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의 힘 - 무엇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고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는가
폴 몰랜드 지음, 서정아 옮김 / 미래의창 / 202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학문적으로 정확히 모르겠지만 사회학에 속하는걸로 보이는 인구학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인구학자인 조영태 교수의 강의를 듣고 지나간 과거의 통계를 바탕으로 향후 닥칠 미래의 사회의 흐름을 예측하는데 가장 유용한 학문중 하나로 생각됐기 때문이다. 지금 급변하고 있는 한국의 여러가지 상황도 바로 인구의 변화에 맞물려 돌아가는건 분명하다.

그렇다면 먼저 중요한 학문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인구학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자면,

˝일반적으로 국가·지역(도·시·군) 등이 분석 단위로 되고 그러한 인구를 성·연령·배우관계·종교·언어·인종·직업·계급·교육정도 등에 관해 연구한다. 1855년에 프랑스의 A.기야르는, 주로 인구현상의 통계적 연구에 대해서 데모그래피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따라서 데모그래피는 기야르의 조어(造語)라고 할 수 있으나, 그 어원은 그리스어의 데모스(인민)와 그라포(묘사하다)이며, 인간의 집합체인 인구의 기술(記述)을 뜻한다. 인구학에는 출생·사망·연령구조 및 결혼 등 인구요인을 집단으로 하여 통계적으로 다루는 분야가 있는데, 이것을 이전에는 인구통계학이라고 불러왔으나, 오늘날에는 인구학의 한 분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즉, 제2차 세계대전 후 인구문제의 연구분야가 갖가지 개별과학(個別科學)의 분야로 확대되자 인구학의 범위도 인구와 경제·사회·인문지리·공중위생 등의 인접 여러 과학과의 관련을 종합한 것이 되었으며, 인구학은 이러한 분야의 체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 사회문명의 발달로 사회구조가 복잡해지고 생활이 다양화하면서, 지금까지의 학문 분야의 범위를 뛰어넘은 학제적(學際的)인 시점(視點)이 새로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그 중심에 인구학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학제과학 및 다차원과학 또는 종합과학으로서의 인구학은 그 체계가 거의 갖추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인구학은 출생·결혼·이동 및 사망에 관한 자료수집과 그것들의 통계적·수리적(數理的)인 인구현상의 분석방법 및 그 적용을 연구하는 좁은 뜻의 형식인구학(形式人口學:순수인구학)과, 인구 변동의 생물학적·사회적·경제적·법적·역사적 결정요인 등 인구연구의 영역을 실체적·이론적으로 연구하는 실체인구학(인구연구학)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또, 인구현상 자체를 분석하는 인구분석과 인구변동의 결정요인과 결과를 연구하는 인구연구의 둘로 나누기도 한다. 인구학적 연구는 많은 전문영역과 관련되는 학제적 성격을 띠는데, 이것이 개개의 학문분야와 특별히 연관될 때 사회인구학, 경제인구학, 가족인구학, 고(古)인구학, 역사인구학 등으로 성립하게 된다.˝

교보문고 신간매대를 둘러보다가 이 책이 눈에 띄여 읽게됐다. 조영태 교수의 책은 몇 권 읽었다. 그의 책이 주로 한국상황에 맞춰서 미래에 대한 전망을 보여줬다면, 이 책은 과거의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현재의 상황을 분석해 인구가 가져올 비교적 가능성 높은 미래의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인 폴 몰런드는 영국 런던대학교 버크벡 칼리지의 연구원으로 인구학 권위자라고 한다. 저자가 영국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앵글로색슨족이 세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사실 초강대국인 미국도 따지고 보면 앵글로색슨족의 한 부류가 아닌가!

전 세계의 인구에 대해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설명을 따라가다보면 인구의 수가 끼치는 영향이 실로 지대함을 알게된다. 책이 어렵거나 그렇지 않지만 여러가지 수치와 역사적인 사실의 인과관계를 따라가려면 책을 읽는데 시간이 좀 소요된다. 책 날개에 이 책을 요약할 수 있는 중요한 구절들이 있어서 읽어보자면,

- 영국이 한때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인구 덕분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상하수도가 개선되고 의료보건 기술이 발전하고 물산이 풍부해지면서 영아사망률이 떨어지고 기대수명이 늘어났다.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영국은수백만 명을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내보냈고 이를 통해 영어를 쓰는 인구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왔다.

- 같은 맥락에서 미국이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된 까닭은 미국국민이 유럽 각국이나 일본인보다 더 잘 살아서가 아니라 그나라들보다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 트럼프의 당선은  ‘다시 위대한 미국을 건설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백인의 나라로 유지하기 위한 백인들의 마지막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 독일과 프랑스가 뒤이어 산업혁명에 성공했으나 이들은 인구에서 영국에 밀렸다. 해외 주둔지에 보낼 만한 인구가 부족했고 현지인들을 누를 만한 머릿수가 되지 못했다. 독일이 2차대전에서 패한 것도 인구수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가능하다. 연합군의 참호는 호주와 뉴질랜드, 미국에서 건너온 병사들로 지속적으로 채워진 반면, 독일은 그러지 못했다.

- 한 사회의 중위 연령이 높을수록 그 사회는 안정적이고 사건사고가 줄어든다. 중위 연령이 낮은 사회는 범죄율이 높고 혁명세력이 많다. 스위스의 분위기가 평화로운 것은 그 나라의평균 연령이 40대라는 점이 분명 작용한다. 반면 사회 불안이끊이지 않는 예멘은 평균 연령이 20세 미만이다. 최근 팔레스타인 봉기가 줄어드는 것도 그 지역의 중위 연령이 높아지고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테러리스트의 평균 연령이 20대인점을 생각해보라.

멜서스의 인구론이 가져온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실제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대략 110억선에 이를 전망이라고 책에서 저자는 말하고 있다.

˝유엔은 세계 인구가 금세기 후반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11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그때부터는 인구 성장 속도가 오늘날의 10분의 1 수준과 1960년대 후반 및 1970년대 후반의 2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인구가 대체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책의 앞부분에도 나오지만 인구는 처음에는 느린 속도로 털털거리다가 무시무시하게 속도를 올리더니 최근 들어 큰 폭으로 감속한 자동차에 비유 할 수
있다. 그 자동차는 금세기를 지나면서 서서히 멈출 가능성이 크다.˝

인문학적인 지식 뿐만 아니라 미래학, 아울러 경제적인 지식까지 함양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한번쯤 읽어보실것을 강력히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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