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얼굴
아베 코보 지음, 이정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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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를 매우 인상적으로 읽고 이어서 그의 실종 삼부작중 두 번째 작품인 [타인의 얼굴]을 읽어줬다. 실종 삼부작은 순서대로 [모래의 여자], [타인의 얼굴], 그리고 마지막 작품은 [불타버린 지도]로 아베 코보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진다. 아베 코보의 상기 작품들은 아방가르드한 경향의 작품으로 자유와 감금을 그리고 있으며, 동양의 카프카라는 별명으로도 불릴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작가다.

아울러 [타인의 얼굴]은 오우삼 감독의 영화인 [페이스오프]의 모티브가 된 작품으로 많이 알려져있다. 오우삼 감독은 이 소설에 대해 1997년 12월 영화 잡지 [키노(KINO)]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오우삼 감독은 처음 본 페이스 오프의 각본은 보잘 것 없는 SF였는데, 데시가하라 히로시(勅使河原宏] 감독, 아베 코보 원작의 영화 [타인의 얼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현재의 이야기로 완성했다고 말한다. 특히 영화에서 타인의 얼굴을 자기자신의 얼굴에 붙이는 순간 주인공이 비명을 지르던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고 했다.(나도 그 장면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소설이 아니라 영화를 먼저 접한것 같은데, 영화도 궁금해진다. 아직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작품으로 보이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찾아보려고 한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은 어느 날 액체질소 폭발로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어 정상적인 얼굴을 잃어버리고 만다. 주인공이 본래의 얼굴을 되찾기 위해, 나아가 인간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타인의얼굴을 한 인간의 피부와 똑같은 가면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완성된 가면을 쓰고 타인으로 변신하여 먼저 자기 부인을 유혹한다. 

결국 그는 이 모든 사실을 부인에게 고백하려고 지금까지의 경위를 기록한 노트 세 권을 그의 아지트인아파트에 남겨 놓고 부인에게 그곳으로 가도록 연락을 해둔다. 그러나 부인은 처음부터 자기를 유혹한 남자가 남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러한 남편의 행동을 비난하고
행방을 감추고 만다. 이러한 내용이 노트 라는 형식을 빌려 전개된다. 노트는 세 권으로 되어 있으며, 작품 전체 구성은 이 노트 세 권과 아내의 편지, 그리고 작품 첫 시작 부분인 나라는 주인공이 아내에게 남긴 메모로 되어 있다.˝

인간 내면의 탐구와 도시인으로 사는 일상적인 삶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고자 하는 욕망이 그려지고 있는 작품이다. 다소 난해한듯 하지만 작가의 유머와 문학적 유희를 충분히 만끽할 수 소설이다. 아내가 남편이 가면을 쓰고 찾은걸 알았지만, 본인도 자신의 타자성을 내세워 동참한건 신선한 느낌을 가져다주는 구성이다.

아베 코보는 카프카 라고도 불릴 만큼 실존주의적 경향이 강하다. 전쟁의 폐쇄적인 공기 속에서 릴케와 니체 사이를 왕래하다가 실존주의에 빠졌고, 사르트르, 카뮈, 카프카에게 여러 가지 시사와 계시를 얻었다고 한다. 전후 일본의 혼란한 상황에서 농촌을 이탈해 대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이 과거를 소거하고 이 공간에서 그들을 감출 수 있는 익명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독특한 구성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제 나머지 [불타버린 지도]를 읽고 그의 영화를 여기저기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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