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존 버거 지음, 김우룡 옮김 / 열화당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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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작품 앞에서 우린, 그게 무엇을 드러내는지 또는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찾아내려 실눈떴다 부릅떴다하며 열심히 노려본다. 존 버거의 포토카피에서는 거꾸로경험이 이루어진다. 두런대는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브레송의 작품 같은 어떤 흑백 장면이 눈 앞에 촤르르 떠오르는데, 피사체의 상황을 딱 사진 만큼 묘사한다. 정말 딱 그만큼이다.

그의 시선에서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느껴진다. 털빠진 비둘기를 돌보는 노숙자여인에게서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다. 노동자의 삶을 존중하고 무명 예술가들의 순수한 집념의 가치에 존경의 시선을 보낸다. 알프스 산속에서 홀로 소를 쳤던 이를 위해, ‘물 담은’ 잔에 들꽃 한묶음.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소박하고 따뜻하게 연대한다. 따뜻한 통찰.

나는 어떤 장면으로 포착될까. 나의 삶은 어디에 있는걸까. 낮과 밤이 의미없이 스쳐지나가니 어느새. 반백이 다 되었는데도 아임낫 빌롱투히어라니. 궁금하다. 자연소멸되는 순간까지도 이방인의 느낌은 계속 되는건지.

책제목은 포토카핀데 읽다보면 머릿속으로 뭔가 열심히 드로잉을 하고 있다.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노숙자 여인이 그 대머리 새에게 말했다. 글쎄, 두터운 벽 너머에 숨겨져 있는 것을 저들이 볼 수 있을까. 하지만 이 풍요한 정원을 꼭 보고 싶어한다면 보도록 내버려 두지 뭐.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 P35

대상과 닮게 그리는 것이 인물화의 조건이라고는 결코 생각지않는다. 닮을 수도 닮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하튼 그것은 신비로 남는다. (...) 닮음이란 생김새나 비율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아마도 두 손가락 끝이 만나는 것같이 두 방향에서의겨냥이 그림에 포착된 것이리라. (...) 그림을 그릴 때 종종 그런 것처럼, 그녀를, 그녀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어 버렸고, 내가 아무리 잘 그린다 해도 그것은 하나의 흔적이상이 될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 P38

어떤 것도 사라져 없어지지 않아요. 당신이 본 것은 늘 당신과 함께 있어요. - P62

데생은 명상의 한 형태입니다. 데생하는 동안 우리는 선과 점을 하나하나 그려 나가지만 완성된 전체 모습이 어떤 것일지는 결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데생이란 언제나 전체의 모습을 향해 나아가는 미완의 여행이지요…. - P64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내가 느끼는 연대감은 너무도 커서, 한 개인이 어디서 태어나고 어디서 죽는가는 내게 별로 중요치 않습니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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