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읽는 힘 - 팩트로 거짓말하는 18가지 통계의 장난
게리 스미스 지음, 이정란 옮김 / 지식노마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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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을 금융회사에서 일종의 기획업무를 담당했다. 실적치를 바탕으로 하는 통계를 통해 예상수치 및 예산 산출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전혀 상관없는 세상인줄 알았던 쿼트로프로(엑셀의 초기버전이라고 보면 된다)와 기초 포트란까지 문과생이 먹고 살기 위해 업무를 배웠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당시 숫자를 가지고 얼마만큼 자료를 만들 수 있는지 직접 업무를 해봤던지라 입맛에 맞는 조작은 생각보다 쉽고 그리고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기본적으로 체득했다. 이후 기획업무를 떠났지만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도 상당히 유용하게 써먹었다. 언론의 기레기들이 얼만만큼 대중을 호도하는지 그리고 숫자에 대한 감각등 뜻하지 않게 기본기를 익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제목 [숫자를 읽는 힘]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숫자의 왜곡을 통해 얼만만큼 통계를 조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제사례를 제시하고, 우리가 살아가며 속임수에 속지 말고 뚜렷한 기준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먼저 책의 서두에 다음과 같은 통계가 제시된다. 그중 몇 가지는 어디선가 들어봤던 수치다. 이후 이런 논거들이 어떤 방식으로 산출되었으며 대중들에게 어떤식으로 호도되었는지 조목조목 밝힌다.

ㆍ 이름과 성의 첫 글자를 조합했을 때 ACE처럼 긍정적인 경우 3~5년 더 오래 산다.
ㆍ 교도소 복역 경험이 있는 유권자의 경우 투표율이 22퍼센트 감소한다.
ㆍ 전자파에 노출된 아이는 노출되지 않은 아이보다 소아백혈병에 걸릴 확률이 최대 4배 더 높다.
ㆍ 이름이 알파벳 D로 시작하는 야구선수는 E~Z로 시작하는 선수보다 평균 1.7년 빨리 죽는다.
ㆍ 방 정리를 하지 않는 사람은 인종차별주의자다.
ㆍ 스포츠 전문 주간지〈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나 미식축구 비디오게임 시리즈 매든 NFL 표지에 등장하는 선수는 부진한 성적을 거두거나 부상을 입는 등의 징크스에 시달린다.
ㆍ 어린이 암 유발 원인 중 하나는 송전선 인근에 거주하는 것이다.
ㆍ 긍정적인 정신 에너지는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

송전선 인근에 암 유발인자는 팩트인줄 알았는데 근거가 미약한 논거였다는건 새롭게 알게됐다. 아울러 위에 제시된 말은 모두 저명한 학자와 언론이 데이터에 근거해 도출했다고한다. 하지만 데이터만으로 그 통계가 신빙성있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 저자는 왜 그런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말한다.

˝인간의 인지적 편향, 명성과 자금을 원하는 연구자의 욕망, 컴퓨터의 실수 등이 얽혀 데이터 조작이 자행되고 숫자가 왜곡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헛소리에 근거한 의사결정은 예기치 않은 결과를 불러온다. 가령, 불경기인데도 증세 정책을 추진하거나 사기꾼에 불과한 투자 상담가에게 혹해 노후자금을 맡기는가 하면, 돌팔이 의사를 찾아가 건강을 위태롭게 하고,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는 비즈니스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도출한 주장이나 결과가 결코 틀릴 리 없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데이터가 넘쳐나는 요즘, 연구자가 양질의 데이터와 쓰레기를 구별하거나 타당한 분석과 무가치한 과학을 분별하는 데 시간을 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 분야에 아무리 정통한 전문가라도 연구조사를 하면서 매번 데이터가 편향되거나 부적절한 것은 아닌지, 연구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결론에 호도하는 내용은 없는지 살피지는 않는다.(소개글 발췌)˝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는 ˝데이터를 충분히 오래 고문하면 결국 자백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독재정권에서 수 많은 고문을 통해 없던 사실을 만들어낸것처럼 숫자도 적당히 만진다면 얼마든지 사실로 만들어낼 수 있다. 책에서는 총 18가지의 왜곡된 주장을 바탕으로 우리가 잘못알고 있던 사실을 다시 한 번 체크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가짜뉴스가 범람하며 많은 사람들이 확증편향에 빠지게 되는 요즘 시대에 꼭 한 번 읽어볼마한 책이다. 제발 가짜뉴스 듣고 광화문에 나가서 소리 좀 적당히 질러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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