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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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까지 나름 절친으로 지냈던 친구가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지금은 연락이 끊어진 상태이지만, 그 친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당시 그 친구집이 또 하나의 친구와 함께 아지트였는데, 친구의 형님이 서울로 올라가셨던지라 방이 비교적 널찍해서 수시로 모여 밤을 지새웠다.

친구의 형님이 아마도 일문과를 나오신걸로 기억되지만, 한국문학을 좋아하셔서 그 방에 책장 가득히 한국소설이 꼽혀있었다. 시간이 될때마다 빌려서 몰랐던 소설가들의 책을 읽었는데 박범신 작가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작가의 소설중 [풀잎처럼 눕다]를 상당히 인상적으로 읽었고 이후 박범신 작가의 소설을 접해볼 기회가 없었다.

은교라는 소설이 영화로 나오고 원작소설이 궁금했던 찰라, 작년 미투관련 노작가의 이름이 언급되며 화제가 됐었다. 오히려 어떤 소설인지 더 읽어보고 싶어져 책을 구입했는데 이제야 읽어보게됐다. 박범신 작가의 후기에 한달반만에 미친듯이 써내려갔다고 적으셨던데 나이를 생각하면 뭔가 필이 확 꽂히신듯 싶다. 그만큼 소설이 가지고 있는 열정적인 필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소설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박범신 본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롤리타라고나 할까? 아무튼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명작 [롤리타]가 매우 강하게 떠올랐다. 거기에 제자인 최지우를 등장시켜 롤리타와는 좀더 갈등구조를 세밀하고 밀도있게 다뤘다.

소설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젊었을때 신념으로 인해 오랫동안 투옥된 후 출소한 이적요라는 시인은 문단에서 크게 인정을 받고 몇 몇 대학에는 출강을 나가기도 한다. 그에게 강의를 듣던 공대생 최지우는 시간이 흘러 그의 집으로 찾아와 거의 내가제자로 혼자 사는 시인의 뒤치닥거리를 하며 지내고 있다. 서울이지만 거의 시골스러운 근교의 집에 어느날 은교라는 고등학생이 찾아오게 되고, 이후 이들은 서로 걷잡을 수 없는 갈등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소설은 병으로 죽은 이적요 시인이 친한 변호사 Q에게 일기 비슷한 유서를 남기고 1년 뒤에 공개하라는 말을 남기고 사망한 후, 그의 일기와 최지우의 일기가 오버랩되며 진행되는 구조를 따른다. 다소 논란이 일 수 있는 소재를 다뤘지만 소설은 매우 재미있게 읽히는편이다. 영화도 어떨런지 궁금하다. 이미 디비디를 확보해놨기에 조만간 감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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