격차를 벌린다. 아웃풋의 차이가 점차 사라지면서 이제 가치는 프로세스에서 나오는 세상이 온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프로세스 이코노미는 바로 완성품이 아닌 과정(프로세스)을 파는 전략을 뜻한다. 고유한 가치관을 끝까지 쫓는 모습이나 난관을 극복하여 마침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드라마 같은 스토리 등 오직 그 순간에만 마주할 수 있는 과정에서 독창적인 가치와 비즈니스 기회를 지켜나갈 수 있다.


팔리는 물건들의 프로세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많은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하고 있다. 한국어판에서 트랜드 분석 전문가인 김용섭 작가가 다음과 같이 여러가지 한국의 사례를 들어가며 해제를 풀어나간다. 소개글을 통해서 좀더 자세하게 알아보자면,


- 중소기획사 출신의 BTS는 어떻게 세계를 석권하는 글로벌 아이돌이 되었을까? (149~151쪽)
프로세스를 공유하면서 BTS와 팬들은 함께 삶을 걸어가는 동반자가 된다. BTS는 자신의 ‘왜’가 담긴 노랫말들로 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에 스며든다. 팬클럽 아미(ARMY)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전 세계의 주요 도시에 BTS의 광고를 내걸어 아티스트와 그들의 음악을 자발적으로 홍보한다.

- 샤오미는 어떻게 삼성과 애플 사이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을까? (156~159쪽)
샤오미는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스마트폰이 뭔지 고민한 끝에 하드웨어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런 다음, 제작 과정을 자신의 팬들인 ‘미팬(Mi Fan)’의 커뮤니티에 공개하고 사용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품에 반영하여, 발매 전부터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후발주자의 입지를 다졌다.

- 70년 전통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는 어떻게 1020세대의 pick이 되었을까? (237~238쪽)
곰표 밀가루로 유명한 대한제분은 1952년에 설립된 회사이다. 요즘의 1020세대는 70년 전통의 곰표 밀가루를 사본 적은 없어도 곰표 맥주는 자주 마시고, 곰표 캐릭터가 그려진 굿즈들을 앞다투어 구매한다. 곰표 캐릭터를 앞세워 밀가루 브랜드로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구현한 예라고 할 수 있다.

- 트로트는 어떻게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을까? (239~240쪽)
한국에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히트하며 트로트 열풍이 분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의 팬덤이 비약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구시대의 산물이었던 트로트가 프로세스 이코노미에 힘입어 부활하면서 1020세대 트로트 가수와 1020세대 트로트 팬들도 탄생시켰다.


얼마전 끝난 대선의 과정을 보면 사람들은 프로세스를 공유하면서 자신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 관점이나 사상을 지닌 사람과도 친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과정을 함께하는 동안 서로를 동료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프로세스 이코니노미는 바로 이러한 공감 매커니즘에 기인한다. 이 책을 통해 이제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도 중요함을 깨달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보자.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해드린다. 특히 기업의 마케터들이 읽어본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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