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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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 ‘... 상식이지.’ 나부터 이런 말을 얼마나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뱉어 왔는지.. 너의 상식과 나의 상식은 다르고, 그로 인해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도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상식이란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화자가 생각하지 않는 바로 그것을 보여준다는 것을. 황정은의 표현에 의하면 상식이란 사유의 무능에 가까우며, 일상의 짐들이 쌓여있는 치우지 않은 베란다이다.

말 나온 김에 베란다 정리 좀 하려는데 폭염이라 아무래도 힘들겠지? 그럼 실외기라도 한번 닦자.

그럴 필요가 있다.

      

p.265-266
(․․․) ‘상식적으로’에서 상식은 본래의 상식, 즉 사유의 한 양식이라기보다는 그 사유의 무능에 가깝지 않을까. 우리가 상식을 말할 때 어떤 생각을 말하는 상태라기보다는 바로 그 생각을 하지 않는 상태에 가깝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것은 반드시 생각은 아닌 듯하다...... 우리가 상식적으로다가,라고 말하는 순간에 실은 얼마나 자주 생각을...... 사리분별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인지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흔하게 말하는 상식, 그것은 사유라기보다는 굳은 믿음에 가깝고 몸에 밴 습관에 가깝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그건 상식이지,라고 말할 때 우리가 배제하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너와 나의 상식이 다를 수 있으며, 내가 주장하는 상식으로 네가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는 가정조차 하질 않잖아. 그럴 때의 상식이란 감도 생각도 아니고...... 그저 이 이야기는 그렇게 끝나는 것이고 저 이야기는 저렇게 끝나는 것이라는 관습적 판단일 뿐 아닐까.

서수경은 내 머리에 손을 올리며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아니 나는 속상하다고 진짜 속상해서 그 사람들을 일일이 방문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고, 한 사람이 말하는 상식이란 그의 생각하는 면보다는 그가 생각하지 않는 면을 더 자주 보여주며, 그의 생각하지 않는 면은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비교적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당신은 방금 너무 적나라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그렇지. 적나라(赤裸裸). 그 광경은 마치 투명한 창을 통해 보이는 남의 집 베란다처럼...... 우리는 왜 때때로 베란다를 청소하듯 그것을 점검해보지 않는 것일까. 모조리 끄집어내서 거기 뭐가 쌓였는지도 확인을 좀 해보고 먼지도 털어보고 곰팡이 끼거나 망가진 것은 닦거나 내다버리고 하면서 정리도 다시 해보고 새로운 질서로 쌓아보거나...... 하지를 않는 걸까 좀처럼.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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