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 KBS <TV, 책을 보다> 선정 도서
미겔 앙헬 캄포도니코 지음, 송병선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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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며칠 전 국내외를 비롯한 주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이, 지난 1일 후임자인 타바레 바스케스에게 대통령 직을 넘겨주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했던 1987년형 하늘색 폭스바겐 비틀을 타고 소박한 모습으로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에 있는 집으로 향했다고 한다. 최근 중동에서 벌어지는 암울한 전운의 모습을 비롯하여 하루에도 수많은 이슈들이 새로이 등장하고 있음을 고려해 본다면, 사실상 어느 특정 국가의 전임 대통령에 대한 퇴임 소식은 그다지 주목받을 만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세계 언론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아마도 그것은 그가 여타의 다른 나라 대통령과 비교해 볼 때,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자 검소한 지도자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0년 선거에서 승리하여 대통령 직위에 취임하면서 신고했던 그의 재산은,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여 대략 195만원에 해당하는 고작 1800달러가 전부였다고 한다. 오랜 시간동안 정치인으로 생활해왔으며, 거기에 더하여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른 것을 감안한다면 그가 신고한 액수는 빈곤한 일반서민의 그것과 비교하여 별다를 것이 없는 극히 초라해 보이는 재산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점은 대통령 재임기간 중에 국가로부터 지급받는 월급의 90%를 사회에 꾸준히 기부해왔다는 점이다. 그는 정부권력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행여 남들에게는 부끄럽게 여겨질 수도 있는 자신의 가난을 결코 개의치 않고, 오히려 더불어 살아가려는 도덕적이고 실천적인 삶을 선보여 왔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그가 일국의 정치지도자로서 그리고 국가를 구성하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그의 지나온 삶을 살펴보는 자서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독자들은 이 책에서 드러난 그의 인생 과정을 통해 의미 있는 삶의 교훈을 배우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는 그가 이민자 출신으로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태어나 6살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함께 작은 포도농장을 일구면서 성장했던 청소년시기부터 최근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나기까지 그가 걸어왔던 삶의 모습이 생생히 소개되어 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릴지 모르지만, 퇴임 이후 드러난 그의 정치적 평가를 보면 남미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성공적인 좌파정부로 인정받고 있으며 아울러 80세가 넘는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청렴하고 검소한 생활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자국의 국민들에게 여전히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그의 지나온 삶을 두고, 그가 1960년대 들어서 사회주의 국가 쿠바혁명을 계기로 좌파적인 사상을 갖게 되었고, 군부통치 시절 반정부 성향이 강한 투파마로스라는 게릴라 조직에서 활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14년 기간의 교도소 수감생활과 관련하여 세간의 무성한 소문들을 근거로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한편으로 재임 시기에 그가 펼쳐왔던 여러 정부정책에 관해서도 다소 의문의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이유에서 책 속에는 그와 같이 확인되지 않은 여러 내용에 대해 인터뷰 형식을 빌려 그의 솔직담백한 증언을 담았으며, 세부적으로는 탈옥과 구금을 반복하는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굴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신념을 지키며 이를 실천에 옮긴 그의 발자취를 상세히 추적하고 있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그를 향해 왜 가난하게 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그는 말하기를 우리가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는다면 부유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할 필요가 없으며, 대신에 누구나 자신의 바람직한 삶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을 충고하고 있기도 하다.


호세 무히카 대통령은 재직 시절 대통령 관저를 노숙자의 쉼터로 내주고 자신은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에 경찰관 2명이 경비를 서는 낡고 초라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농장 집에서 생활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농장은 부인의 소유이고 그의 자산이라고는 30년 가까이 운행된 폭스바겐 비틀 자동차가 유일하다. 그는 대통령 업무가 끝나고 남는 시간에 자신의 농장에서 일하는 것을 삶의 낙으로 여기며, 몸이 아파 병원에 갈 때에라도 일반 시민들과 똑같이 기다려 진료를 받는 등의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별한 대접을 받기를 원하지 않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면 이러한 그의 일상적인 생활의 모습은 어쩌면 국가를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품위를 떨어트리는 비상식적인 일로 간주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해 아랑곳 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는 소비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며, 또한 소비하는 행태가 언제나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면서 오늘날 과도한 소비로 물들고 있는 자본주의 폐해를 지적한다. 빈곤감소와 환경보호에 앞장서며 진보적인 스탠스를 보이며 지금까지 소탈하고 서민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는 분명 맑은 영혼을 가진 인물로 판단된다. 그리고 독자들은 그가 어떻게 그처럼 일관된 자신의 신념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어떤 기본정신에 입각하여 오늘을 살아가는지를 이 책에서 깊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세계 여러 나라에서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개인의 비자금을 축적하는 다양한 형태의 금권스캔들을 보아왔고,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도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요즘에는 한 기업가가 건넨 정치자금이 문제를 일으키면서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불신이 날로 확대되어가고 있는듯하다. 따라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그의 진지하면서도 청렴한 모습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보다 투명한 우리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한걸음 가까이 하는 동기부여의 계기로 삼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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