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나와 살아가는 법 -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나이 들 수 있는 후반생의 마음 사전
사토 신이치 지음, 노경아 옮김 / 지금이책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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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노년의 삶에 대한 책을 읽었다. 은퇴나 노년, 그리고 죽음에 대한 주제는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천착을 하는 소재다. 사실 이제 은퇴도 가시권에 접어듦에 따라 좀더 꼼꼼하게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나름 준비하고 있다. 교보문고에 들렸을때 신간매대에서 발견한 책인데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니 일본에서 노인의 삶에 대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분인것 같아 선택했다.

소개글을 통해서 저자 사토 신이치 박사의 약력에 대해 알아보자면,

˝1956년 도쿄 출생. 오사카대학교 대학원 인간과학연구과 노년행동학 및 임상사생학 교수. 와세다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후과정을 마치고 도쿄 노인종합연구소 연구원, 독일 막스플랑크 인구통계학연구소 시니어 연구원, 메이지학원대학 심리학부 교수 등을 역임했다. 일본 노년행동과학회 회장을 지녔고 현재는 일본 응용노년학회 이사, 일본 치매케어학회 대의원, 일본 노년정신의학회 편집원, 일본 노년사회과학회 평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저로 [노인은 수수께끼투성이, 노년행동학이 해명한다], [치매 불가해한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등이 있으며, 공저로 [노인의 마음: 나이 듦과 성숙의 발달심리학], [늙음과 마음 케어: 노년행동과학입문], [에이징 심리학: 노인에 대한 이해와 지원] 등이 있다.( 소개글 발췌)˝

이 책은 50대 이후의 중장년기부터 황혼기까지에 있을 대표적인 생애 사건Life Event로 우리의 마음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본다. 의학을 공부하신 노년심리학자 쓴 책이지만 쉽고 재미있게 마치 에세이처럼 씌여졌다. 실제 수 많은 사례와 저자 자신도 노년기에 접어듦에 따라 성찰적인 후반의 삶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느낌으로 읽어줬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있는데 각장의 주된 내용을 좀더 살펴보자면,
  
˝제1부 60대 진정한 나를 찾고 실천하는 시기

먼저, 이 책의 1부에서는 60대에 주로 겪게 되는 생애 사건으로 정년퇴직 및 재취업, 지역 사회에서의 활동, 부모의 죽음 등을 다룬다. 60대는 무엇보다 사회와의 관계가 크게 달라지는 시기다. 특히 직업과 관련된 최대 생애 사건으로 정년퇴직을 꼽을 수 있는데, 저자가 만난 사람 중에는 퇴직하고 나니 있을 곳이 없다라며 마치 가족에게 쓰레기 취급이나 당하는 것 같아 비참하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주로 남성들이 많이 하는 하소연인데, 저자는 이에 하루 한 끼 정도는 본인이 직접 밥을 하거나, 빨래나 청소를 맡아서 하거나, 신발을 정리하거나 하면서 진정으로 가족을 위한 일을 해보라고 권한다. 더불어 그런 작은 일상을 소중히 만들어나가는 것이 집안일에서 퇴직도 없는 아내와의 갈등을 줄이고, 친목모임이나 지역사회에서의 활동 등 앞으로의 삶의 가능성을 확장해나가는 데 도움이 되리라 조언한다.

퇴직 전이라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조금씩 연습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이처럼 있을 곳이란 단순히 사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의의를 인정받는 곳인데, 있을 곳을 확보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60대와 그 이후 삶의 질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점을 기억해두어야 한다. 한편 부모의 죽음도 60대에 부딪히게 되는 최대 생애 사건이다.

부모의 죽음이 멀지 않은 나이라면 자식도 이미 머리는 백발이 되고 몸도 여기저기 쑤실 때다. 자신의 늙음과 죽음을 자각하는 것은 쓸쓸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자신의 늙음으로 부모의 늙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부모와 부모 세대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늙고 병든 부모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가는 것이 좋은지 살펴보고, 부양이나 간병 문제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제2부 70대 타인의 도움을 받으며 세대 전승을 생각하는 시기

2부에서 다루는 70대의 생애 사건으로는 심신의 질적 변화와 현직으로부터 완전한 은퇴를 꼽을 수 있다. 60대까지는 양적인 노화가 진행되었다면, 70대는 심신의 상태가 질적으로 달라지는 시기다. 마치 2차 성징으로 아이가 어른이 되듯이 사람은 이 시기에 급격하고도 불연속적인 변화를 거쳐 노인이 된다. 귀가 어두워져서 남의 이야기를 잘 알아듣지 못하고, 침 분비량이 줄어 음식을 부드럽게 삼키지 못한다.

하지만 많은 노인이 내가 저 사람보다는 젊어라거나 이 나이에 몸져누운 사람도 있는데 난 아직은 쌩쌩해 하며 자신의 늙음을 상대화할 뿐, 직시하지 못한다. 그대로 내버려두면 노쇠의 악순환이 시작되어 골다공증, 요실금, 영양실조, 골절, 치매, 우울증 등 노년증후군으로 불리는 증상과 질병에 시달릴 위험성이 커진다.

이에 저자는 신체의 쇠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회피하기보다는 사고를 전환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한 예로 저자는 더는 운전은 하지 말라는 주변의 권유가 마치 당신은 이제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말로 다가와 마음이 상한 70대 중반의 노인 사례를 들려준다.

저자는 차를 운전하면 보험료, 세금, 주류비 등 유지비도 많이 드는데, 그 돈으로 택시를 타면 안전하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고, 또 운전할 때 못 마시던 술도 마시며 잠도 잘 수 있으니 생각을 전환해 운전을 그만두는 게 어떨지, 어투는 조곤조곤하지만 태도는 강하고 뚜렷하게 설득하는 대목에서는 노년심리학의 대가다운 지혜와 연륜이 돋보인다.


제3부 80대 상실을 넘어 새로운 미래 비전을 품는 시기

3부에서 다뤄지는 80대는 인생의 초읽기가 시작되면서 죽음을 의식하게 되는 시기이다. 신체적으로는 온갖 병과 장애가 생기고 치매가 찾아오기도 하며, 완전히 자립적으로 생활하기 어려워져 요양 시설에 들어가거나 자녀 가족과 함께 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배우자의 죽음, 친구와 지인의 죽음 등 중대한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이때 많은 사람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실감에 빠져 쉽게 삶의 가능성을 잃어버리기 쉬운데, 이 시기에는 신체의 건강을 추구하기보다 삶의 의욕과 보람을 찾을 수 있는 ‘미래 비전’을 확보하면서 내면을 충실히 채우는 데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제4부 90대 지적 호기심을 유지하며 내적 생활권을 심화하는 시기

90대는 인생의 완숙기로, 배우자나 친구, 지인 대부분이 세상을 떠나 주변에 또래가 거의 없는 시기다. 몸도 약해져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무척 고독하고 괴롭지 않을까, 정신도 흐릿해지지 않을까라고 주변의 걱정도 많겠지만, 저자는 먼저 떠난 배우자나 친구와 마음속으로 대화를 나누거나, 여행이나 어학 프로그램 등을 보거나 들으면서 오히려 내적 세계를 더욱 깊게 하며 지적 호기심을 심화할 수 있는 시기임을 이야기한다.(소개글 발췌)˝

저자는 노년의 삶을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더 완숙한 삶을 사는 방법에 대해깨달았다고 한다. 물론 인생의 완숙이 무엇인지는 스스로 늙음을 온전히 경험해야만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다. 아무튼 노년의 삶에 관심이 많으신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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