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기억나는 무지한/무례한 질문들.

 

질문 1. 남자 상사A: 그 차 값이 얼마야? 나도 우리 아들 그 차 한 대 뽑아주려고.  ...(대리점에 문의하세요.)

질문 2. 남자 상사B: (동거인 직업에 관하여 꼬치꼬치 묻길래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아서 뭉뚱그려 프리랜서라고 했더니) 그런 직업은 먹고살기 힘들지 않아? ... (당신보다는 잘 버는 듯)

질문3. (작년에 무급으로 휴직 했다고 하니..) 여자 선배: 남편 돈 잘 버나보네.  ... (순간 어이가 없어서 대답 않고 쳐다보니) 어차피 남편 돈으로 휴직하는 거잖아? 아냐?(분명 이렇게 되묻기까지 했다. 확신에 차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니 말문이 막히고 얼굴이 빨개짐.) 같은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저런 말을 태연하게 하다니 정말 놀라웠다.

 

은유작가는 이러한 무지한 질문에 대한 반응으로 “근데 그게 왜 궁금한 거죠?” 라는 반사 질문을 준비했던데. 내가 받은 저 세 번째 rudest 질문에는 이 반사질문카드도 적용불가다. 아.. 뭐라고 말했어야 했을까.. “여성으로서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신 거 에요?” 아니아니.. 약하다 약해.. 뭐라고 받아쳤어야 했을까. 생각할수록 이불킥.

 

15년 이상 끌어온 직장 생활을 내 자유 의지로 쉴 자격이 충분하다고 몇 년 전부터 스스로 생각했고, 이를 위하여 2-3년 전부터 일 년 치 식량을 차곡차곡 모았으며, 작년에 실행에 옮겼다. 휴직 기간 동안 사적인 지출은 생활비와는 별도로 모두 비축해놓은 식량으로 해결했고, 그러고도 남은 식량으로는 수명을 다한 냉장고와 청소기도 바꿨다. 난 스스로 만족하고 당당한데 왜 갑자기 자신의 가부장적인 잣대로 남의 삶을 재단하고 확정지어버리는지. 순식간에 난 남편 덕에 맘 편히 몸 편히 쉬면서도 감사할 줄 모르는 파렴치한 된장녀가 되어있었다. 나는 그냥 언제든 홀로 설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불킥 푸퓩푹퓩푹!

    

p.279 ‘그게 왜 궁금한 거죠?‘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그런 일 하고도 먹고살 수 있어요?"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딨어" (…) 다른 사람의 삶으로 들어가서 이해하기 위한 말 건넴이 아니라 바깥에서 자기 생각을 주장하기 위한 말 던짐이다. (…) 그들은 왜 질문하는 자리에 있고 나는 왜 쩔쩔매며 답하는 자리에 있는가. 아니, 저 질문의 형식을 띤 모욕하는 자리는 왜 사라지지 않는가.

p. 262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디디의 우산, 황정은)
너희가 무슨 관계인가.
나는 궁금하다. 그렇게 묻는 우리의 이웃은 그것이 정말 궁금할까? 그 ‘궁금함’의 앞과 뒤에는 어떤 생각이 있을 까, 그것은 생각일까? 예컨대 너희가 무슨 관계냐는 질문을 받을 때 서수경과 나는 우리의 대답으로(우리가 대답을 하건 하지 않건) 우리가 또는 우리 각자가 대변할 수 있는 위협을 생각하고, 질문자와의 관계 변화를 생각하고, 그 질문이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대답 이후까지를 찰나에 상상하는데 우리에게 질문한 이웃도 그 정도는 생각했을까?

아니야 언니.
라고 김소리는 말했지.
사람들은 그런 걸 상상할 정도로 남을 열심히 생각하지는 않아.

그것을 알/생각할 필요가 없으니까.


p.35 ‘여자들의 저녁 식사‘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모든 물음은 질문자의 입장과 욕망을 내포하는 법이다. 나의 물음은 그간 얼마나 진화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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