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안에 살다 - 박경득 산문집 인문학과 삶 시리즈 1
박경득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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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에 괜찮아 보이는 모임이 있어서 회원으로 가입했다. 인문학 공부와 아울러 책을 쓰는데 도움을 받을것 같아 활동을 좀 해보려고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아쉽게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가입과 함께 받았던 책인데, 클북출판사의 인문학과 삶 시리즈중 첫번째 책이다. 저자는 아마도 처음으로 책을 쓰신것 같다.

초등학교 교사로 직장생활을 하시다가 퇴직을 하시고 본인이 꿈이었던 책을 썼다고 하신다. 두 명의 자녀를 길러내고 손자, 손녀까지 생기게 되면서 얻어지는 기쁨을 에세이로 풀어냈다. 아울러 어렸을때 사과농장을 운영하신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 프로라고 불리우는 남편, 살짝 시댁 어르신과의 갈등까지 소소한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저자 소개글에서 작가가 살아온 삶을 간단하게 살펴볼 수 있다.

˝1963년 경북 하양, 과수원 집 막내로 태어났다. 결혼한 아들의 아들 <복이>와 딸의 딸 <콩이> 할머니다. 30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를 하며 학교 울타리 속에서 살았다.

2015년 퇴직 하고 마음껏 세상을 구경하는 중이다. 여행, 음악회, 전시회를 비롯해 역사, 인문 서적, 읽었던 책 다시 읽기로 여가를 보낸다.

책 읽기가 좋아서 기웃거리다 한국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이며 베스트셀러 <경청> 조신영 저자를 만나 생각학교 ASK 2학년 재학 중이며, 동료 연구원들과 ‘생각을 생각하는 힘’을 공부하고 있다. 세상을 글로 풀어서 보며 다시 삶을 정리한다.˝

나도 퇴직을 하게 되면 막연하게나마 책을 써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직접 쓰신분들을 보면 책의 완성도를 떠나 일단 존경스럽다. 전문작가가 아니고 나이가 좀 들어서 꿈을 이루는 과정이 매우 좋아보인다.

글도 수려하게 잘 쓰시는것 같은데 책속의 구절을 살펴보자면.

˝햇볕이 어김없이 따스하게 찾아오는 시간에 책을 읽으며 더 따뜻한 이야기에 가슴을 적신다. 밤까지 이어진 시간에도 책은 내게 힘을 줄 때가 많다. 역사책 속에서, 타인이 지어낸 이야기책속에서 마주하는 삶은 그 어떤 것이든 가치가 있다. 내 생각의 강도 부드럽게 실타래를 풀고 흘러간다. 내가 기억하는 감정을 글로 그릴 수 있어서 좋다. 글은 마른 꽃잎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부서질 듯 약한 꽃잎들은 남은 색깔과 향을 간직하려 애쓴다. 내 기억이기에 아름답고 소중하다. 다 내려놓고 나면 새로움이찾아온다.˝

˝그것은 나에 대한 사랑, 곧 자기애에서 출발하고 자기애가 중심이 되면 그 주변에 있는 모든 일은 배제할 필요가 있다. 좀 더나아가면 고통스럽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까지도 사랑할 수있다. 내가 나를 사랑할 때, 남도 사랑할 수 있다. 내 운명에 정해진 모두를 사랑하자, 그러나 중심엔 내가 먼저 있게 하자. 삶에서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만족해서 나 자신을 대견하게바라보는 것. 내 마음이 만족하고 즐거우면 모든 것이 행복하게 보인다.˝

˝설거지하다가 멋진 문장이 생각났다. 문장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서둘러서 그릇을 씻었다. 따뜻한 물에서 거품이 자꾸 생겨나오래도록 그릇을 헹구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노트를 펼쳤는데아까 그 문장은 완전히 도망가고 첫머리도 생각나지 않는다. 놓친 물고기처럼 아깝다. 아까 생각한 문장은 어디로 갔을까? 전혀실마리도 안 잡히고 대신 어제 본 시 구절이 떠오른다.

인생을 꼭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것 그대로 맞이하라˝

˝공감은 여행 같다. 낯섦과 익숙해짐 사이를 건너다니고, 편안함과 불편함이 같이 연결된다. 또 격한 감동과 나중에 다시 앨범을 들춰보고
싶은 아련한 향수 같은 것이 깔린다. 앞으로 내 생에서는 공감의 순간이 많기를 기대한다.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장소에 나를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언제나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써볼까 싶은 희망을 가지고 살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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