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왕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3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여러 장르소설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많은 독자들에게 꾸준한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는 아마도 긴박감이 넘치는 스릴의 분위기를 담은 추리물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최근 들어서 부쩍 그와 같은 유형의 장르물들이 제법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 가지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작품 대부분은 현대물이 많다는 것이고, 반면에 상대적으로 역사와 관련한 시대스릴러물은 생각만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느 특정한 시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역사스릴러물을 접해보고 싶어도 그와 관련한 작품이 생각만큼 많지 않아서 불가분하게도 그 선택의 폭에 다소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에서 이 소설은 마음 한편 반가우면서도 내용적으로도 마녀사냥과 종교적 분쟁이 극에 달했던 유럽의 중세 봉건시대를 배경으로 작품 전반에 흥미진진하고 긴장감이 넘치는 스릴의 요소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스토리의 전개가 펼쳐져 있어서 독자의 입장에서 흡입력은 물론이고 다채로운 감상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눈길을 이끌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이 작품은 이전에 출간되었던 <사형집행인의 딸>이라는 시리즈의 3번째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 시리즈가 조금은 각별하게 여겨지는 것은, 각 편마다 같은 등장인물을 내세웠으면서도 내용적인 면에서는 별개의 독립적인 이야기의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늘 새롭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특히 이 시리즈는 이미 아마존에서 밀리언셀러로 기록될 만큼 수많은 독자들의 호평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작품성인 면에서나 내용적인 면에서도 나무랄 것이 없을 정도여서 국내 독자들에게도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품 속 사건의 주인공 야콥 퀴슬은, 숀가우라는 도시의 사형집행인으로 일하는데, 그는 직업적인 문제로 여타의 사람들에게 온갖 멸시와 천대를 받으면서도 맡은바 책임을 다하며 아울러서 우락부락하고 무뚝뚝한 외모의 모습과는 달리, 따뜻하고 여린 마음씨를 가진 성격의 소유자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이어지는 사형집행인 가문이었던 관계로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제약을 받아야만 했는데, 평생을 그렇게 살수 없다면서 오래전 고향을 등지고 다른 도시에 정착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여동생으로부터 뜻하지 않은 한통의 편지를 받게 된다. 그 내용은 현재 자신의 여동생이 심각한 중병에 걸려 있으며 죽기 전에 오빠를 보고 싶다는 간절함을 담고 있었다. 편지를 읽은 퀴슬은 잠시 과거의 회상에 잠겨 있다가, 동생을 찾아가기로 결정하고 그녀의 집을 방문하기로 마음먹고 곧바로 실행에 옮긴다. 그는 힘들고 머나먼 여정 속에서도 동생의 중병을 걱정하며 마음 한편으로는 그녀와 해후할 수 있다는 가슴 설렘으로 그곳에 도착하지만, 막상 그가 보게 된 것은 부푼 기대와는 달리 누군가에 의해 예리한 칼날에 난자당한 채로 죽어 있는 동생과 그녀 남편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가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의 상심과 충격을 느끼기도 전에, 자신의 동생과 남편을 살해한 당사자로 지목되어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는 상황을 맞닥트리게 된다. 한편 퀴슬의 딸 막달레나는 의사로 일하는 지몬과 서로 마음속으로 흠모하는 사이지만, 이들은 엄격한 사회관습에 따라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괴로워 하다가, 그와 함께 자신의 고모가 있는 곳으로 자유를 찾아 몰래 도망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그곳에서 막달레나와 지몬은 퀴슬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조만간 사형에 처해질 것이라는 암울한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작품 속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이전의 시리즈 내용이 주로 작품 속 주인공 퀴슬이 태어나고 자랐던 숀가우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번 작품은 17세기 독일 바이에른 주에 있는 레겐스부르크라는 도시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 조금은 색다르다. 사실 이곳은 중세 고딕양식이 지금까지 온전히 보존되어 있어 관광지로서 유명한 장소로 알려진 만큼 오랜 역사의 유적이 남아있는 곳으로, 이 소설이 역사추리물이라는 점에서 보면 아마도 걸 맞는 장소의 선택인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독자들이 책의 내용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사실적인 묘사의 서술로 인해 마치 중세 시대에 자신이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작품 속 줄거리의 흐름은 발단에서부터 주인공 퀴슬이 누군가가 사전에 치밀하게 만들어 놓은 함정에 빠지게 되면서 시종일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긴박한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스릴의 묘미가 전개되는데, 그 과정에서 사건과 관련한 여러 등장인물들의 음모와 배신 그리고 누명을 벗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퀴슬과 아버지를 구출하기 위해 사건의 진범을 쫓아 추적하는 그의 딸 막달레나와 지몬이 벌이는 숨 막히는 모험의 광경이 비교적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다른 무엇보다 이 소설이 흥미롭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사건이 시작되고 진행되는 그런 외적인 부분도 재미있게 다가오지만, 작품의 줄거리를 통해서 17세기 당시 독일의 시대상을 반추해 볼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것과, 작품의 이면에 양심에 따르는 윤리도덕적인 면이 은연 중 강조되어 있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할 것이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추리스릴러물을 선호하는 독자들이라면, 개성적이고 특색 있는 캐릭터와 장르적 요소를 적절하게 결합하여 역사추리물로서 흥미로움을 전해주는 이 작품을 한번 읽어보면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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