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맞지 않는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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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가 백년 뒤 일본에서 태어나 사회파 장르소설 작가로 데뷔했다면 이런 스타일의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 상상해봤다. 일본 열도에 히키코모리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벌레나 짐승, 그리고 심지어 식물로 변환되는 괴이한 질병이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이후 히키코모리를 넘어서 점차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카프카의 변신이 다소 소프트하고 가족적인 관점에서 변주를 한 작품인것 같다. 카프카에 비유하기는 했지만 소설은 무척 술술 읽히고 구성이 탄탄한편이다. 결말쪽으로 가면서 초반의 밀도 높은 구성이 살짝 옅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발생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사회부적응에 대한 일면을 여성 작가의 섬세한 필체로 그려낸다.

저자인 구로사와 이즈미는 이 작품으로 데뷔를 했으며 메피스토상과 미래야 소설 대상 1위를 차지하며 관객과 평단에 주목을 받았다. 다소 낯선 메피스토상은 소설의 재미를 추구하는 컨셉의 문학상이라고 한다. 이 작품도 그런 스타일로 상상력이 풍부하고 재미있는 요소가 많은 소설이다. 소설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일본열도에 사람이 동물이나 곤충, 식물로 변이되는 이상성 변이 증후군이 발생한다. 뮤턴트 신드롬이라고도 불리는 이 병은 히키코모리나 니트족등 사회와 단절된 청년층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정부에서 이 병에 걸린 환자들에게 일종의 사망 선고를 하게 되고 환자가 발생한 가정에서 괴이한 형태의 생명체를 어떻게 다뤄야 되나 혼란에 빠지게 된다.

유이치라는 독자를 키우고 있는 평범한 가정의 50대 주부인 미하루는 어느날 히키코모리로 살아고 있는 아들이 지네와 같은 곤충으로 변해버린걸 발견하게 된다. 남편은 아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버리자고 아내를 설득하는데, 미하루는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여기 저기 이 병에 대해 알아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병에 걸린 가족을 중심으로 결성된 물방울회라는 모임에 대해 알게 되고.....

다소 내성적이고 심약했던 아들이 왜 방에 틀어박혀 고립됐는지 서서히 과거를 떠올리며 점차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가 눈을 떠가게 되는 미하루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나도 아들에게 과연 어떤 아빠였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니 부끄러웠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장르소설의 재미는 다소 부족하지만 가족을 중심으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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