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Rosso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Rosso는 이태리어로 붉은색을 뜻한다. 블루편에 이어 로소편은 여성작가인 에쿠니 가오리가 작품을 썼다. 블루는 남성작가인 츠지 히토나리가 남주인공 준세이의 관점에서 진행된다면 로소편은 여주인공 아오이의 관점으로 진행된다. 읽는 순서가 따로 정해진건 아니지만 블루를 먼저 읽고 로소를 나중에 읽는게 좋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 읽어줬다. 조금 더 이야기가 밀도있게 다가왔다고 할까 그런점을 느꼈다.

블루편은 상대방 여성인 아오이의 대한 그리움이 제법 많이 서술되지만 로소는 현재 남자친구에게 좀더 집중되는 느낌이다. 역시 여인들이 좀더 현실적이라고 해야되나 아무튼 아오이가 살고 있는 현재 상황을 위주로 그려진다. 한국어판 번역도 한국어판 번역은 김난주, 양억관 부부 번역가가 맡았는데 헤어졌지만 서로를 그리워하는 여인의 심정을 잘 표현해낸것 같다.

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불리우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처음 읽어봤는데 간단하게 그녀에 대해 알아봤다.

˝에쿠니 가오리는 1964년 동경에서 태어나 미국 델라웨어 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 3대 여류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동화적 작품에서 연애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는 한국에 『냉정과 열정사이, 로소』가 소개되면서 유명해졌다. 1989년 『40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 상을, 1992년 『반짝반짝 빛나는』으로 무라사키시키부 문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1998년 『나의 작은 새』로 로보우노이시 문학상을 받았다.

『냉정과 열정사이』는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아쿠다가와상 수상 작가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가 2년 여에 걸쳐 실제로 연애하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릴레이 러브스토리이다. 어느 날 ‘하나의 소설을 번갈아 가며 함께 쓰기‘로 한 두 사람의 작가는 사랑을 테마로 글을 쓰기로 했다. 물론 남자 작가는 남자의 이야기를, 여자 작가는 여자의 이야기를 쓰기로 한다. 이 두 작가가 함께 소설을 쓰기로 합의한 후, 가장 먼저 결정한 것은 교포인 두 사람이 대학시절에 만나 연인이 되었다가 헤어진다는 상황 설정이었다. 서로의 취향이나 그들이 다녔던 학교 등 기본적인 사항만 결정한 채, 그 후의 인생은 각자 쓰기로 한 것이다. 여주인공 ‘아오이‘의 서른 번째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지만, 그것 역시도 10년이 흐르는 동안 어쩌면 서로 잊었을지도 모른다는 설정이다.

이들의 소설은 월간 「가도가와」에 에쿠니가 여자(아오이)의 이야기를 한 회 실으면, 다음 호에는 츠지가 남자(쥰세이)의 이야기를 싣는 형식으로 연재되기 시작했다. 2년이 넘는 동안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이 독특한 형식의 소설은 연재가 끝난 후 가도가와 출판사에서 각각 남자의 이야기(Blu)와 여자의 이야기(Rosso)로 출간되었고, 장기 베스트셀러로 일본의 연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에쿠니 가오리에 대해 얘기하면서 현실의 본질적인 고독과 결핍, 그리고 소수를 바라보는 그녀의 따뜻한 시선에 대해 빼놓을 수 없다. 대표작 『냉정과 열정사이』로 에쿠니 가오리는 ‘사랑‘이라는 보편적 감수성을 흔들어놓으며 독자들에게 어필되었지만, 같은 ‘사랑‘이라는 소재임에도 호모 남편과 알코올 중독자 아내, 그리고 남편의 애인이라는 상식 너머에 있는 세 사람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반짝반짝 빛나는』이나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기묘한 우정을 키운 리카와 하나코가 등장하는 『낙하하는 저녁』 같은 작품 역시 존재한다. 그녀의 작품에는 ‘부부‘와 ‘상처‘, 정확히 말하면 ‘정상적인 부부관계‘와 ‘정상적인 상처의 처리‘가 없다. 오래된 연인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상처를 받아도 너무 세련되게 처리되어 있다. 『도쿄타워』에서도 마흔 살 여자와 스무 살 남자의 만남을 그리며 또 한번 평범하지 않은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도쿄 타워가 지켜봐 주는 장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는, 특유의 감각적인 묘사로 도쿄에 사는 스무 살 남자 아이들의 사랑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쓰지 히토나리와 공동작업을 진행했던 그녀는 다시 한 번 그와 호흡을 맞춘다. 그 결과물이 바로 최근작 『좌안-마리 이야기』『우안-큐 이야기』이다. 그녀는 ˝소설을 쓸 때는 파괴하고 무너뜨리는 작업이 중요한데 츠지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우리는 상대방의 소설을 파괴하고 무너뜨렸습니다. 바람이 통하는, 통풍이 잘 되는 소설을 만들기 위해서였지요. ˝라고 공동집필의 의미를 표현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서로 영감을 주고 받는 팀플레이 끝에 탄생한 『좌안』과 『우안』은 옆집에 살면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마리와 큐의 50년에 걸친 여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시작은 같은 장소였음에도 시간과 함께 흐르는 강은 마리와 큐의 등을 떠밀어 서로를 멀어지게 한다. 두 사람은 때론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마주 보기도 하고, 또 때론 급한 물살로 쉽게 건널 수 없는 그 강변에 서서 서로를 망연히 바라보기도 한다. 두 작가는 그것이 사랑이고 인생이라 말하며, 서로의 강변에 닿지 못하는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때로 서로를 생각하는 그리움이, 삶이라는 거대한 강을 건널 수 있도록 하는 힘이라고도 말한다.

즉, 『냉정과 열정사이』가 남녀의 러브 스토리를 주제로 한 짧은 소설이라면 『좌안』『우안』은 강을 사이에 두고 살아가는 두 남녀의 일생을 그린 라이프 스토리이다. 역시 에쿠니가 마리의 이야기를, 쓰지가 큐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 외 작품으로 『장미나무 비파나무 레몬나무』, 『수박 향기』, 『모모코』, 『웨하스 의자』, 『호텔 선인장』, 『낙하하는 저녁』,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사람을 꽃보다 아름답게 하슴 사랑 만남에서 영원까지』, 『하느님의 보트』, 『제비꽃 설탕 절임』『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외 다수의 작품이 있다.˝

츠지 히토나리와 다시 공동작업을 한 소설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아무튼 냉정과 열정사이는 기획력이 참신했던 컵셉의 소설이어었고 적당한 재미도 선사한 작품이다. 이제 영화를 챙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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