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의 발견 - 바삭 고소 촉촉 우리가 사랑하는 튀김에 관한 거의 모든 것
임두원 지음 / 부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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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튀김을 매우 즐겼었다. 하지만 콜레스트롤 수치가 높아지고 고지혈증이 생기며 튀김을 예전보다는 덜 먹고 있다. 하지만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는 우스개소리가 있듯이 뭐든지 튀겨서 먹는건 입안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사실이 아닌걸로 밝혀졌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복튀김을 먹고 나서 죽었다는것도 오랫동안 내려온 전설같은 이야기다.

알라딘 신간코너를 둘러보다가 눈에 띄여서 몇 달전 구입했다가 이제야 읽어보게됐다. 저자는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근무하는 과학자이자 책에서도 밝혔듯이 처가가 돈까스 전문점을 운영하며 튀김에 대해 관심과 나름 과학적으로 살펴본 사실들을 모아서 책으로 펴냈다.

저자는 과학자이기는 하지만 이 책은 과학적인 방식을 넘어서 인문학적인 접근 및 그리고 역사적인 사실을 두루두루 모아 상당히 재미있게 서술했다. 세계의 각 나라별로 대표하는 튀김 요리와 레시피 그리고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관한 비화를 속속들이 알 수 있게 된다. 치킨의 역사가 이렇게 오래된지 몰랐다.

˝역사상 최초의 치킨은 고대 로마에서 발간된 요리책 《요리에 대하여(De Re Coquinaria)》에 소개된 아피시우스 치킨(Apicius Chicken)이다.(본문 37쪽)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즐겨 먹는 형태의 프라이드치킨은 19세기 아메리카 대륙에 노예로 팔려 온 아프리카 흑인에 의해 탄생했다. 고향을 떠나 낯선 대륙의 대규모 농장에서 죽도록 일해야 했던 그들에게 뼈까지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바삭하게 튀긴 프라이드치킨은 음식의 낭비를 최소화하고 힘든 노동을 견딜 수 있게 해 준 고열량 영양식이었다.(본문 91쪽) 무엇보다 흑인 노예들은 아프리카식 양념이 가미된 프라이드치킨을 먹으면서 망향의 설움을 달랬다.(본문발췌)

아울러 개인적으로 요리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영국의 국민음식인 피시앤칩스의 배경도 상당히 흥미롭다.

˝영국의 대표 요리, 피시앤칩스 또한 전통적으로 가난한 영국 노동자들을 위한 성찬이었다. 하지만 이 요리에는 그들의 고단함뿐 아니라 15세기경 스페인 왕실로부터 종교적 박해를 받고 이베리아반도에서 쫓겨난 유대인의 설움도 담겨 있다. 이때 영국으로 이주한 유대인들이 즐겨 먹었던 튀김 요리 페스카도 프리토(Pescado Frito)가 영국 전역에 널리 퍼지면서 피시앤칩스의 기원이 되었기 때문이다.(본문 111쪽)˝

튀김이 왜 맛있고 우리가 원하는지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할 수 있다. 식재료를 기름에 튀기면 단백질이 풍부해지고 풍미도 좋아지지만 무엇보다 지방의 함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지방을 많이 섭취하고 몸 안에 저장해두면 생존에 유리한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우리의 조상인 원시 인류도 지방을 탐하는 방식으로 생존했기 때문에 후손인 우리가 튀김을 좋아하는것은 당연한 귀결점이다.

몇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을 살펴보자면,

˝게다가 지방의 기름진 맛을 제6의 기본 미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퍼듀대학교의 리처드 맷츠 교수 연구 팀은 ‘기름진 맛’이 기본 미각으로 분류될 만한 독특한 성질을 가졌기 때문에 5가지 기본 미각(단맛, 신맛, 쓴맛, 짠맛, 감칠맛) 외에 제6의 기본 미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올레오구스투스(Oleogustus)라고 명명한 이 기름진 맛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더 강렬하게 원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본문 43쪽)˝

˝하지만 우리는 튀김의 맛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튀김을 한 입 베어 물면 원재료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고 다채로운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기 때문이다. 과연 이 풍미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비결은 고온의 기름에 식재료를 튀길 때 일어나는 다양한 화학 반응이다. 마이야르 반응으로 인해 생성되는 맛과 향 성분은 무려 1000여 종에 달하고, 캐러멜화 반응은 튀김이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 변하거나 특유의 달콤함과 고소함을 가지도록 도와준다.(본문 158쪽)˝

겉바속촉의 매력적인 음식 튀김도 알고 먹는다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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