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로 태어나서 -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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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요즘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다며 말을 하길래 알게된 책이다. 정확히 어떤 교과인지 모르겠지만 학교 커리큘럼중 독서에 관한 과정에서 선생님이 추천한 책이라고 한다. 고 2라서 많은 책을 읽지 못하고 있지만, 그 녀석의 마음에 들었다면 어떤 책인지 궁금했다. 아울러 같이 읽어보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것 같아 명절 기간을 이용해 완독했다.

책의 제목과 부제인 [고기로 태어나서(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만 놓과 봤을때는 육식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내용으로 유추했는데 물론 그런 서술도 어느 정도 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노동에 관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업튼 싱클레어의 [정글]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일단 저자의 필력이 매우 좋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경력이 궁금해 약력을 살펴봤는데,

˝창원에서 태어났고 서울에서 자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꽃게잡이 배, 주유소, 양돈장 등에서 일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선배 작가의 표현을 빌려보자면, 서울의 주인들이 그럴듯한 일자리를 맡겨주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일들의 기록자로 임명했다. 요즘은 저자 소개란이 두툼해질 수 있게 좀 열심히 살 걸 하는 후회를 곱씹으며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전국을 떠돌며 농업, 어업, 축산업, 제조업, 서비스업계에서 닥치는 대로 일하면서 틈틈이 기록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쓴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저질 유머로 가득한 치기 어린 책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인간의 조건]이 있다.˝

저자의 전작인 [인간의 조건]도 궁금해지는데 일종의 잠입 르포 형태로 사육농장에서 일하며 겪은 일에 대해 솔직담백하게 적어나간다. 주로 외노자들을 위주로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나눴던 대화를 통해 한국인들이 어떤 그릇된 노동관을 가지고 있는지 현장감 있게 그려낸다. 정말 많은 사람들의 사연들이 꾸밈없이 텍스트로 체화되는 느낌이다.

먼저 4년 동안 닭, 돼지, 개를 키우는 사육농장에서 일하며, 고기를 위해 길러지는 동물들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서술해나간다. 각 동물들에게는 농장이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일것 같다. 사실 다른 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실정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체험한 작가의 글을 통해 더욱 끔찍하게 다가왔다. 정말 육식은 자제해야될 행위임은 분명한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삶을 닮은 에세이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틈틈히  한국 식용 고기 산업 생태계의 단면에 대한 다양한 문제점을 제시한다. 육식이 결코 야만적인것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우리가 고기를 얻기 위해 어떤 과정이 거쳐지는지 알게 된다면 과연 쉽게 고기를 먹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가지게 된다.

우리가 주로 식용으로 먹고 있는 동물중 소를 제외하고 닭, 돼지 그리고 아직은 불법이지만 개를 키우는 농장이 등장한다. 개고기는 안 먹는건 아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위생문제의 심각성도 알게된지라 앞으로 먹을일이 없을것 같다. 하지만 닭, 돼지는 되고 개는 안된다는 명제에 동의하는건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저자는채식을 주장하지 않는다. 아울러 본인 스스로 채식주의자가 아니고, 인간과 인간 아닌 동물이 똑같은것도 아니라고 말하지만 식용 고기산업 현장에서 일하며 과연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아울러 어떻게 보면 소외된 노동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힘쓰는 고기들이라고 표현한 씁쓰레한 단어에서 과연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단상을 가지게 되는 좋은 르포작이다. 둘째와 어떻게 주제를 잡아서 이야기할까 대화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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