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 권여선 장편소설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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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 반바지, 2002

나는 가끔 예전 식으로 그를 불러본다. 하안만우우우, 라고. 그러고 나면 과연 이 한 많은 삶에 의미 같은 것이 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생이 아니라 구체적인 개인의 삶에 말이다. 그의 삶의 갈피갈피에도 의미 같은 것이 있었을까. 아니, 없었겠지. 없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삶에도 특별한 의미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삶에도 특별한 의미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삶에도, 언니의 삶에도, 내 삶에도. 아무리 찾으려 해도, 지어내려 해도 없는 건 없는 건 없는 거라고. 무턱대고 시작되었다 무턱대고 끝나는 게 삶이라고. 

----- 무턱대고 시작되었다 끝나는 삶이라니. 언어가 참 무심해서 슬프다. 근데 의미없는 삶인가. 그래도 누군가에게 작은 어떤 의미가 남진 않을까. 짧지만 작고 소중한 추억이 누군가에게는.


 

p.35 반바지, 2002

아이의 웃음소리는 내게 죄를 알리는 종소리 같다. 아이는 곧 초등학교에 가고 나는 학부형이 될 것이다. 열일곱살 6월까지도 나는 내가 이런 삶을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이런 삶을 원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살고 있으니, 이 삶에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내가 이 삶을 원한 적은 없지만 그러나, 선택한 적도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 이런 삶 원한 적 없지만, 순간순간 내가 선택해왔던 길의 끝자락이 여기다. 원하던 삶이 아니지만 후회도 없다. 그리고 선택은 앞으로도 계속 될거다. 100살까지 살려면 앞으로도 아주 창창하다.


 

P,145 무릎, 2010

어떤 삶은 이유 없이 가혹한데, 그 속에서 우리는 가련한 벌레처럼 가혹한 줄도 모르고 살아간다.

----- 가혹한 줄도 모르고, 불합리한 것도 모르고, 부당한 것도 모르고. 가련한 벌레처럼. 같은 작가의아직 멀었다는 말친구에서 해옥과 그녀의 아들 민수가 떠올라.. 다늦게 다시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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