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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평점 :
낮고 순한 말로 이 세상에 말 걸고 싶으시다 하셨는데.. ‘라면’이라는 낱말에 끌려 주제도 모르고 너무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 탓인가보다. 에세이로는 처음 만난 김훈님은 역시 높은 곳에 계셨다. 날카로운 지성으로 세상사 하나하나 꿰뚫는 강하고 수려한 문체는 여전히 엄지척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소설 속에서 만나게 되는 문장들이 파도가 몰아치듯 더욱 세차게 다가오는 것 같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여성에 대한 그의 관음적인 묘사는 아직도 역시나 불편하고, 이 시대의 대표 소설가 중 한 명인 그가 자신의 글솜씨를 하찮게 여기는 부분은(물론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겠지만) 나처럼 뭐 좀 쓸라치면 진부하기 짝이 없는 문장들만 널어놓는 무식쟁이 범인은 감히 공감할래야 할 수가 없음이고, 오히려 너무 유려한 문체에 중간중간 멀미가 나기도 했다. 그래도 김훈의 역사와 일상의 세상을 잠시 둘러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
심심한 내 입맛에 라면은 넘 짜고 매워서 별로 즐기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먹을 때면 항상 맛있다. 그렇게 먹고나면 항상 몇주는 좀 쉬어줘야 한다.
이제 잠시 쉬어줘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