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 - 앤드루 숀 그리어 장편소설
앤드루 숀 그리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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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재밌다는 소문에. 하루이틀 휘릭 읽을 생각으로 도서관에서 잽싸게 득템. 그런데 진도가 안나간다. 며칠 동안 1장까지 겨우겨우 읽고 자기비하감정이 생김. 뭔 소린지 도대체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대체 누가 재밌다는거야.. 넘 피곤한 상태로 졸면서 봐서 그런건가 하고 마음을 다 잡고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기시작.(은근 우직한 무식쟁이) 진짜 힘들게 꾸역꾸역 2장까지 도착하니 알겠다. 우리말을 읽고 있으나 영어로 읽고 있는 이 느낌. 문장 하나 읽고나면 삐걱삐걱 힘들다. 주어가 대체 몇 개야.. 복문에, 복문에, 복문에.. 하이픈, 괄호, 하이픈, 괄호.. 머나먼 주어와 서술어를 찾아 상봉시켜가며.. 아니.. 나는 스트레스 날리고자 시원하게 쭉쭉 나가는 소설을 원했는데 지금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거야.. 우리말을 번역하고 있는 이 현실에 짜증이 솟구친다. 퓰리처(풀-잇-서)상을 받았다는데 우리말로는 접수가 안됨. 번역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며, 정말 집어 던지고 싶었으나. 재밌다는 사람들은 그럼 이 높은 번역의 산을 넘어선 거야? 어떻게? 그것이 알고싶다. 진짜 쫌만 더 읽어보자. 다행히 3장은 그럭저럭 잘 넘어가고 4장 '독일에서의 레스'에서 부터 작가의 유머가 실실 느껴지다가 빵빵 터지기 시작한다. 그리곤 가속도가 쭈왁 붙더니 순식간에 끝이 났다. 하아하아.. 진짜 웃기다. 중도 포기 하지 않고 끝까지 읽기 진짜 잘했다는 생각이다. 그냥 웃기기만 했으면 다른 이에게 추천하고픈 마음이 없었을 텐데, 코메디 같지만 진솔한 삶에 대한 고찰에 나중엔 마음이 계속 뭉글뭉글하다.

나이 쉰에 애인의 결혼식을 피해 도망가다 자신을 찾아가게 되는 백인의 중년아저씨의 좌충우돌 코믹 세계여행기를 들으면서, 사랑과 함께 늙는 다는 것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오십번째 생일에 사랑 그 언저리에라도 가봤다 할 수 있을까.

 

바보 사랑꾼 레스는 참 좋겠다.. 

p.295
75세의 로버트가 무겁게 숨을 쉬며 말한다. "이런, 불쌍한 내 꼬마. 많이 사랑하는 거야?"
그래도 아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제 로버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누군가에게 사랑이나 슬픔에 대해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일이 얼마나 이상한지 알고 있다. 사랑은 손가락으로 짚을 수 없다. 그렇게 하려 드는 건 하늘을 가리키며 "저거요, 저 별, 저기 저거요"라고 말할 때처럼 전달되지 않는, 부질없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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