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1
김은국 지음, 도정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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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씌여지기는 했지만 한국인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김은국 작가의 1964년 작품이다. 초판 출간당시 뉴욕 타임스 신문은 이 작품을 욥, 도스토옙스키, 카뮈의 위대한 전통 속에 있다"고 평가하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서평자가 "이것은 우리가 위대한 소설이라 부를 소수의 20세기 작품군에 포함될 만한 눈부시고 강력한 소설(Drilliant and powerful novel)"이라 찬사를 토로했다, 


아울러 존경하는 작가인 필립 로스옹은 이 작품에 대해 "이 작품의 분위기는 아주 엄숙하다. 그러나 이 책의 열정은 그 엄숙함의 거칠고 메마른 표면을 사정없이 두드리고 있다"며 극찬했다. 오래전부터 이 책을 위시리스트에 올려놨지만 이제야 읽어보게됐고 과연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가슴속에 우러날만큼 좋은 작품이었다.


김은국 작가님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면,

"1932년 함경남도 함흥의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황해도에서 자랐다. 평양고등보통학교에 다니던 중 1947년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자 남한으로 내려와 목포에 정착했고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마쳤다. 1950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했지만 6·25 전쟁이 터지자 학업을 중단하고 해병대에 입대했다. 미군 사령관 아서 G. 트루도 소장의 부관으로 근무하다가 육군 보병 중위로 제대했다. 그리고 1955년 트루도 소장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1959년까지 미국 버몬트 주 미들베리 대학교에서 역사학과 정치학을 공부했고, 1960년 존스 홉킨스 대학교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1962년 아이오와 대학교에서 창작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때 졸업 작품으로 제출한 소설이 2년 후 발표한 [순교자]의 모태가 되었다. 1963년에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미국 여러 대학에서 영문학과 창작 강의를 하며 소설을 집필했다.

1964년 발표한 첫 소설 [순교자 The Martyred]는 출간되자마자 미국 언론과 문단의 호평을 받았고, 20주 연속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오르는 등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며 미국 '내셔널 북 어워드' 최종심에 올랐다.


이 작품으로 김은국은 한국계 최초로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세계 1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으며, 1965년 고 유현목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고 연극으로 여러 차례 각색되기도 했다. 이후 1968년 5·16군사정변을 소재로 한 [심판자], 1970년에는 일제강점기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빼앗긴 이름]을 발표했다.

1981년부터 2년간 풀브라이트 교환교수 자격으로 서울대학교 영문화에서 강의했고, 한국 TV 다큐멘터리 원고를 집필하며 리포터와 내레이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9년 6월 23일 매사추세츠의 자택에서 암 투병 중 77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도정일 작가님의 유려한 번역으로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술술 읽힌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알아보자면,


"6·25전쟁 직전 평양에서 열네 명의 목사가 공산군 비밀경찰에 체포된다. 그중 열두 명은 총살당했고, 살아남은 자는 단 두 명뿐이다. 1950년 11월, 국군의 평양 입성 후 육군본부 정보처 평양 파견대의 장대령은 나(이대위)와 함께 열두 명의 순교자들에 관한 사건을 수사하기 시

작한다. 나에게 맡겨진 임무는 생존자 중 한 명인 신목사를 찾아가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목사는 그 사건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며 대답을 회피한다.


목사 살해 사건을 정치 선전의 목적으로 이용하려던 장대령은 살해된 열두 명의 목사들을 순교자로 규정하고 추도예배를 계획한다. 그러던 중 신목사가 자신이 열두 목사들의 처형 현장에 있었다고 발표하면서 사건 관련자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순교자들에 관한 진실과 목자로서 사명감 사이에서 갈등하던 신목사는 마침내 굳게 닫았던 입을 여는데....."


한국전쟁이 끝나고 불과 십여년만에 이런 놀라운 걸작이 나왔다는건 그 이후 눈에 띄는 작품이 없단는걸 보면 알 수 있다. 번역자는 소설의

주제 자체가 너무도 서구적인 것이어서 그 서구적 주제와 한국인의 경험 내용 사이에 잇기 힘든 간극이 있다고 말하는데, 전쟁과 종교라는 묵직한 소재를 한국전쟁에 녹여내기에 한국소설계의 저반 사정이 좋지 않았던데 기인된것 같기도 하다.


소설은 12명의 목사가 죽은 사건에 대한 미스테리한 배경을 바탕으로 빠른 템포의 전개 그리고 간결한 서술 아울러 흥미로운 등장인물과 적당한 반전까지 좋은 소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장점을 두루두루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유현목 감독님의 영화도 궁금해지는데 조만간 찾아봐야겠다. 전쟁과 종교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이 책에 대한 좋은 소개글의 관점이 보여 올려본다.


"인간이 종교를 갖는 것은 자신들의 나약함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을 찾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유도, 목적도 알 수 없는 참혹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고하게 희생되는 사람들에게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왜 그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인가? 신앙인으로서, 신도들을 이끄는 목자로서 살아온 삶을 뒤흔드는 이 질문에 신목사는 신의 존재와 믿음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느끼며 깊은 고뇌에 빠진다.

 
불의와 절망, 수난, 죽음은 인간의 보편적인 고통이다. 이 고통의 의미는 무엇인가? 고통을 이겨내게 하는 정의가 있는가? 그 비참한 운명 앞에서 무력하고 무의미한 인간 존재는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는가? [순교자]가 파고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작가 김은국은 신목사의 목소리를 빌려 응답을 갈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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