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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바스티안 피체크.미하엘 초코스 지음, 한효정 옮김 / 단숨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사이코스릴러물은 비정상적인 심리상태를 가진 주인공이나 이에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은 이들이 저지르는 엽기적인 행동을 주로 다루는 작품이다. 그런데 사실 이와 같은 장르의 경우 과거에는 그리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가 점차 복잡해지고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 되면서, 최근 이러한 내용을 소재로 스릴의 재미를 자극시키는 작품들이 간혹 소개되고 있는 듯한데, 그 중에서도 특히 유럽 쪽의 소설들에서 자주 보게 된다. 이 소설은 독일 사이코스릴러의 대표적인 작가로 자국의 문단과 대중들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상당한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작품이다. 아마 장르문학을 선호하는 독자들이라면 작가의 이름만 보아도 얼핏 눈치를 챘을지 모르지만, 국내에서는 눈알 수집가, 눈알 사냥꾼이라는 작품을 통해 연쇄살인범의 잔인하고 포악한 면을 부각시켜 독자들로 하여금 공포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사이코스릴러 작가로서의 그의 면모를 이미 선보인 바 있다. 그런 그가 새롭게 국내에 발표한 이번 작품은 장르소설이 가지는 요소적인 측면에서 볼 때, 기존의 작품에 비해 스릴의 공포를 한층 더 강화시켰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장르를 대하는 독자들로 하여금 기대 이상의 재미를 제공해 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더군다나 이번 소설은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법의학자로 알려진 미하엘 초코스와 공동으로 집필하여, 작품 속 사건과 관련한 여러 서술적 묘사에서 사실성을 더하고 있는데다가, 시종일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어서 독자들 입장에서 볼 때, 손에 땀을 쥐는 스릴러물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설 속 주인공 독일 경찰청 산하 법의학자로 근무하고 있는 헤르츠펠트는, 여느 때와 같이 지난밤 사이에 발생했던 이름 모를 사람들의 시체를 부검하는 일에 하루일과를 보내게 된다. 하지만 그는 부검 도중에 시체의 입속에서 누군가가 삽입한 것으로 보이는 작은 필름조각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안에 자신의 딸 이름과 낮선 전화번호가 적혀 있음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다가 혹시 자신의 딸이 납치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이내 쪽지 적힌 전화번호로 급히 전화를 걸게 되는데, 그가 듣게 된 내용은 녹음된 것으로 여겨지는 딸의 음성을 통해 만약 지금의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리게 되면 자신은 곧 죽게 될 것이라는 것과, 조만간 다른 단서를 찾으라는 암시를 받기에 이른다. 한편 또 다른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린다는 만화가로 새로운 작품에 대한 창작의 과정을 이어가던 중에, 한때 자신의 연인이었던 남자친구로부터 과도한 집착에 의한 스토커적인 행동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당하다가 헬고란트라는 섬으로 잠시 피신해 있게 된다. 그녀는 남자친구가 그곳까지 자신을 쫓아오는 것은 아닌지 하는 두려움으로 불면의 나날을 보내다가, 문득 머리를 식히기 위해 해안가로 산책을 나섰다가 바닷물에 떠내려 온 시체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호기심에 무심코 시체 옆에 놓인 손가방을 들고 서둘러 자신이 머물고 있는 방으로 돌아오기에 이른다. 그리고 가방 속에서 찾아낸 전화에서 최근에 걸려온 부재중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게 되는데, 전화를 받게 된 사람은 다름 아닌 납치당한 딸을 찾고자 했던 헤르츠펠트였다. 결국 전화 한통을 계기로 린다는 헤르츠펠트로부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고, 이후 두 사람은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단계에 착수하게 된다.


이 소설은 얼핏 보면 딸을 납치당한 법의학자가 변태성욕자인 범인을 찾아가는 모양새로 이야기의 흐름이 펼쳐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운 범인이 애초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법의학자로 일하는 주인공을 목표로 삼아, 사건이 일어나게 된 동기를 토대로 줄거리를 확대 전개시켜나가는 흥미진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 이 작품이 인상 깊게 다가오는 점은, 먼저 시체해부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법의학자와 스토커에 쫓기면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게 되는 등장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사건과 연계되면서, 그들로 인해 파생되는 끔찍한 공포와 스릴의 분위기가 작품 전반에 걸쳐 점차 고조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르적 묘미는, 독자들이 전혀 예상할 수 없을 만큼 작가가 사건을 미스터리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는 점도 그렇지만, 그보다는 결말 부분에 가서 반전에 반전이 거듭 펼쳐지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기 전까지 그 누구도 쉽게 결론에 도달하게 만드는 탄탄한 스토리와 치밀한 구성에 있다 하겠다. 그래서 이 작품을 통해서 많은 독자들이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공포의 감정이 자극되는, 평상시에는 느낄 수 없는 긴장된 상태에서의 생각지 못한 짜릿하면서도 전율적인 쾌감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불어 가독성 있는 줄거리로 인해 작품 속으로의 몰입이 어렵지 않아서 꽤나 두꺼운 분량임에도 금방 읽혀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사이코패스와 관련한 많은 장르작품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지만 의외로 주목할 만한 작품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 이유에서 이 소설은 우리의 사회 시스템 속에서도 정작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인간성은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비판적인 주제의식을 뚜렷하게 내세우면서도, 한편으로 독자들에게 장르를 읽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눈여겨 볼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스릴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일독해 보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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