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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 우리 삶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14가지 길
필립 코틀러 지음, 박준형 옮김 / 더난출판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즈음, 소비에트연방이 붕괴되어 여러 나라로 갈라지면서 이데올로기에 의한 냉전체제가 완전히 무너졌다. 하나의 커다란 역사적 이슈로 기억될 이 사건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은, 새로운 국제질서의 변화를 가져온 측면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념으로 삼고 있는 자본주의가 비효율적인 공산주의에 비해 우월하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확실하게 증명해주었다는 점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당시 소련의 붕괴를 두고 이를 다른 방향에서 해석하는 시각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몇몇 남아 있지 않은 공산주의 국가들마저 자본주의체제를 받아들여 혼합경제를 추구하는 것을 보면 가히 틀린 말은 아닌듯해 보인다. 자본주의는 국가의 경제성장과 기술의 혁신, 개개인의 자기계발 향상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최적의 시스템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그러한 자본주의는 지금까지 사회구조의 변화에 맞춰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어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부익부 빈익빈의 야기하여 사회계층 간의 위화감을 조성해왔고,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금전만능주의가 고착화되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성이 파괴되는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근래 미국에서 촉발된 국제금융위기는 인간의 과도한 탐욕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일각에서는 새로운 전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까지 하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작금의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면서 그 핵심적 원인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14개 분야로 세부적으로 나누어 분석함으로써 향후 더 나은 자본주의 사회로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저자는 우선 최근 자본주의 병폐의 심각성이 점차 확대되면서 이러한 문제와 관련한 많은 책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주로 현대의 경제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를 피상적으로 설명하는데 그치고 있다면서, 이 책은 이를 대신해 자본주의 문제를 정면에서 바라보고 발전적인 자본주의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고자 했음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자본주의의 이론과 현실은 국가마다 각기 다른 형태가 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하며, 다각적인 측면에서 자본주의의 대체할 새로운 무언가를 찾기보다는 자본주의 속성과 본질을 파악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그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가 다른 어떤 시스템 보다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맹점이 있음을 언급하면서 당장 시급히 해결해야하거나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사항으로 소득과 부의 불평등, 생산 중심의 경제로의 회귀, 불공정 거래행위와 실업문제 등을 포함한 모두 14가지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점은 특정한 사안이나 내용에 한정되거나 얽매이지 않고, 경제 전반에 걸쳐 자본주의의 다양한 요소를 독자들이 알기 쉽도록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과, 한편으로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러 내용 중에서도 주목해 볼만한 것은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와 균형 있게 결합될 때 충분한 시너지를 발휘하지만 오늘날 자본의 이동이 전반적으로 폭넓게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결국 이러한 현상은 국가의 정책과 방향에 있어서 혼선을 가져올 수밖에 없음을 명시하여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토마 피케티의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내용과도 일맥상통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필립 코틀러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의 거장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특히 마케팅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책을 펴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역점을 두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인식을 공고히 하고 우리 모두가 바라는 긍정적인 방향에서의 자본주의를 확립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했다고 말한다. 책의 말미에도 설명되어 있지만 자본주의는 이미 대부분의 나라에서 성장의 동력을 마련해주는 경제체제로 자리잡아왔고 가시적인 성과와 가치를 창조하는데 기본적인 토대가 되고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폐해도 만만치 않아서 최근 들어서는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오늘날 문제시 되고 있는 빈곤, 실업, 소득양극화와 같은 자본주의의 병폐를 면밀하게 살펴보면 각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 하나의 요소가 문제가 되면 그것이 연쇄적으로 파급되는 긴밀성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와 연관된 여러 부분을 종합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정부나 국가가 하나의 정책을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며, 그에 앞서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본주의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도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책은 그와 같은 시각에서 우리들이 놓치고 있는 자본주의 문제의 다양한 부분들을 들춰내는 것과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나 싶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더 나은 자본주의를 위한 그의 목소리에 잠시나마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