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이 잠시 나간 오늘 하루.

40분 동안 주사를 총 6방을 맞았다. 한방한방 깨알같이 아팠다. 너무너무 눈물나게 겁나 아팠다. 병원을 나올때 나의 몰골은 흡사 한마리 외로운 엄마너구리. 아이라인이 다 번져 눈주위 아래위 똥그랗게 시꺼맸음. 🐼
이 사태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종기. 말하기도 민망하고 내 눈으로 확인하기도 몹시 어려운 곳에 은근슬쩍 자리를 잡고나서(종기란 녀석들은 항상 그런다. 무릎 위나 배 등 훤히 잘 보이는 곳에는 절대 등장하지 않는다.) 숙주도 모르게 배양시킨 후 중요하고 복잡한 순간에 갑자기 존재감을 후끈하게 들어낸다. 짜잔~ 나 여깄지롱! 젠장.
오늘 깨달았다. 종기를 쥐어 짜내는 것은 아기낳는 것 보다 아프다.(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의견임. ) 혼미한 와중에 이런 생각도 했다. 그래도 애는 목숨 걸고 낳지만 종기짜다 죽었다는 얘기는 못들었어. 버텨! 없애버렷! 할수있어!! 흐으흥흐으으으아아~~
내 생애 가장 아픈 마취주사를 3방이나 맞았음에도 종기란 녀석과 대면하기에는 절대절대 역부족이었다. 이럴 걸 마취주사를 왜 맞은 걸까. (그제야 생각났다. 간호사님의 페이드아웃으로 스쳐지나가던 한마디. 마취주사가 더 아플텐데에에에에... ) 아기를 낳을 때 처럼 두 눈이 풀릴 때쯤 의사샘이 말하셨다. 완전히 다 나오진 않았는데 나머지는 약으로 없애보죠.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항생제를 혈관주사로 맞을게요. 항생주사 알러지반응 먼저 보겠습니다. 그나마 오늘기준 가장 덜아픈 팔뚝 주사. 그런데 점점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엄청 가려운거다. 15분 후에 오신 간호사샘이 어맛. 긁으셨어요? 빨갛게 부었네. (아니요. 긁을 힘도 없어요. 지혼자 부어오른거에요) 이렇게 오늘 나는 세파 계열 항생제에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을 45년만에 알게되었다. 새로 알게된 고급정보에 뿌듯함을 느낄 찰나. 의사샘이 오셔서 음.. 혈관주사는 안되겠네요. 엉덩이 주사 2대로 갑시다. 근데 좀 아파요호호. 소중한 내 엉덩이를 찰싹찰싹 내리치다 묵직하게 들어오는 두방에 으악하다 급기야 방언터지듯 실성웃음이 나오더라는. 😂 오늘 주사는 죄다 최고였어요! 🤪

술을 좀 쉬어라. 몸에서 그렇게 신호를 보내온거다. 근데 당장 낼 고딩칭구들이랑 약속이.. 😶 다들 한 술 하시는 칭구들인데. 그냥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야기만 나누는거다. 아프지말고 우리 조용히 늙자 그럼서.. 친구들과 옹기종기종기종기나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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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19-08-01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옹기종기는 결국 취소되었다. 술안먹는 칭구따윈 필요없다는 의리 빵꾸난 녀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