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이가든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문단에서 독특한 지형을 점유하고 있는 편혜영작가의 첫번째 소설집이다. 사실 편혜영 작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소설을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었다. 얼마 전 [놀이터는 24시]라는 젊은 작가들의 단편소설 앤솔로지를 읽어봤는데 수록작중 편혜영 작가의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던지라 그녀의 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먼저 편혜영 작가의 이름을 알린 아오이가든을 읽기로 했다. 2005년에 문지사에서 출간했으며 총 9편의 단편소설로 엮여졌다. 소설보다는 시가 쓰기 어렵고, 장편소설보다 단편소설이 쓰기 어렵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는데 편혜영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은 매우 강렬했다. 분명 호볼호가 갈렸을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호에 가까운 인상적인 소설들이었다.

엄마에게 버려진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인 첫번째 작품 저수지부터 확실히 불편하면서도 새로운 지점의 내러티브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시체나 신체의 변형, 벌레등 여러가지 장치를 이용해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방식은 한국작가에게 흔하게 찾아볼 수 없는 스타일로 여겨진다. 특히 젊은 여류작가의 소설이라 더욱 신선하게 보여지는것 같다.(이 부분은 젠더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해설에 평론가 이광호는 이 소설집에 대해 [시체들의 괴담, 하드고어 원더 랜드]라는 평론글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약 이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하드고어적 이미지들 속에서 기이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은 현대 소설 미학의 낯선 차원을 만나는 두근거리는 모험이 될 것이다. 이는 근대 이후의 소설적 상상력의 어떤 끝에 해당한다. 이런 끝은 젊은 작가 편혜영에게는 하나의 눈부신 문학적 시작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 소설의 특별한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하다.”

두번째 소설이자 대표작인 아오이 가든은 인간은 역병이 도는 도시의 아파트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추락하는 개구리에서 왠지 [영화 [매그놀리아]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코로나 시대의 괴기담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구더기가 가득한 방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이나 단백질 부족으로 죽어가는 쥐들의 묘사는 생경하면서도 매혹적인 서가가 아닌가 생각된다. 

편혜영 작가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는 부적격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살아가는 지옥도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느낄 수 있을것인가! 아무튼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선을 오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속에 우리는 이미 바운더리를 형성해 인간실격자들을 밀어내는 무시무시한 경쟁사회에서 생존해야되는 상황에 놓여있음을 느꼈다. 이어서 그녀의 최근 작품집인 [어쩌면 스무 번]을 바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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