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의 시대
전상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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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크지인 스켑틱에서 전상진 교수의 칼럼을 흥미롭게 읽고 그가 쓴 음모론의 시대를 바로 구입했다. 스켑틱 22호의 메인 테마가 음모론은 왜 사라지지 않는가를 다뤘는데 여러 기사들중 전상진 교수의 분석이 가장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회학자로 현재 서강대학교에 교수로 재직중인데 그의 근작인 [세대 게임]도 인상적으로 읽었기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장바구니에 담궜다.

2014년작으로 나온지 제법 시간이 지났지만, 9.11테러, 국정원 댓글사건, 천안함, 디도스공격등 음모론과 연관된 굵직한 사건들을 베버의 이론으로 사회학자의 시각에 맞춰 분석한다.

저자는 음모론을 막스 베버가 말한 신정론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신정론은 다음과 같은 사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론이다. ˝신은 악이나 화를 좋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신은 바르고 의로운 것이라는 이론. 이 세상에 악이나 화가 존재한다는 이유를 들어 신의 존재를 부인하려는 이론에 대응하여 생긴 것이다.˝

과학의 발달과 함께 종교가 점차 쇠퇴해가며 신정론 대신 음모론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불합리한 문제나 사건들은 그럴듯한 이유와 비난의 대상을 찾아 음모론으로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음모론은 약자가 불공평한 세상을 바라보는 무기가 될 수도 있고 지배자가 통치를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도 있다. 저자는 여러 이론을 바탕으로 음모론자들의 유형과 어떻게 정치적으로 활용되는지 여러각도로 분석한다.

과거부터 세상에서는 음모론에 빠져든 사람들을 박해 망상과 자기 맹신에 빠진 편집증자로 여겨왔다.하지만 갈수록 음모론의 영향력이 전 사회 영역으로 확대되고 아울러 터무니없는 것으로 간주되던 몇몇 음모들이 사실이었음이 드러나면서 음모론을 더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기 시작하며 학문적인 영역으로 올라섰다.

음모론은 약자들에게 이상적인 사회와의 간극을 극복시켜주는 일종의 기복신앙적인 요소도 있지만, 권력을 지닌 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정치 전략이 될 수 있다. 자기들의 세력을 결집시키고 반대편 정적들을 공격하기 유용하며 아울러 자신에 대한 비판을 무력화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자기와 반대의 생각을 가진 정파들은 무조건 음모가 있다고 말하면 되기 때문이다.  

전상진 교수는 음모론의 위험성을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부정해버린다. 음모의 세상에는 두 진영만이 존재한다. 적과 아군, 나쁜 놈과 좋은 놈. 그러한 적과 대화나 타협이 가능할 리 없다. 적에게 민주주의적 관용을 적용할 까닭이 없다. 그렇게 민주주의의 근본이 파괴되니 제대로 된 감시와 비판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정당한 비판까지도 아주 쉽게 음모론으로 낙인찍힌다. 사회의 자기비판과 자기갱신의 능력이 소진된다.˝

 흥미의 관점이 아닌 사회학적인 시각으로 분석한 책인지라 학술적인 용어도 비교적 많이 나와 책을 읽는데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세상을 이루고 있는 하나의 가설로 음모론을 학문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길러줄 수 있기 때문에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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