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술 -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튼 시리즈 20
김혼비 지음 / 제철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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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사 빠진 날

나사가 몇개 빠졌나 세 보자.

나사 하나.
토요일인데 직장에 나갔다. 암도 안시켰는데. 뭔 바람이 불었는지 스스로.
다음주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일을 아무래도 내 능력으론 일정안에 못 끝낼 것 같은 조바심에 셀프토요출근. 김밥하나랑 아이스커피 익빠이 큰걸 들고 소풍가듯이 출근. 주말에 아이를 아이아빠한테 맡기고 집에서 나오니 은근 홀가분한게 진짜 소풍기분이 난다. 한창 일에 집중하고 있는데 자꾸 울리는 전화. 휴일 건물 관리하시는 분께서 자꾸 물으신다. 언제 가냐고. -_-;;; 그래도 나 말고 몇명은 나왔겠지 싶었으나 정말 딱 나 하나 뿐이었나보다. 워라밸 만세. 관리자님이 나땜에 세콤도 못걸고 계속 신경쓰시는 게 맘에 걸려 결국 나머지 일은 집에서 마무리 하자 생각하며 3시에 결국 쫓기다 시피 나왔다. 나오자 마자 바로 주차장 폐쇄ㅋ. 엄청 기다리셨나봐요. 집에 도착하고 깨달았다. 작업하던 usb를 컴터에 그대로 꽂아 놓고 왔다. 하아.......

빠진 나사 둘.
집에 와서 작업 마무리 하려고 한 순간. usb를 조신하게 놓고 온 것을 자각하고 벽에 머리박으며 잠시 자학모드. 그래 됐다 이미 망한거 이따 저녁이나 맛있게 먹자하고 바로 체념모드. 집에서 팥빙수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봉봉이의 의견을 십분 수렴하여 빙수용 팥고물을 사러 가는, 자비로운 엄마는 개뿔. 이미 망한 토욜밤의 혼술타임을 위한 안주를 사러 이마트로 고고. 서둘러 장을 보고 집으로 와서 주차장에 멋지게 파킹을 하는 중에 전화 한 통이 울린다. 왜! 불길한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 친절한 이마트 고객센터다. 고갱님, 벌써 가셨나요? (네, 이미 우리집 주차장입니다.) 고갱님 지갑을 계산대에 고이 두고 가셨네요. 어서 오셔서 찾아가세효홍홍홍. 아.. 지금까지 마트갈때 지갑을 가져간 역사가 없는데, 오늘따라 뭔 바람이 불어 지갑을 들고 간걸까.. 봉봉이에게 집에서 마트표 초밥을 냠냠먹고있으라 명을 내리고, 손지갑을 찾으러 다시 마트로 고고.

빠진 나사 셋.
토욜저녁이라 매우 혼잡한 마트 주차장에 오늘들어 두 번째인 주차를 서둘러 하고, 집에서 혼자 쓸쓸히 초밥을 먹고 있을 봉봉이를 생각하며, 뜨근뜨근 사우나실 같은 주차장을 전속력으로 달려 이마트 고객센터로 뛰어들었다. 수준 높은 시민의식 덕분에 지갑을 무사히 돌려받고 집으로 헐레벌떡 들어왔다. 그런데 현재, 나의 지갑은 여기 없다. 차에 또 두고 왔다. 할할할할할~ 어이가 없으니 그냥 웃음만. 오늘 정신님이 가출하셨다.

그. 래. 서.
가출하신 나의 정신님의 무사귀가를 기원하며 평화로운 혼술 중. 홍냐홍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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