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융합 - 인문학은 어떻게 콜럼버스와 이순신을 만나게 했을까
김경집 지음 / 더숲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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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외국인들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최빈국에 지나지 않던 우리나라가 오늘날 선진국에 못지않은 놀라운 경제성장의 결과를 두고 한강의 기적이라 일컫기도 하며, 그래서 몇몇의 개발도상국들은 우리나라를 룰 모델로 하여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6.25전쟁의 피해로 폐허만 남은 이 땅에서 변변한 자원 하나 없고 내세울 만한 기술마저 갖추지 못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국민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단기간 내에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루어냈으며, 그 동력을 기반으로 이제는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물론 우리에게도 위기의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잘못된 국정운영으로 인해 IMF라는 국가부도의 사태를 불러오기도 했고, 2007년 미국에서 촉발된 국제금융위기의 상황은 국내경제를 일촉즉발의 국면으로 몰아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처럼 암울하고 혼란스런 현안 속에서도 우리는 결코 굴하지 않으며 지금까지 의연하게 잘 대처해 나가고 있는듯하다. 그러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이어서, 고도의 경제성장의 결과는 우리로 하여금 풍요로운 생활을 안겨주었고, 또한 과거 경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이제는 오히려 경제 원조를 해줄 정도로 경제 강국으로써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했지만, 그 이면에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부익부 빈익빈과 같은 자본주의 병폐로 인간성 상실이라는 문제점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요즘 우리 사회에 그와 같은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인 행태를 극복하기 위해 인문학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다시 대두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법 커져가고 있는듯해 보인다. 그러한 시각에서 이 책의 내용은 시대가 빠르게 변하는 현대 흐름에 맞춰 앞으로 우리가 인문학을 어떻게 마주하고 이해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 볼만하다고 생각된다.


저자는 먼저 책의 서두에서 그동안 우리를 포함하여 세계의 산업경제가 속도와 효율이라는 부분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왔고, 그와 동시에 인간의 무한한 탐욕을 경계하지 못한 탓에 결국 국제금융위기와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그 원인 중 한 가지는 바로 인문학의 존재가치와 힘이 배제되어 왔음을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인문학의 성찰과 가치를 간과하고 속도와 효율에만 중심을 둔 경제성장의 기치는 이제 한계를 다다랐음을 언급함과 동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인문학의 부흥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의 단면을 살펴보면, 단지 품격과 교양의 수준, 그리고 잠시 잊고 살았던 가치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어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그런 시각에서 그는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우리가 인문학을 단순히 문학, 역사, 철학으로 구분되는 영역에 국한하려는 기존의 낡고 고정된 틀에서 이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과학의 분야로까지 폭넓게 확대해야 하며 아울러서 창조, 혁신, 융합을 요구하는 21세기의 시대정신에 맞게 우리의 인문학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함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예시로 그는 책에서 콜럼버스와 이순신 그리고 코페르니쿠스와 백남준과 같은 인물들을 통해 당시 역사적 사건의 유사성을 토대로 시공간을 뛰어넘는 역사인식과 안목을 키울 수 있어야 하며, 에밀졸라와 김지하라는 이들로부터 정치와 인권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의 확립을, 그리고 히딩크와 렘브란트에게서 시대를 극복하려는 자유로운 개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향후 이를 바탕으로 무한한 상상력과 입체적 사고를 일깨울 수 있음을 독자들에게 제시하여 주고 있다.


인터넷 통신의 발달과 정보홍수의 시대를 맞아 오늘날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분야에 최고의 석학들에게서 쉽게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다른 어느 때보다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그래서 과거에 비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고도 전문적인 지식을 확장하는데 적잖은 도움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지식을 누가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대한 편차의 비중은 상당히 좁혀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맞고 이 시대의 요구사항은 결코 그 접점에 머물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시대흐름에 걸맞게 이제는 이미 배우고 익힌 여러 분야의 지식을 어떻게 서로 응용하고 접합시켜 새롭고 발전된 형태의 것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에 있다. 저자 역시도 이 부분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는 속도와 효율이라는 프레임에 매몰되어 각 과목의 영역만 가르치고 배우는 것에 익숙해져 다른 분야로 넘나드는 융합의 지식은 너무나도 미약함을 지적하면서, 앞으로 이러한 교육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명시한다. 그래서 많은 지식들을 때로 섞거나 따로 묶기도 하면서 그 과정에서 우리가 유의미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것처럼, 인문학을 대하는 우리의 시각도 앞으로는 조금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시기에 인문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금 재인식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지만, 그 방식은 과거에 해왔던 것에서 그 궤를 달리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그 부분에서 우리가 깊이 고려해야 할 점은, 똑같은 것을 보고도 사람들 저마다 다르게 느끼고 또 다르게 해석된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독자들이 향후 인문학이 지향해야 하는 바로 그 지점을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인문학에 대한 깊이를 한층 높였으면 싶고, 창조와 융합의 시대를 위한 자신만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새롭게 설정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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