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 번의 생사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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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이 시국인지라 일본 작가의 소설을 읽는게 왠지 부담스럽다. 일본 국민이 무슨 죄냐고 말할 수 있지만, 그들도 어차피 일본국민이기에 아무리 거듭 생각해봐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다. 하지만 미리 사 놓은 책을 버릴수도 없고 어차피 극일하려면 그들을 알아야 하기에 일본인이 쓴 책들은 예전과 똑 같이 읽기로 했다.(쫌 너무 자기 합리화인가? ㅋ)


미야모토 테루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설가다. 환상의 빛이 수록된 단편선과 금수를 읽으며 저자의 섬세한 감수성과 필체가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1947년생으로 일본의 순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왕성한 집필 활동을 보이며 많은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비교적 연륜이 있으신 남자분이 썼다고 하기에는 소설이 말랑 말랑하다.(이것도 편견인가?)


역자가 미야모토 테루는 역시 단편이 제 맛이라고 멘트를 했지만, 이 단편집은 다소 아쉽다. 전작들이 너무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그냥 평범한 단편소설집으로 생각된다. 소개글에 언급된 말을 통해 대충 훑어보자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빚 독촉에 시달리던 ‘나’는 결국 친구가 거금을 주고 사겠다고 한 아버지의 유품을 팔기로 하고 친구를 찾아간다. 하지만 친구는 만나지 못하고, 추운 겨울 돈 한 푼 없이 먼 길을 걸어 돌아가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아득한 길을 무작정 걷던 ‘나’는 ‘하루에도 오천 번씩 죽고 싶어지기도 살고 싶어지기도 하는’ 남자를 만난다.


표제작 「오천 번의 생사」를 비롯하여 매일 밤 정성스레 눈썹을 그리는 아픈 어머니와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들의 마음을 담은 「눈썹 그리는 먹」, 가장이 되어 삶에 시달리던 중 문득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는 「힘」과 시한부 선고를 받은 친구를 차마 마주하지 못하고 여행지에서 그와의 추억을 되돌아보는 「쿤밍·원통사 거리」 등 미야모토 테루의 단편 아홉 편을 담았다. 죽음과 무거운 기억에 떠밀려 앞으로 나아가는 삶에 전하는 미야모토 테루의 담담한 위로.˝


총 9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미야모토 테루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면 환상의 빛을 읽고 나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감상하시길 추천드린다. 그리고 좋다면 [금수]도 조심스럽게 추천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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