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의 에세이 「힘 빼기의 기술」에 나는 이렇게 추천사를 썼다. ˝설거지나 고양이 구경을 주된 일과오 파자마 차림인 채 하루를 보내나 싶다가도 김하나의 생각은 아주 멀리까지 다녀온다.˝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보기에 남들은 모를 나태함이나 느슨함을 발견하게 된다면, 거꾸로 그렇게 근거리에서 관찰하기 때문에 매일의 묵묵한 성실함도 먹격하게 된다.
à la page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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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프로방스로 가기 전에 읽고, 다녀와서 다시 읽는다. 어디에서 살아가든지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정수복 선생님은 당면한 지적 과제를 고민하고,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했던 시간을 말씀해 주신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나보다 먼저 고민한 사람의 고민을 통해 나의 고민의 답을 얻게 된다. 책읽기의 즐거움, 이런 것이 아닐까... 

2019년 11월 


개인의 성찰성을 증징하면서 우리 사회 전체의 성찰성을 키우는,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이고, 차가우면서도 뜨겁고, 냉철한 이성과 따스한 감성이 함께 작용하는 ‘예술 형식으로서의 사회학‘을 발전시키는 일이 프로방스에 와서 생각하는 나의 지적 과제이다.
page 121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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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다와 예일학파- 모더니티총서 7
페터 지마 지음, 김혜진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7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원(1% 적립)
2015년 10월 04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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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늦게 퇴근하셨다. 저녁 식사가 평소보다 늦어졌다. 상을 물릴 때는 9시 때쯤이었는데, 현관문을 손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초인종이 있는데도 말이다. 늦은 시간이라 아버지가 직접 나가셨다. 알라딘에서 온 박스였다. 엊그제 주문한 책들이었다. 나는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손이 아프게 문을 노크한 그 분이 궁금해졌다. 저녁은 드셨는지, 무슨 일로 이리 늦게까지 일을 하시는 건지. 초인종을 누르지 못한 그 세심한 배려를 생각하니, 기다리던 책이 와서 기쁜 마음보다는, 갑자기 죄송한 마음이 일어났다. 곧 설 연휴라서 택배 물량이 20-30 퍼센트 정도 늘었다는 뉴스를 오늘 아침에 봤는데, 혹시 그때문인가. 우리 아버지도 택배는 아니지만, 물건을 차로 나르는 일을 하시는데, 아침 7시에 나가시면, 저녁 7시가 되셔야 들어오신다. 책을 사서 읽는 나의 노력들이 무의미하거나.. 무가치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제의 고민을 다시 이어가는 밤이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_ 이윤기 


최근에, 황현산 선생님의 <밤이 선생이다>를 읽고, 적잖은 감동을 받았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황현산 선생님은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나오셨을 때, 방송을 시작하면서 '말을 실수할까 봐 걱정이 된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셨다. 거짓이 아닌 진실된 말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 말씀 한 마디에 나는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게 되었다. 너무 속되고 거짓된 말들을, 허황되게 늘어놓고 있는 건 아닌지, 두렵고 부끄러워졌다. 

그런데, 이 책은.. 황현산 선생님이 '언어 천재'라고 부르는 이윤기 선생님의 책이다. 

다시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고...












방언정담 _ 한성우


이 책은 언어학자인 저자가 20년 넘게 방언을 조사, 연구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엮은 책이라고 한다. 

오늘 낮에 몸이 편찮으신 엄마 옆에 앉아, <전라도닷컴>을 읽어 드렸다. 전라도 방언을 그대로 표기하고 있는 이 잡지는, 인간다움이 있고, 삶의 생동감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어른들의 말씀이 마음을 된통 흔들어 놓기 때문에 특별히 애정하는 책이다. 

"암시랑토 안혀. 개보와." 이 구절을 읽다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담양이 고향이다. "개보와? 개보와가 뭐야, 엄마?" "가볍다는 뜻이지~ 아무렇지 않다. 맴이 가볍다." 나도 이 잡지를 구독한지 일 년이 넘었고, 전라도 사투리는 많이 들은 편이지만, 낯선 것들이 툭 튀어나올 때가 많다. 특히 소리내어 읽을 때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 말을 어떤 온기로 했을까, 저절로 생각이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른들의 말씀은, 별 것 아닌듯이 지나가도, 인생의 철학이 있다. 정겹고 따뜻하다. <방언정담>은 그런 의미에서 읽어보고 싶다. 살아 있는 말들, 그 온기가 무엇인지. 








