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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독법 - 유쾌하고도 섬세하게 삶을 통찰하는 법
김민웅 지음 / 이봄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동화는 안데르센이 미운 오리 새끼처럼 힘들고 절망적인 어린 시절을 지내고 나서, 결국 백조가 되어 작가로서 찬사를 받는 자신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아주 자전적인 동화라고 한다. 누구나 자신의 내면에 아름답고 행복한 가치를 지닌 백조의 가능성이 있음을 잊지 말고 힘내라는 이야기.
하. 지. 만. 어렸을 때부터 공감이 안됐던 동화 중에 하나였다. 슈퍼울트라 어글리스트 오리로서 가는 곳마다 구박받고 도망다니다가 나중에 봤더니 세상에 백조였더라. ... 그래서 뭐. 그래서 진짜 뭐 어쩌라는건지. 독후감상문을 쓰세요하면 한단어로 ‘뭥미’였다. 미운 오리한테 글케 못되게 굴었던 외모지상론자 동물들을 모두다 처단하라는 시원한 권선징악 결말도 아니고, 지지리 못생김을 스스로의 노력으로 극복하여 결국 자존감을 쟁취하였다도 아니고. 알고보니 아름다운 백조더라 잖아. 어차피 백조인 니가 이겼다. 결국 타고난 금수저 였으니 되었다. 그것으로 되었다냐. 이렇게 찜찜한 채로 잊고 있던 나 어렸을 적 고구마 동화를 이 책에선 이렇게 시원하게 풀어놓았다.
p.50~55
1. 오래와 백조에게 신분차이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자기와 다르게 생긴 오리를 못살게 구는 오리들의 고정관념이 가한 폭력과 배타의식을 분명하게 고발하고 있으나, 그에 못지않게 백조의 특권적 위상을 설정해 놓은 것이다.
2. 자신이 백조였음을 깨달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올렸어야 할 존재는 엄마 오리가 아니었을까? 다른 알보다 더 오래 품어 깨어나게 해주고, 남들의 비난과 공격에서 지켜주려고 한 엄마 오리의 존재를 기억이나 하는지. 이야기 속에서는 없다.
3. 백조가 되었으므로 그저 행복하다. 자신과 다르다고 함부로 대하는 이런 일들이 다른 누구에게도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자기가 백조인 것을 확인 한 것으로 이런 문제들은 이제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 되고 만다.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임이 판명되었다고 해서 세상이 그만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4. 미운 오리 새끼는 물위에 비친 모습을 통해 자기가 누군지 알게 된다. 자기성찰의 순간이 그렇게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성찰은 정신의 든든한 힘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자기처럼 다른 누군가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거나, 어려운 시절 도움 받은 것을 잊지 않고 누군가를 구하는 희생적인 선택을 통해 자기가 누구인지 발견할 수 있었다면 그게 더 감동적일 것이다. 겉모습이 아니라 그런 진정한 백조다운 우아함과 품격을 지녀야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된 의미가 있지 않을 런지.
용감하고 씩씩한 우리의 토종닭 잎싹과 풀잎(청둥오리였나..)이 갑자기 떠오르네. 조류계에 있어서는 황선미 작가가 안데르센 보다 한수 위인듯.
p. 50 ‘알고 보니 재벌 회장의 숨겨진 아들이었다.’식의 드라마가 이 안에 깊숙이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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