시적 정의 _ 마사 누스바움 


지난 월요일, 심보선 시인의 강연을 듣고 왔다. 시인으로서의 분인과 사회학자로서의 분인을 통해 스스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소개하는(심보선, '그을린 예술') 그는 이 책을 들고 와서, 요즘 읽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법철학자, 정치철학자, 윤리학자, 고전학자, 여성학자인 저자가 문학적 상상력과 공적인 삶에 대해 쓴 글들이다. 

문학을 읽는 것이 책임 있는 시민을 길러내고, 민주주의 사회를 만드는 밑바탕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설명이 게재되어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가 생각난다. 









프랑스에 가기 위해서 1월과 2월은 긴축재정으로 살아야 하는데, 결국 책을 사는 데에 지출을 하고 말았다. 잘 읽자. 책을 가지고 갈 수는 없지만, 읽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은 내 안에 담아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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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 위대한 문학작품에 영감을 준 숨은 뒷이야기
실리어 블루 존슨 지음, 신선해 옮김 / 지식채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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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 이야기들은 도처에 영감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기도 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란 한 순간에 사람의 두뇌를 압도하다가도 다음 순간엔 까맣게 잊히곤 한다. 그러나 준비가 된 사람은 영감이 머리를 스치는 그 찰나의 순간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도 그 순간을 붙잡을 수 있다. 

소설을 읽다보면, '어떻게 이런 황홀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들이 탄생했을까?'하고 놀라게 된다. 누군가의 머릿속 집에서 뚝딱뚝딱 만들어진 이야기가, 세상을 좀더 밝게 비추는 것이라면 더더욱 감탄을 그치지 못하게 된다. 독자들의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듯이 이 책은 유명 작가들의 소설이 시작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저녁을 먹고 슬슬 졸음이 몰려오던 순간에 번뜩 스치는 '맨살이 드러난 여인의 팔꿈치' 환영에서 시작된 이야기-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늘어지게 지루한 순간은 또 있다. 모처럼 간 여름 휴가에서, 내내 비가 내리는 바람에 따분한 휴가를 보내던 중, 우연히 그린 지도 하나에서 시작된 이야기- 윌리엄 포크너의 <보물섬>

이런 섬 이야기를 읽고 나서 '섬'이라는 공간에 영감을 받아 쓴 이야기 -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 


자신의 경험을 쓴 이야기들도 허다하다. 

<닥터 지바고>의 보리스 파르테르나크는 실제로 아내를 두고도 문예지 사에서 만난 편집장 이빈스카야의 아름다움에 빠져 불륜을 저질렀고, 연이어 이빈스카야의 임신과 유산, 주위 사람들의 비난, 모든 이야기를 소설로 집필하였다.  

<오만과 편견>의 제인 오스틴은 파티에서 만난 르프로이와 첫눈에 반하여 사랑에 빠졌지만, 그가 부유한 여성과 결혼하고 변호사로서 성공하려는 야망을 가진 데 비해 그녀가 가난했으므로 헤어져야 했던 소녀적 풋사랑을 소설로 썼다. 


생업과 집필 작업을 동시에 수행한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일터를 떠나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펜을 들 수 있었던 작가들도 있다. 과로로 심신이 피곤해지는 일도 다반사였지만, 그런 노고가 아깝지 않을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지금부터 소개할 작가들에게 직업이 없었다면, 문학계의 전설로 남을 그들의 작품도 존재할 수 없었을테니 말이다.


흔히, 소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작가의 상상력으로 지어낸 개연성 있는 이야기'라고 한다. 있을 법한 일이지만, 허구적인 이야기. 언뜻 모순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기에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주위 사람의 삶을 이야기로 짓기도 하고, 소설을 쓰기 위해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삶의 현장을 고스란히 이야기로 만든 이도 있다. 어쨌든 이들은, 어떤 순간에도 애정을 가지고 대상의 속까지 꿰뚫어 볼 만큼 깊이 관찰을 한다. 물론 어느날 갑자기 글을 써서 훌륭한 작품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소설가들은 꾸준히 문학을 읽고 쓰고 사랑했던 사람들이다. 다만 우연히 마주친 마법 같은 순간을 놓치지 않았을 뿐이다. 


언젠가 나의 작은 호기심과 푸석거리는 상상력을 충만하게 빛으로 채워준 소설들의 어릴 적 모습을 들춰 보는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연애 이야기도 '어디서 어떻게 만났어?'하고 묻고 싶어지는 것처럼 그 무한한 꿈을 안겨 준 소설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덮을 때 쯤엔 '작가들도 결국 보통 사람들과 다름 없이 고뇌하고, 사랑하고, 좌절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슬며시 미소지어진다. 50여 편의 소설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가운데, 내가 읽고 알고 있는 소설은 열 몇 편밖에 되지 않아서, 다른 고전들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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